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주도권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다수의 행정 명령과 연방 기관들의 후양자 암호화(Post-Quantum Cryptography, PQC) 도입 가속 일정을 포함한 포괄적인 양자 컴퓨팅 전략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White House official release, CyberScoop, Nextgov, Quantum Computing Report, Carahsoft에 따르면, 이번 전략은 연방 기관들이 현재 2035년까지로 알려진 양자 내성 암호 표준 전환 일정을 5년 앞당겨 2030년 마감으로 조기 완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양자 정보과학과 후양자 암호화 분야에 집중하는 두 건 이상의 행정 명령이 여름 초부터 준비되어 왔으며, 최대 세 건까지 추가 발령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국가안보와 기술 주권 강화를 위해 백악관과 미국 상무부가 중심이 되어 정책을 추진하며, 상무부 폴 댑바 부장관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댑바 부장관은 이전에 양자 네트워크 기업 Bohr Quantum Technology 공동 창업자 출신이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에너지 차관보로도 활동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세계 최초로 표준화된 후양자 암호화 알고리즘을 공개했고, 연방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모든 기관에 2024년부터 점진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7월에 발표된 AI 종합 액션 플랜처럼, 백악관이 양자 컴퓨팅 분야에도 동일한 포괄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신호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경우 양자 내성 암호체계로의 전환에 별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략은 2018년 트럼프 1기 임기 중 제정된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 NQIA)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당시 12억 달러 이상이 5년간 마련됐다. 이 법안은 2023년 만료됐으나 재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이번 주 미국과 영국이 체결한 약 420억 달러 규모의 ‘기술 번영 협정(Technology Prosperity Deal)’에는 양자 컴퓨팅 및 공동 연구 태스크포스 설립이 포함되어 있어 국제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 연방 정부가 전방위적 양자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일부 업계 소식통은 행정 명령이 “이번 주 안에 발표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반면, 몇몇은 수개월 내 발표도 가능하다는 신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및 각 부처 예산을 집계한 2025 회계연도 자료에서 볼 때, 양자 정보과학 및 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25년에는 6억2500만 달러가 국가 양자 정보과학 연구센터(NQISRCs) 지원에 할당되는 등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양자 컴퓨팅, 통신, 센서, 소재 연구 등 다각도에서 미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첨단 기술 분야에서 후양자 암호화 완료 일정을 앞당기는 미국 연방법의 흐름은 전 세계 IT 및 사이버 보안 정책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캐나다 등 선진국은 2035년까지의 후양자 암호화 전환 일정을 유사하게 설정했으나 미국의 2030년 조기 이행 압박은 글로벌 표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양자 기술 리더십 강화는 디지털 국가 안보 경쟁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에 대한 미 행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