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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에르메스코리아, 1.1조 한국매출에 웃고 '싱가포르行 5788억'에 운다…당기순이익 97.6% 싹쓸이 배당·현금성자산 1년 새 58% 증발

매출 1조 1,251억 돌파…영업이익률 27.2%의 '명품 프리미엄'
순이익의 97.6%를 배당으로…싱가포르 모회사에 현금 2,350억 직송
판관비 2,234억 중 '지급수수료'가 1,207억…판관비의 54% 차지
특수관계자 매입 5,788억…매출의 51.5%, 'Hermes South Asia'에 5,311억 의존
현금성자산 58% 증발…재무 체력의 경고등
운용리스 미래 지급의무 854억…리스비용도 확대
무형자산 불과 4.6억…영업권은 이미 2021년 상각 완료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에르메스코리아 유한회사(대표이사 한승헌)가 2025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을 과시했지만, 벌어들인 순이익의 97.6%에 달하는 2,350억원을 싱가포르 모회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또 특수관계자와의 매입 거래 규모도 5,788억원에 달해 매출 절반 이상이 본사 계열사 구매 채널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며, 현금성자산은 전년 945억원에서 396억원으로 58.1%나 급감해 실질적 재무 여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보고서상 법적 소송 관련 변호사조회는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기재돼 있어 법적 리스크의 투명한 공개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매출 1조 1,251억 돌파…영업이익률 27.2%의 '명품 프리미엄'


4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에르메스코리아 유한회사 제29기(2025년 1월 1일~12월 31일) 감사보고서(삼일회계법인, 2026년 3월 19일 작성)에 따르면, 2025년 매출액은 1조 1,251억원으로 전년(9,643억원) 대비 16.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055억원으로 전년 2,667억원 대비 14.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7.2%로, 명품 브랜드 특유의 고마진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매출총이익률도 47.0%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이익은 2,408억원으로 전년(2,095억원) 대비 14.9% 증가했다. 법인세비용은 671억원이었으며, 유효법인세율은 21.8%(전년 22.8%)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2,273억원으로 전년(2,214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순이익의 97.6%를 배당으로…싱가포르 모회사에 현금 2,350억 직송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배당 규모다. 자본변동표 및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에르메스코리아가 재무활동으로 지출한 현금은 배당금 단 한 항목으로, 총 2,350억원에 달한다. 전년(1,950억원) 대비 20.5% 급증한 수치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를 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2025년 중 좌당 2만6,563원(배당률 266%)의 중간배당 650억원을 실시했고, 기말 처분 예정 배당금으로 좌당 3만6,780원(배당률 368%)의 900억원을 추가 결의해 연간 총 배당은 1,550억원 규모다. 당기 순이익(2,408억원) 대비 배당성향은 64.4%(처분 기준)에 달하며, 실제 현금 지급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97.6%에 이른다.

 

이 배당금은 에르메스코리아의 유일 사원(출자자)인 싱가포르 법인 Hermes Travel Retail Asia Pte Ltd에 전액 귀속된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상법상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유일 사원이 본사 계열사인 구조 탓에 수천억원의 이익이 국내 재투자 없이 해외 본사 계열로 환류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판관비 2,234억 중 '지급수수료'가 1,207억…판관비의 54% 차지


판매비와 관리비는 2,234억원으로 전년(1,986억원) 대비 12.5% 증가했다. 세부 항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급수수료로, 1,207억원에 달해 전체 판관비의 54.1%를 차지한다. 전년(1,077억원) 대비 12.1% 증가한 수치다. 지급수수료는 백화점 입점 수수료, 용역비 등을 포함하는 항목으로, 명품 브랜드의 유통 구조상 핵심 비용으로 꼽힌다.

 

광고선전비는 288억원으로 전년(233억원) 대비 23.4% 급증해 공격적 마케팅 행보가 두드러졌다. 급여는 334억원, 퇴직급여는 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7%, 18.7% 증가했다.

 

 

특수관계자 매입 5,788억…매출의 51.5%, 'Hermes South Asia'에 5,311억 의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구조는 이 회사의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 따르면 2025년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매입 등 총액은 5,788억원으로, 전년(4,961억원) 대비 16.7% 급증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5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대 거래처는 인도 법인 Hermes South Asia로, 상품 매입액이 5,311억원에 달한다. 이 단일 계열사에 대한 채무 잔액도 583억원에 이른다. 최상위 지배기업인 Hermes International에 지급한 수수료 등도 73억원으로 전년(52억원) 대비 40.3% 증가했다. 시계 부문을 담당하는 La Montre Hermes에 대한 매입도 372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매출의 절반 이상이 본사 계열 특수관계자로부터 상품을 사 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본사의 공급가격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상존한다. 이는 독립적인 가격 협상력 부재, 이전가격 적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리스크 요인으로도 분류된다.

 

현금성자산 58% 증발…재무 체력의 경고등


재무상태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5년 말 396억원으로, 전년 말(945억원) 대비 549억원, 58.1%나 급감했다. 이는 대규모 배당금 지급(2,350억원)에 따른 현금 유출과 단기금융상품 취득(350억원, 양도성예금증서)이 맞물린 결과다. 단기금융상품 350억원을 포함한 유동성 자산 기준으로도 현금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50.2%로 양호한 수준이며, 유동비율도 272.7%로 단기 채무 상환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단기차입금은 없고 유동부채 1,430억원 중 미지급법인세(443억원)와 매입채무(665억원)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규모 배당 지급이 계속될 경우 현금 유동성 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재고자산은 2,056억원으로 전년(1,819억원) 대비 13.1% 증가했다. 재고자산 평가충당금도 569억원에 달해, 재고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운용리스 미래 지급의무 854억…리스비용도 확대


에르메스코리아는 서울 강남 신사동 본사 외에 전국 주요 백화점 매장을 운용리스로 운영하고 있다. 운용리스 계약에 따라 향후 지급해야 할 미래 최소 리스료는 1년 이내 18억원, 1~5년 이내 67억원, 합계 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82억원)과 비교하면 2.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명품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기 실제 지급한 리스료는 15억원이다.

 

무형자산 불과 4.6억…영업권은 이미 2021년 상각 완료


무형자산 잔액은 4억 6,133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열티에 해당하는 별도 항목은 존재하지 않으며, 2016년 'Le Monde D'Hermes Korea' 사업 양수도 당시 발생한 영업권(31억 7,833만 원)은 2021년 상각이 완료된 상태다. 기타 무형자산은 소프트웨어 등 소규모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법적 소송 변호사조회 '없음'…리스크 공개 불투명


외부감사 실시내용에 따르면 외부조회 항목 중 변호사조회는 'X(실시하지 않음)'로 기재돼 있다. 이는 감사보고서상 중요한 법적 소송이 없거나, 해당 항목에 대한 조회가 생략됐음을 의미한다. 에르메스 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불법 복제품 관련 소송, 유통 채널 규제 이슈 등에 상시 노출돼 있으나, 국내 법인 차원의 소송 정보는 이번 보고서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조 클럽 가입, 그러나 이익은 싱가포르行"…구조적 의존도 심화 우려


에르메스코리아는 1997년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라 유한회사로 설립된 이후 29년간 한국 명품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에르메스코리아가 국내에서 창출한 세전 이익 3,079억원 중 법인세 671억원은 한국 정부에 납부됐지만, 나머지 이익에서 2,350억원이 배당으로 해외 모회사에 지급됐다. 유형자산 투자(취득액 71억원)나 무형자산 투자(4억원)와 견줘보면, 한국 시장에 대한 재투자 규모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에르메스가 드러낸 민낯은 한국 소비자 대상의 외형 성장의 과실이 국내 고용·투자 확대보다 싱가포르 및 파리 본사로 귀결되는 구조가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소비자를 통해 창출한 막대한 이익이 본사 계열 특수관계자 상품 매입과 배당 지급으로 대부분 환류되는 에르메스코리아의 재무구조는, 명품 기업의 '한국 시장 착취' 논란과 맞물려 향후 규제 당국의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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