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테슬라가 미국 자율주행 업계의 거물 헨리 콴(Henry Kuang)을 AI 및 딥러닝 자율주행 담당 디렉터로 영입했다. 콴은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에서 자율주행 총책임자를 지낸 인물로, 테슬라의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사업 확대와 기술력 강화의 핵심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콴의 합류는 최근 테슬라 오토파일럿(Autopilot) 및 자율주행 부문에서 잇따른 고위 임원 이탈, 대규모 구조조정, 그리고 AI 기반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중심의 전략 전환이라는 격변의 한가운데 이루어졌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오미드 애프샤(Omead Afshar) 등 핵심 임원들이 동반 퇴사하는 등 조직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헨리 콴의 자율주행 이력…페이스북에서 크루즈까지
헨리 콴은 메타(구 페이스북)에서 시니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2020년 크루즈로 이직해 '퍼셉션(Perception) 팀'을 이끌었고, 이후 자율주행 총괄(Senior Director, Head of Autonomy)로 승진했다.
크루즈에서 그는 센서 융합, AI 비전,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며, 2023년 크루즈의 대규모 사업 중단 전까지 핵심 리더로 활약했다. 이처럼 AI와 자율주행 전반에 걸친 실무와 리더십 경험을 고루 갖춘 인물은 테슬라 내부에서도 드문 사례다.
테슬라 로보택시…약속과 현실의 간극
테슬라의 로보택시 전략은 2016년 '마스터플랜 파트2'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2019년 "2020년까지 100만대 로보택시"라는 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출시는 수차례 연기됐고, 2025년 6월 22일에서야 텍사스 오스틴에서 10~20대의 모델Y 차량을 투입한 제한적 파일럿 서비스가 첫선을 보였다.
오스틴 파일럿은 초청받은 주주·인플루언서 대상, 지정된 지오펜스(Geofence) 구역 내에서만 운행, 승객 옆에 테슬라 직원이 '안전 모니터'로 동승하는 등 극도로 제한적 형태다. 요금은 상징적으로 4.20달러로 책정됐다. 아직 완전 무인 자율주행이 아닌, '감독 하의 자율주행' 단계임을 보여준다.
리더십 이탈과 조직 불안, 그리고 AI 인재 확보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자율주행 부문에서 수년간 리더십 이탈이 이어졌다. 2022년 AI 총괄 안드레이 카르파티(Andrej Karpathy), 2024~2025년 소프트웨어·하드웨어·로보틱스 부문 부사장 등 핵심 인력이 줄줄이 퇴사했다. 최근에는 내부 승진 위주 인사정책과 브랜드 이미지 악화, 조직 문화 이슈로 외부 인재 영입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헨리 콴의 영입은 이례적인 '외부 영입'이자, 테슬라의 AI·자율주행 기술력 재정비 의지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기술적·규제적 도전과 시장의 반응
테슬라 로보택시는 카메라 기반 비전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비전 온리' 전략을 고수한다. 이는 라이다(LiDAR)·레이더 등 다중 센서를 활용하는 웨이모(Waymo) 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접근이지만,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의 신뢰성 논란도 크다.
실제 오스틴 파일럿 초반, 일부 차량이 교통법규 위반, 역주행, 돌발 상황에서의 오작동 등으로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 대상이 됐다. 텍사스 주의회도 9월 시행될 신규 자율주행차 규제 전까지 서비스 연기를 요구하는 등,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
반면, 초기 이용자들은 "기존 FSD보다 부드럽고 쾌적하다", "앱이 직관적이고, 주행도 안전했다"는 긍정적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웨이모가 수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테슬라도 겪을 것"이라며, 전국적 확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AI 리더십 확보로 재도약 모색
테슬라의 헨리 콴 영입은 단순한 인재 보강을 넘어, AI·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와 로보택시 사업의 본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승부수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 규제 대응, 조직 안정화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콴의 리더십과 테슬라의 '비전 온리' 전략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무인 로보택시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