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미국 뉴저지에서 테슬라의 첨단 주행보조 기능(오토파일럿·FSD)이 탑재된 모델S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유족이 테슬라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테슬라의 시스템 설계 결함, 그리고 소비자 경고의무 미흡 논란까지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완전자율’ 믿다 참변…모델S, 도로 이탈해 가족 3명 사망
2024년 9월, 데이비드 드라이어먼(54)과 아내 미셸(54), 딸 브룩(17)은 음악축제에서 귀가하던 중 자신들의 2024년형 테슬라 모델S를 타고 뉴저지 가든스테이트 파크웨이를 달리다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표지판·가드레일·콘크리트 교량 지지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가족 3명 모두 사망했다.
사고 차량에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었다. 유족 측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차량의 결함 있는 설계로 차선 이탈과 긴급 제동 실패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테슬라, 위험성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
원고 측은 일론 머스크 CEO가 2016년 “오토파일럿은 아마도 사람보다 낫다”고 발언한 점을 지적하며, 테슬라가 운전자에게 모델S의 안전성 한계와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수천 명의 테슬라 운전자들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기술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완전한 자율주행을 보장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는 안전한 주행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테슬라에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배상금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FSD, 반복되는 사고와 소송
테슬라는 오토파일럿과 FSD를 이용한 주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이미 수년간 여러 차례 소송에 휘말려 왔다. 미 CNBC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이와 관련된 소송이 최소 15건 진행 중이다.
2023년 12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오토파일럿의 운전자 주의 환기 기능이 미흡하다며 미국 내 200만대 이상 테슬라 차량에 대한 대규모 리콜을 명령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경고 시스템을 강화했으나, 이후에도 사고와 추가 조사,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NHTSA와 각종 조사에 따르면 오토파일럿·FSD 관련 사망 사고는 2024년 10월 기준 51건(44건은 NHTSA가 직접 확인)이며, 2018~2023년 사이 956건의 충돌사고가 공식 보고됐다.
주요 원인으로는 시스템이 도로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운전자 개입이 늦어지는 ‘과신(過信) 유발’ 설계, 오토파일럿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운전자 주의가 떨어지는 현상 등이 꼽힌다.
업계·전문가 “완전자율주행, 아직 갈 길 멀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FSD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며, 운전자는 항상 도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HTSA와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시스템은 운전자 개입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고, 브랜드명 자체가 과도한 신뢰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컨슈머리포트 등 소비자단체 역시 “리콜 업데이트가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강력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자율주행 신뢰’에 경종…테슬라, 안전성 논란 지속
이번 소송은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와 안전성, 제조사의 소비자 경고의무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테슬라가 다시 섰음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한 우려와 규제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