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2020년 12월 서울 한남동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차량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망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유족이 테슬라 미국 본사와 한국지사를 상대로 급발진 결함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기존 수사기관의 ‘운전미숙’ 결론과는 다른 주장으로, 테슬라 차량의 안전성과 데이터 신뢰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당시 사망한 윤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십년지기 친구인 사실도 사고 직후 알려졌다. 윤씨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충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거친 친구 사이다.
“텔레매틱스 데이터, 급발진 의심 정황”…유족 측, 본사·코리아 동시 제소
유족 대리인 하종선 변호사는 6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사고 차량의 텔레매틱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로 기록됐음에도 차량 속도 증가가 이례적으로 낮았다”며 “이는 대리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았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EDR(사고기록장치) 데이터는 화재로 소실됐지만, 텔레매틱스 데이터가 테슬라 서버에 저장돼 있어 사고 직전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또, 사고 당시 자동긴급제동장치(AEB)와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차량 문과 트렁크가 열리지 않아 신속한 구조가 어려웠다는 점도 소장에 포함시켰다.
하 변호사는 “제조물책임법상 정상 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량 결함이 추정된다”며 “운전미숙이 아닌 차량 결함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경찰 “운전자 과실”…국과수, 텔레매틱스·MCU 데이터 신뢰성 인정
그러나 앞서 수사당국은 사고 원인을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내렸다. 서울서부지검은 “대리기사가 충돌 직전까지 계속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대리기사를 불구속기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테슬라가 제공한 텔레매틱스 자료와 차량 내 MCU(미디어 컨트롤 유닛) 저장 데이터가 일치함을 확인했고, CCTV 영상의 속도 분석 결과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즉, 테슬라 측 데이터의 신뢰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급발진 없다” vs. 세계 곳곳서 유사 소송…미국선 비공개 합의도
테슬라는 국내외에서 제기된 급발진 의혹에 대해 “정밀 조사 결과, 대부분 운전자 오조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1년까지 보고된 테슬라 급발진 의심 246건을 모두 오조작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미국·중국 등지에서는 여전히 수백 건의 급발진 민원이 제기되고, 사망사고 유족과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Y 급발진 사망사고 역시 유족과 테슬라가 비공개 합의로 종결했다.
전문가 “기술적 결함 입증 어려워…제조물책임법상 논란 여전”
전문가들은 “테슬라 차량은 가속페달·브레이크 등 모든 조작 기록이 남고, 이중센서 등 안전장치가 설계돼 있어 급발진 결함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외 법원에서 제조물 결함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다만, 유족 측은 “국내법상 정상 주행 중 사고는 결함 추정이 가능하다”며 법적 다툼을 이어갈 방침이다.
“급발진 논란, 데이터 신뢰성·법리공방이 핵심”
이번 한남동 테슬라 사고는 차량 데이터의 신뢰성과 급발진 결함 입증, 그리고 제조사 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법리공방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족 측의 소송이 테슬라 차량의 안전성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