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일본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80대 여성이 SNS에서 만난 가짜 ‘우주인’에게 속아 100만엔(약 941만원)을 송금한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퓨쳐리즘 등의 외신 보도와 미국 FTC 2023년 로맨스 스캠 피해 보고서, 2025년 AI 딥페이크 및 사이버 사기 통계에 따르면, 이 ‘우주인’은 우주선에서 지구로 귀환 도중 산소 부족 상황이라며 돈을 요구했고, 여성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 사이에 안타깝게도 속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경찰에 신고되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세계은행 기준으로 고령화율 2위 국가로 노인층이 조직적인 사기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하는 ‘로맨스 스캠’이 진화해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얼굴과 음성 모방, AI 챗봇을 통한 자연스러운 대화까지 가능해져 피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약 11억4000만 달러(약 1조5800억원)에 이르며, 1인당 평균 손실액은 2000달러(약 277만원)를 넘어 모든 사기 유형 중 가장 피해액이 크다. 이는 전년 대비 피해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AI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기 수법도 급증하고 있다. 2025년 통계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사기 공격은 2022년 대비 3000% 이상 증가하며, 실시간 화상 통화 중에도 사실적인 가짜 얼굴을 만들어 피해자를 속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AI 음성 합성기로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의 음성을 모방하는 수법도 확산 중이며, AI 챗봇이 긴 문자 대화까지 이어가면서 피해자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에서는 고령자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특수 사기 피해 사건에서 65세 이상 피해자가 약 65%를 차지하는 등 고령층이 조직적 사기범들의 핵심 표적이다. 노인들은 고립감과 높은 사기 신뢰도를 가진 특성이 피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 확산으로 피해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 경찰은 SNS에서 현금을 요구하면 즉시 사기 의심 후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로맨스 스캠 피해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2024년 호주 서부에서는 데이트 사기 피해액이 전년 대비 34.6% 증가해 약 500만 호주달러(4억5000만원)에 달했다. 한 피해자는 집과 퇴직연금까지 사기당하는 등 심각한 재산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사회 전반에서 감정적 접근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된 신종 사기 수법은 이제 단순한 인터넷 사기를 넘어 고도의 심리적 조작과 기술적 속임수로 진화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사기범들이 인간의 심리와 정서적 약점을 매우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SNS 상의 만남이나 관계 형성에서 금전 요구가 발생하면 즉각 의심하고 전문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