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월 20일(현지시간) 항공우주박람회인 파리 에어쇼에서 “우주는 세계 권력의 척도”라며 유럽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시 우주 강국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우주산업 시장에서 유럽이 기술·시장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온 강력한 메시지다.
스페이스X 독주와 유럽의 위기감
현재 저지구궤도(LEO) 위성통신 시장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스타링크)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중국 등도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유럽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LEO 위성 분야에서 미국·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유럽의 기술 주권과 독립적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텔샛에 2조원 투자…프랑스가 최대주주로
프랑스 정부는 유럽 내 위성통신 기업 유텔샛(Eutelsat)에 13억5000만 유로(약 2조1400억원)를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기로 결정했다.
유텔샛은 2023년 영국 위성통신업체 원웹과 합병하면서 영국 정부가 1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독일 정부도 우크라이나 내 단말기 확대를 지원하는 등 유럽 각국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유텔샛을 스페이스X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정학·정치적 배경…머스크 견제, 유럽 우주주권 강화
유텔샛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독일의 자금 지원을 받아 현지 단말기 공급을 확대하는 등, 스페이스X(스타링크)가 제공하는 통신망에 맞서 유럽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한 유럽 내 반감, 그리고 미국·중국 주도의 우주 패권 경쟁 구도에서 유럽의 독립적 위상 확보가 이번 투자와 정책의 핵심 배경이다.
국제협력·공공-민간 파트너십 강화
마크롱 대통령은 인도, 캐나다, 브라질, 걸프국가들과의 협력을 촉구하며, 유럽이 비유럽 지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적인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초에는 우주산업의 공공·민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우주정상회의’ 개최 계획도 발표했다.
유럽 우주산업 르네상스의 분수령
프랑스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유럽이 글로벌 우주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프랑스가 선봉에 나선 가운데 향후 유텔샛의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 확대가 유럽 우주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