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서욱 전 국방장관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입은 국내 방산업계에서 전례 없는 첫 사례다.
과거 군 고위직의 방산기업 진출과도 뚜렷이 구분된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영향력과 전관예우 논란 등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 사례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로비스트 논란’의 대표 사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등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민간 방산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는 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충돌과 로비스트 논란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현직 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이다.
오스틴 장관은 퇴역 직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2위 방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 이사로 재직하며 약 140만 달러의 보수와 50만~17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장관 지명 당시 오스틴은 “레이시온 관련 사안에 4년간 관여하지 않겠다”며 주식도 모두 처분하고 공식적으로 이해충돌 방지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재직한 2021년 이후에도 미 국방부는 레이시온에 23억6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연이어 수의계약 형태로 체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질적 영향력 행사” 및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국방부와 방산업계의 ‘회전문’(revolving door) 관행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지프 던퍼드 전 합참의장…록히드마틴 이사로 ‘즉각 이동’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조지프 던퍼드 전 미 합참의장이다. 그는 2019년 퇴임 직후 불과 4개월 만에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이사회에 합류했다. 던퍼드는 재임 시절 F-35 전투기 사업의 강력한 옹호자였고, 퇴임 직후 곧바로 해당 기종을 생산하는 록히드마틴의 고액 이사직을 맡으면서 “이해충돌” 및 “방산 로비스트” 논란이 제기됐다.
미 정부는 일정 기간 내 직접 로비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위직 인맥과 정책 경험을 활용해 방산기업의 대형 수주 경쟁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회전문’ 관행의 구조적 문제
이 같은 ‘회전문’ 관행은 미국 방산업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최소 36명의 전·현직 국방부 고위직이 방산기업으로 이동했으며, 이들이 몸담은 기업들은 890억 달러 이상의 국방 계약을 수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윤리규정에 따라 일정 기간 직접 로비는 금지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책 설계, 자문, 이사회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제도적 대응과 한계…한국적 상황 '특수성' 고려 필요
미국 의회와 시민단체는 ‘방산업계-정부 간 회전문’의 폐해를 막기 위해 윤리규정 강화, 취업 제한 기간 확대, 주식 보유 금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실제로 오스틴 장관의 사례처럼 공식적으로는 이해충돌 방지 조치를 취했더라도, 방산기업에 유리한 정책 결정이나 대형 계약 체결이 이어지면서 “공정성 훼손”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국방 고위직의 방산기업 취업은 일반화된 현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키위한 장치들이 많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로비스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 역시 최근 서욱 전 국방장관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입 등 유사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로비스트의 법적,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감시가 절실하다는 경각심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