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자회사 코카콜라음료가 지난해 12월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및 하나로클럽 내 42개 위탁점에 '2025년 6월 30일 계약종료'를 사전 통보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상생경영’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약 200~400명에 달하는 판촉·진열 등 위탁점 소속 직원들의 실직사태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각 대리점에서 최근 두 달 사이 평균 10명 안팎, 일부는 한 번에 11명을 정리해고한 사례도 보고됐다.
계약종료의 직접적 사유에 대해 코카콜라음료 측은 “경쟁사들이 이미 2년 전부터 직영 체제로 전환, 매장관리 효율성 강화에 나섰고, 당사도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정체,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코카콜라음료는 최근 3년간 위탁점에 연평균 60억원가량의 용역 수수료를 지급해 왔으며, 위탁점은 코카콜라 외 10여 개 브랜드 제품 취급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반면 위탁점주와 관련 협회는 “10년 중장기적인 유통 협력을 통해 전국 농협 코카콜라 매출을 326억원(2016년)에서 553억원(2024년)까지 69% 성장시킨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계약연장에 대한 신의 유지 전제 아래 투자된 인력·자본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며 강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위탁점주들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해지와 함께, “본사가 계열 위탁점 상위 직원들을 선별 스카우트 했다”는 일각의 의혹까지 제기했으나 이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일방적 계약해지로 인한 ‘직원 퇴직금 부담’은 현재 위탁점주들에게 심각한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퇴직금 보상 및 위로금 지급 요구가 본사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상태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 당시 대리점주들에게 40억~76억원대 위로금이 지급된 전례를 상기하며, 유통업계에선 이번에도 수십억 위로금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특히 “쿠팡 로켓배송에서 그간 제외돼 있던 코카콜라가 2024년 1월부터 4년 9개월여 만에 입점 재개되면서, 매출 회복 탄력을 노려 직영화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해석도 업계 내에서 나온다. LG생건과 쿠팡은 거래단절·공정위 신고 등 갈등 끝에 법적·행정적 조정 이후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했다.
현재 LG생건 본사는 “유통환경 변화와 경영전략에 의한 정당한 조치”임을 고수하며, 위탁점의 위로금 등 보상 요구에 법적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위탁점주들은 "상생 명분 실현" 차원에서 위로금 지급 또는 최소한의 현실적 보상, 수수료 인상 등을 강하게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 중이다.
이번 사태는 현행 ‘대리점 보호법’(가맹사업법)의 사각지대 이슈와 맞물려 중소유통의 구조적 불안, 일방적 계약관계의 위험성, 그리고 대기업-대리점 간 상생 담론을 다시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통계와 사회적 관심이 LG생건-코카콜라음료의 향후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