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테슬라가 2025년 말까지 5000대 생산을 선언했던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
TechCrunch, Trendforce, The Information, AInvest, LinkedIn, Futurism 등의 외신들과 주요 서플라이 체인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6월 중순을 기점으로 옵티머스 관련 부품 신규 조달을 사실상 중단했고, 전체 생산 대수 역시 당초 목표의 수백 대 수준에 그치는 등 목표와의 갭이 현저하다고 전했다.
빅테크 업계에서는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주창한 ‘인간 노동의 대체자’라는 제조 혁신 비전도 이번 대대적 난항으로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줄줄이 드러난 기술적 난관…관절·배터리 한계
대량 생산이 지연된 1차 원인으로는 엔지니어링(hardware) 측면의 근본적 한계가 꼽힌다. 최신 금융 및 기술 전문지의 종합 보도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관절 모터의 과열 ▲전송부 내구성 미흡 ▲배터리 수명 부족 ▲손가락 모듈의 내구성 저하 등이다.
현장 투입 중인 테스트용 옵티머스 로봇조차 인간 노동자의 절반 이하 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 부품 1200대분을 확보했으나 실제 조립 완료는 1000대 미만이었으며, 이후 신기술 적용을 위한 설계 재조정(약 2개월)을 진행하면서 신규 부품 발주는 중단됐다.
한편, 테슬라의 서플라이어들은 손가락 모듈 등 핵심 부품의 설계 미비와 내구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2025년 내 대량생산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동종 로봇 업체들이 손가락 자유도를 낮추거나 설계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을 모색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테슬라 역시 유사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더십 교체와 조직 혼란…방향성 ‘안갯속’
생산 차질은 조직의 리더십 공백도 한몫했다. 2025년 6월, 옵티머스 프로그램을 총괄하던 밀란 코바치 부사장이 사임했고, 후임에는 자율주행 및 AI 분야 전문가인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 부사장이 내부 승진하는 등 조직 재편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대량생산 준비 과정의 일시정지 및 프로그램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외부 우려 또한 확대됐다. 특히 기존 팀장 해임 이후 머스크의 강한 일정 압박이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여서, 당초 ‘2025년 5000대 생산’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봇 생산의 9회말 고민, 산업 현실은 3회 초”
옵티머스 사태는 일론 머스크가 모델3 생산 당시 고백했던 “지나친 자동화는 실수였다”는 반성문을 연상케 한다. 업계에서는 ‘로봇을 통한 제조 혁신’이라는 테슬라의 도전에 산업계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한다.
실제로 크리스 월티 전 옵티머스팀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 자동화의 9회말 이슈인데, 산업계는 아직 3회초 수준”이라며, 시기상조론을 제기한 바 있다.
테슬라, 재정압박 속 모빌리티 신사업 올인
심각한 기술·경영 리스크는 테슬라 본업의 경영실적 악화와 맞물려 있다.
테슬라의 2025년 2분기 자동차 부문 매출은 166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고, 총매출도 224억9000만달러로 12% 줄었다. 자동차 출하량은 13.5%나 줄어드는 등 위기 신호가 뚜렷하다.
머스크는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정책 변화와 자동차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은 힘든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비를 예고했다.
머스크 “5년 내 연 100만대도 가능”…하지만 과제는 산적
이러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머스크는 5년 내 옵티머스 연 100만대 생산 체제 구축 등 장기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시장 현실 그리고 경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과거 로보택시, 완전자율주행차 때처럼 ‘머스크식 낙관적 로드맵’이 또 한 번 좌초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