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최근 5년간(2020~2024년) 미성년자가 조부모로부터 직접 증여받은 재산이 3조8300억원에 달하며, 전체 미성년자 증여 중 46.3%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세대를 건너뛴 ‘미성년 세대생략 증여’는 2만8084건으로 1건당 평균 1억4000만원에 이르러, 일반 미성년자 증여 평균액 9000만원보다 약 55.6% 높았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증여의 66%가 초등학교 졸업 전인 만 12세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6세 이하 미취학아동에게는 1조2225억원, 만 7~12세 초등학생에게는 1조3049억원의 증여가 각각 이뤄져 조기 증여가 활발한 상황이다.
세대 생략 증여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증여세 부담 회피 목적이 크다.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면, 부모 세대를 거치는 경우 대비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통해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할증하며, 미성년자가 20억원을 초과해 증여받으면 40%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미성년 세대 생략 증여의 실효세율은 18.6%로, 미성년자 일반 증여의 15.2%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할증과세에도 실질 세금 부담이 낮은 원인으로 재산을 여러 명의 자녀 및 손주에게 분산 증여해 기본공제 대상이 늘어나거나, 증여액을 20억원 이하로 쪼개 추가 할증을 회피하는 전략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세대 생략 증여의 증여세 할증 제도가 기대만큼 부의 대물림 방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한 할증 과세 제도가 부의 대물림과 집중 완화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대 생략 증여 할증 제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자산가들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고 부를 효과적으로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수단으로 세대를 건너뛰는 증여를 더욱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증여하는 증여 규모가 크게 늘고, 어린 나이에 증여액도 높은 점은 향후 부의 불평등 심화 우려를 낳고 있어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