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경기 부천 귀뚜라미 물류창고에서 지붕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작업자가 추락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 5일 오전 10시 42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2층짜리 물류센터 지붕에서 A씨가 12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 씨가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인근 가천대 길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지붕 철거 작업을 하다가 슬레이트 지붕 일부가 부서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철거업체 대표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A씨는 안전모를 썼으나 안전고리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 중이었으며, 석면 제거 허가는 받았으나 전체 해체 허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석면 제거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고위험 작업이다.
특히 안전고리 미착용 및 현장 관리의 부실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망이나 작업 발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번 추락사고가 단순한 개인 과실이 아니라 관리 체계 부실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2023년 1분기까지 국내 물류센터 산업재해자는 9만1662명 중 약 17.9%(1만6438명)가 운반·상하역 및 운전작업 중 재해를 입어 해당 직군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류·창고업 전체 산업재해 재해자 수는 2018년 5291명→2019년 6173명→2020년 710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19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자동화와 대형화, 고령 근로자·비정규직 등 취약한 구성환경에 기인하며, 안전 관리 체계의 부실함이 심각한 사업장 위험으로 직결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싱가포르·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철저한 안전 기준 및 관리감독 강화, 현장중심 예방기법 도입으로 추락사고 발생율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현장은 법적 기준은 마련되어 있으나, 일선 집행력과 현장 관리자 책임의식 결여, 실질적 감시 불충분이 사고 반복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2m 이상 고소작업에서 추락방지시설(난간, 발판, 안전망 등) 설치를 명령하고 있다. 법률 위반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은 물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민사 손해배상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안전규정 미착용, 현장관리 소홀, 작업허가 소홀 등 인식 부재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부천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 및 노동자 교육 강화, 제도적 감시 확대를 약속하며, 반복되는 산재비극의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안전관리 전문가는 "부천 귀뚜라미 물류센터 추락사고는 단순 현장 과실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구조적 안전망 허점을 드러낸 일"이라며 "경제적 손실·생명 희생이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사업주, 현장 관리자, 제도권 모두의 실질적 책임 강화와 법적 집행력 제고, 선진국 예방시스템 벤치마킹, 노동자 실천적 안전교육 확립이 시급하다는 경각심을 새롭게 환기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