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4)과 자녀들 간의 20년 넘는 상속 분쟁이 2025년 9월 8일(현지시간), 약 33억 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극적 합의로 최종 마무리됐다.
BBC, 뉴욕타임스, CNN, NPR, 위키피디아, 스카이뉴스, DW, 유로뉴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보수 성향의 장남 라클런 머독(54)이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 코퍼레이션의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며, 향후 2050년까지 안정적인 가족 신탁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이번 분쟁은 라클런과 정치적으로 대립해온 차남 제임스 머독(53), 장녀 프루던스(67), 차녀 엘리자베스(57) 간의 갈등이 핵심이었다. 이들은 각각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5300억원)의 현금 합의금을 받고 폭스 및 뉴스 코퍼레이션 클래스 B 주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가족 신탁에서 완전히 물러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두 명의 막내 이복여동생 그레이스(24)와 클로이(22)가 포함된 새로운 가족 신탁이 설립돼 라클런이 그 신탁을 통해 미디어 제국의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한다.
루퍼트 머독의 주요 목표는 자신의 언론 제국이 유지해온 보수적 정치 노선을 사후에도 지속하는 것이었다. 라클런은 아버지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왔던 반면, 제임스와 엘리자베스 등 남매들은 중도 또는 진보적 성향을 띠며 2020년 조 바이든 대선 캠프에 후원하는 등 노선 차이가 컸다. 이번 합의로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 매체는 향후에도 강력한 보수 편향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번 상속 분쟁은 HBO 인기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실제 모델로 꼽히며, 미국 내 미디어 가문 간 권력 다툼과 정치적 영향력 싸움의 현실판으로 주목받았다. 2023년 말 루퍼트 머독과 라클런이 가족신탁 조건을 수정해 라클런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려 했으나 네바다 법원이 신의성실 원칙 위반으로 기각하면서 법정 다툼이 격화됐다가 이번 합의로 일단락됐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재임 시기와 이후 시청률이 40% 이상 급증해 미국 내 최대 보수 매체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번 분쟁 종료로 미디어 제국의 보수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면서, 미국 내 정치 여론과 글로벌 보수 언론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