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한국의 실업급여 지급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아지면서 구직자의 취업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25년 9월 25일 발표한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일하는 것보다 놀면서 받는 게 더 유리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세후 최저임금 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월 193만원 현실화
2025년 기준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193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세후 실수령액 기준 최저임금(약 187만원)보다 높으며, 실제 최저임금 월급(약 188만원, 세전 기준)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많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80%에 해당하는 구직급여 하한액이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를 초과하며 일한 대가보다 실업급여가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총은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구직급여 하한액이 평균임금 대비 41.9%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구직자들이 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유인이 크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실제 사례로 한 40대 회사원은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직원이 정규직 전환 제안을 거부하며 실업급여로 유럽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 또한 “간호조무사가 실업급여를 받겠다며 자주 그만둬 인력난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반복 수급자 급증...‘취업과 실업’의 악순환
현행 실업급여 수급 요건이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어 최근 18개월 중 최소 180일(약 7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약 4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취업 후 짧은 기간 일하고, 다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반복 수급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실업급여를 2회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는 49만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28.9%에 달하며 이 숫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극단적인 경우 한 수급자가 24회에 걸쳐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도 보고됐다.
경총은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이 99.7%로 사실상 ‘신청하면 다 받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며 제도의 허점과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또한 최근 5년간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12만건 이상, 금액은 약 1409억원에 이르러 관리 감독 체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출산·육아 비용도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재정 악화 심각
고용보험기금 내 실업급여 계정에서 출산·육아 지원을 위한 모성보호급여 비용이 함께 지출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24년 모성보호급여 지출액은 4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며, 국고 지원 비율은 15.5%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 기금은 2017년 10조2000억원대였으나 2024년에는 고갈되어 20조원가량의 공공자금을 외부에서 빌려 쓰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이자 지급액도 급증하여 2024년에는 연간 311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총, 제도 전면 개편 촉구...“하한액 폐지·수급 요건 강화·반복 수급자 제재 필요”
경총은 이번 보고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구직급여 하한액 폐지 ▲실업급여 수급 요건 강화(기준 기간 24개월, 기여 기간 12개월) ▲반복 수급자에 대한 제재 강화 ▲모성보호 비용의 일반회계 이전 ▲직업능력개발사업의 현장 수요 기반 개편 등을 제시했다.
경총 임영태 본부장은 “관대한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실업급여 제도가 노동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발하며, 한국 경제의 노동 생산성 및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대안 모색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