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지난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 행정안전부 합동 조사 결과 확인됐다.
화재 원인 배터리는 2013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된 것으로, 배터리 셀을 제조한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당시 UPS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2013년 생산한 배터리셀을 계열사인 LG CNS가 관리장치인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BMS)을 부착해 UPS 제작업체에 판매했고, 국정자원에 전달됐다. UPS 배터리는 2014년 8월 설치되어 사용 연한인 약 10년을 1년 넘겨 운영되어 왔다.
화재 발생은 배터리 이전 작업 중 전원을 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당시 작업자 13명이 5층 전산실에 있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던 중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었고,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 분리 작업이 이뤄지면서 단락(쇼트)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은 대전 지역의 한 영세 통신설비업체가 담당했으며, 작업 인력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아르바이트생까지 투입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해당 배터리는 UPS 특성상 충·방전 횟수가 적고, 6월에도 안전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노후 배터리가 즉각적인 화재 원인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UPS 배터리는 직류 전원을 사용하는 특성상 전원 차단 상태가 불완전하거나 잔류 전류가 흐를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 작업자의 안전 조치 미흡이 결정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화재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과 함께 작업 환경 및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소방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동으로 화재 원인 수사를 진행 중이며, 보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 규명이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 사건은 2022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에도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재의 주원인이었던 점과 유사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전산망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 해당 배터리는 SK온이 제조한 리튬이온 배터리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는 지하 3층 UPS 배터리 랙 주변에서 시작됐으며, SK온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바 있다. SK온 배터리는 예비용 전력 공급을 위해 UPS와 연계되어 사용됐으며, 이 사고로 카카오톡 등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대규모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화재 조사에서는 배터리 자체 결함 뿐만 아니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이상 가능성도 검토됐으며, 초기 진압에 실패해 피해가 확산된 점이 지적됐다. SK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으며, 당시 배터리는 비교적 최신 모델로 평가된다. 그러나 UPS 내부의 전기적 요인과 배터리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화재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작업 전문성 강화와 함께 화재 취약 리튬배터리에 대한 주기적 관리 및 교체 규정 재정비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