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9월 8일 금융감독원에 DB그룹 최대주주(김준기, 김남호, 김주원)의 5% 이상 대량 주식보유 공시 위반 혐의 조사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사안은 최근 9월 3일 여러 매체에서 “김남호 DB 명예회장, 20년 의결권 제한 풀렸다”는 기사로 처음 폭로됐다.
2004년 8월, 김준기 창업회장은 장남 김남호에게 동부정밀화학(현 ㈜DB) 주식 84만주를 증여하며 20년간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건을 걸었고, 차녀 김주원에게도 비슷한 조건으로 44만8412주를 증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 결과, 김남호 명예회장은 명목상 최대주주임에도 20년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으며, 실제 경영권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유지해온 셈이다. 당시 김준기는 개인지분 46.21%에서 증여 이후 14.00%로 줄었으나, 의결권 제한 조건으로 실질적 경영권을 지속 장악했다는 해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상장법인 주식 5% 이상 지분 보유 시 5일 이내에 ‘보유주식 주요 계약내용, 의결권 제한조건, 기타 변동사항’ 등을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공시)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DB그룹은 대량보유보고서 어디에도 의결권 제한 계약을 기입하지 않았고, 최근 공시에서도 오로지 담보 관련 사항만 언급됐다.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상 ‘의결권 제한⋅행사 조건’은 반드시 주석으로 명기해야 할 의무사항임에도, 20년간 공시 누락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 기재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5% 공시 위반 시 과징금 부과, 거래 및 임원 정지, 해임 권고, 고발 및 수사 등의 강력 제재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중대 위반은 최대 5년 이하 징역과 2억원 이하 벌금까지 처해질 수 있으며, 2025년 7월 개정 자본시장법으로 과징금 한도는 기존 대비 10배 상향(시가총액 1/10,000→1/1,000)됐다.
또한 DB그룹은 1990년대부터 계열사 승계를 위해 한국자동차보험(DB손해보험), 동부증권(DB증권), 동부씨엔아이(동부정밀화학에 흡수합병) 등 주요 계열사 지분 사전증여 관행이 확산됐으며, 이 과정에서 ‘의결권 제약 조건’이 반복적으로 적용된 정황이 있다. 관련 계약이 공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존재할 수 있다는 업계 평가도 뒤따른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자본시장 투명성과 공정성, 사익 편취 방지라는 제도의 취지를 위반한 중대한 사안”이라 지적하면서 "금융감독원이 DB그룹 지배주주 일가의 5% 이상 대량주식 보유보고의무 위반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하고, 위반 적발 시 엄중처벌로 재발방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법의 실효성과 국내 기업지배구조 감시 체계의 신뢰성, 시장 정보공개의 투명성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며, 향후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에 업계와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