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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30조 손실” 경고한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의 '교언영색'…총파업 23일 앞두고 동남아 휴가 논란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총파업이 불과 2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파업을 주도해온 최대 노조 위원장이 동남아시아로 1주일간 휴가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 안팎과 산업계, 주주사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임금·성과급 갈등이 반도체 생산 차질과 최대 30조원 손실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교섭·여론전을 지휘해야 할 노조 수장이 자리를 비운 것이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총파업 시계 ‘D-23’, 위원장은 해외


4월 28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동남아시아로 1주일 일정의 휴가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노조는 7만4000여명 안팎의 조합원을 보유한 삼성전자 최대 노조로, 이미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앞에서 약 4만명 규모의 투쟁 결의대회를 주도하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반도체(DS) 부문 노조 가입률이 80% 수준인 만큼 메모리 생산 라인 차질이 불가피하며, 최대 30조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쟁의권도 이미 확보돼 있다. 3월 18일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약 9만 명 중 6만6019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93.1%가 찬성해 파업 돌입 요건을 충족했다. 노조는 향후 5개 사업장 반도체 라인의 전면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총파업 불참 땐 동료 아냐” 강경 메시지, 휴가 논란에 ‘역풍’


최 위원장의 해외 체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총파업 준비와 막판 교섭이 집중돼야 할 시점에 지도부 공백이 발생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일부 조합원들은 “회사와의 조율 창구가 가장 절실한 국면에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전략·전술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을 키운 것은 최 위원장이 휴가 중이던 27일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강경 입장문이다. 그는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리며 전 조합원 동참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 글이 ‘동남아 휴가’ 보도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위에서는 휴가 가서 글 쓰고, 밑에서는 파업 준비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적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노조 측은 “정기휴가 사용 자체는 개인의 권리”라는 입장이지만, 파업 D-23이라는 시점과 초기업노조 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정치적·전략적 판단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노조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성과급 15% vs 10%…‘30조 손실’–‘50조 파장’ 숫자로 본 파업 리스크


이번 갈등의 뇌관은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현행 성과급 상한제(연봉의 50% 수준)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사업부 간 실적 격차와 내부 형평성을 이유로 영업이익 1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학계, 증권가는 ‘숫자’로 파업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노조는 5개 사업장 반도체 라인이 18일간 멈출 경우, 메모리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이 최대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립대 송헌재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평택 반도체 공장 생산량의 절반이 타격을 입을 경우 손실은 1분당 수십억원, 하루 약 1조원 수준”이라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누적 손실이 5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 특성상 라인 ‘셧다운’ 후 재가동까지 2~3주가 추가로 소요되는 점도 리스크를 키운다. 파업이 6월 7일에 끝나더라도, 실제 생산·납기 차질은 7월 초까지 한 달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빅테크·420만 주주 ‘촉각’…“과거와 차원 다른 충격”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총파업 예고는 2024년 첫 파업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시장에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 등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급과 가격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파업 수순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납기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고객사는 이미 삼성전자 측에 “파업 시 수주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를 타진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20만 전자’ 수준을 회복하고, 연간 11조1000억원 규모 배당 계획과 420만명에 달하는 주주 기반이 부각된 직후라는 점에서, 노사 갈등이 주가·배당 기대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이 이례적으로 파업 자제를 당부하며 노사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1일까지 남은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노사·정부·정치권을 둘러싼 다자(多者) 협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더십 논란’이 협상 판도 바꿀까


관심은 최승호 위원장의 해외 휴가 논란이 향후 협상력과 조합원 결집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최대 30조원 손실’이라는 숫자로 여론전을 펼치는 와중에 위원장의 휴가 이슈가 불거진 것은 도덕성과 진정성에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사측으로서는 여론의 피로감을 활용해 강경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노조 일각에서는 “개인의 휴가는 논란과 별개로 봐야 하며, 쟁점의 본질은 성과급·임금 체계의 공정성”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파업 찬성률 93.1%, 반도체 부문 80% 가입률이라는 높은 조직력이 ‘지도부 리더십 논란’과 만나 어떤 방향으로 재정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후 두 번째 총파업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남은 23일 동안 노조는 내부 신뢰 회복과 대외 명분 축적이라는 이중 과제를, 사측은 글로벌 공급망과 420만 주주의 이해를 지키면서도 임금·성과급 체계를 방어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결국 이번 사태는 ‘동남아 휴가’라는 상징적 논란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과 노사 관계,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신뢰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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