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벌여온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전면 승소하며, 3년간의 국제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는 2025년 10월 13일(현지시간) 미래에셋 측의 주장을 전면 인용해 브룩필드 측에 계약금 2000억원과 지연 이자, 중재 관련 비용 일체를 반환 및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 이자와 관련 비용만 약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2021년 브룩필드가 여의도 IFC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미래에셋은 4조1000억원 인수 가격을 제시했고, 이 중 약 7000억원은 '미래에셋 세이지리츠'를 설립해 조달하려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해당 리츠의 대출 비중이 통상적인 LTV(Loan to Value) 60~70%를 훨씬 상회한다는 이유로 2022년 8월 영업인가를 불허해 인수가 좌초됐다. 브룩필드는 이에 계약 해지를 선언했고, 계약금 반환 여부를 놓고 소송이 벌어졌다.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리츠 영업인가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best efforts)'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SIAC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브룩필드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거래 완료를 위한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며 미래에셋 측 손을 들었다. 본 중재는 단심제로, 브룩필드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판정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부동산 거래가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가 국제 무대에서 대형 거래와 관련해 완전 승소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계약 이행의 법적 책임과 해외 운용사와의 협력 의무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장과 법률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국토교통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리츠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투자 대상 확대 등 리츠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례는 엄격한 대출 규제로 인한 투자 애로가 국내외 매매 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 정책은 투자 신뢰를 높이고, 안정적 자본 조달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 한계와 법적 분쟁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번 판결은 또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국제 경쟁력과 법적 대응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에셋은 3년간의 법적 공방을 거쳐 계약금 반환을 넘어 방대한 중재 비용과 지연 이자까지 확보하면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신뢰를 강화하는 성과를 이뤘다. 국제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국가 간 법률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