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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금지성분 2080 치약, 3년간 2500만개, 풀렸다…애경산업 넘어 식약처까지 '일파만파'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국민 생활용품 브랜드로 통하던 애경산업 ‘2080 치약’에서 식약처가 2016년부터 치약에 사용을 금지한 보존제 성분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제품이 최소 2,500만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3년간 유통되는 동안 규제 공백과 기업 내부 통제, 해외 OEM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고객불만과 소비자단체와 환경·시민단체들의 정밀조사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문제가 된 6개 품목 전량을 회수하는 자발적 조치에 나섰지만, “왜 3년 가까이 아무도 몰랐나”는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2,500만개 팔린 금지 성분 치약


13일 SBS 보도와 애경산업에 따르면 금지 성분이 검출된 2080 치약 6종은 중국 업체 도미(Domy)가 OEM 방식으로 생산해 2023년 4월부터 국내에 수입·유통됐고, 이 기간 판매 수량이 약 2,5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회사 측은 이 가운데 약 82%가 4g 1회용 포장 등 여행용·숙박시설 세트 등에 들어가는 소용량 제품이며,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튜브형 일반 치약은 약 18%, 450만개 수준으로 추산했다. 6개 회수 대상 품목은 ▲2080 베이직치약 ▲2080 데일리케어 치약 ▲2080 스마트케어플러스 치약 ▲2080 클래식케어 치약 ▲2080 트리플이펙트 알파 프레쉬 치약 ▲2080 트리플이펙트 알파 스트롱 치약 등으로, 모두 중국 도미가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수입·판매해 온 제품이다.

​최대 0.15% 트리클로산…“3년간 판매” 논란


애경산업 자체 검사에서 문제가 된 6종 치약에서 트리클로산이 중량 기준 최대 0.15%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해당 성분이 ‘미량’이라고 설명하지만,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치약·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어 검출 자체가 규정 위반이 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트리클로산이 호르몬 교란(내분비계 교란) 가능성과 내성균 유발, 장기 노출 시 발암성 논란 등이 제기되자 2016년 화장품·구강용품에서 단계적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치약 등 구강용 제품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애경산업이 지난해 12월 정기 내부 품질검사 과정에서 중국산 2080 치약 6종에서 트리클로산이 혼입된 사실을 확인해 식약처에 보고한 뒤, 올해 1월 5일자로 회수 명령이 내려지고 6일부터 전량 회수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품들은 “국내에서 약 3년간 판매됐다”는 취지로 소개되며 유통 기간이 더 길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식약처 2025년 검사 ‘불검출’…규제·감시 공백 드러나


소비자 불신을 키운 대목은 불과 1년 전 식약처가 국내 유통 치약 30종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80 베이직치약을 포함한 전 품목에서 ‘불검출’ 판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당시 검사 대상에는 국내 생산 2080 베이직치약 등이 포함됐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OEM 6종 전체가 포함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검사에서 불검출 판정이 나온 만큼 현재 회수 대상 제품을 직접 수거해 재검사 중”이라며, 금지 성분 혼입 경로와 관리 책임 소재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트리클로산은 한때 전 세계적으로 손 세정제, 비누, 치약 등 위생·미용 제품에 널리 쓰였으나,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과 환경 독성, 항생제 내성균 증가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EU·한국 등에서 단계적 퇴출·제한 조치가 진행 중인 물질이다.

애경 “국내 생산 127종은 이상 없어”…소비자단체 “검증 과정 공개하라”

 

애경산업은 “2080 치약 127종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6종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모두 국내 생산으로,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국내 생산 라인 제품에는 품질·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자체 검사에서 트리클로산 혼입을 확인하자 즉시 해당 제품 생산·수입·유통을 중단하고, 식약처 보고와 동시에 제조일자·영수증 여부와 관계없이 전량 회수·환불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환경·시민단체는 “트리클로산이 금지 성분이라는 사실을 업체와 중국 OEM 생산자가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며 ▲성분 사전 검증 절차 ▲해외 OEM 성분 사양 관리 체계 ▲내부 품질검사 주기와 샘플링 방식 ▲이상이 발견된 시점부터 실제 회수 공지까지 걸린 시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녹색소비자연대 등 단체들은 “왜 소비자 신고나 당국 검사보다 기업 자체 검사에서 먼저 문제가 드러났는지, 그 사이 판매된 물량에 대한 건강 영향 평가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부실했다”고 지적한다.

트리클로산, 해외 규제·위해성 논란 현주소
 

세계보건기구(WHO)와 학계 일부 연구에서는 트리클로산이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 변동, 내분비계 이상, 환경 축적에 따른 수생 생물 독성 등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한국처럼 이미 구강용 제품에서 사용을 금지한 국가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된 제품이 대량 유통된 것은 ‘규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준치 논쟁을 넘어 기업·정부 신뢰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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