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한국법인 로로피아나코리아(대표이사 디에고프렌체스코스코티,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48)가 2025년 매출 15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성장하는 외형적 호황을 기록했지만, 단기차입금이 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97.1%나 폭증하는 사이 현금성자산은 겨우 3억원대로 쪼그라들며 유동성 위기의 민낯을 드러냈다.
영업활동에서 무려 239억원의 현금이 순유출되는 '성장의 역설'이 작동하고 있고, 자산의 68.8%를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차입금 의존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최상위 지배자는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이며, 지배기업인 이탈리아 Loro Piana S.p.A.가 발행주식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이익 창출 구조에서 본사 의존도와 수익 귀속 문제가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4월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로로피아나코리아의 2025년(제32기, 1월~12월) 매출액은 1568억원으로 전년(1342억원) 대비 1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매출액은 1563억원, 수수료수입은 5억500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112억원을 기록해 전년(95억원) 대비 17.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01억원으로 전년(67억원) 대비 50.5%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7.1%, 순이익률은 6.5%다.
이익잉여금은 452억원으로 전년(351억원)에서 101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당기순이익 전액을 사내에 유보한 결과다. 자본변동표를 보면 2025년 배당금 지출은 없었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설립 이래 쌓아온 이익잉여금이 452억원에 달하는데도 배당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본사가 별도의 수익 회수 경로를 통해 실질 이익을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판관비 급팽창과 수수료의 덫
판매비와관리비는 722억원으로 전년(612억원) 대비 18.0% 증가해 매출 증가율(16.9%)을 웃돌았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항목은 판매수수료 309억원이다. 매출 대비 판매수수료 비율이 19.7%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18개 매장에 대한 특정매입거래계약 구조상 발생하는 이 비용은 백화점 채널 의존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광고선전비는 72억원, 급여는 139억원(전년 120억원), 임차료는 4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급수수료는 27억원으로 전년(14억원)에 비해 95.4% 급등했다. 특수관계자인 Loro Piana Japan Ltd.에 4억원, LVMH Asia Pacific Limited에 2억6000만원 등의 서비스용역비가 LVMH 그룹사 간 거래로 지출됐다. 이처럼 그룹 내부 거래를 통한 비용 유출 구조가 다층적으로 형성돼 있다.
본사 매입 의존과 특수관계자 구조
로로피아나코리아가 판매하는 전 상품은 이탈리아 본사 Loro Piana S.p.A.로부터 독점 매입한다. 2025년 본사 상품매입액은 707억원으로 전년(833억원)에서 15.1% 감소했는데, 이는 기초 재고를 소진하면서 신규 매입 규모를 줄인 결과다. 당기말 현재 Loro Piana S.p.A.에 대한 미수금 잔액은 28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로로피아나코리아는 2017년 1월 1일부터 Loro Piana S.p.A.와 'Service Agreement'를 체결해 본사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고 당기 수수료수익 5억5000만원을 인식했다. 즉, 한국 법인이 본사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수입·판매하면서도, 역으로 본사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형적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폐성 외화자산·부채는 LVMH 그룹사의 내부환율로 환산한다고 명시돼 있어, 그룹 내 환율 설정 방식이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도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금 3억 vs 단기차입금 575억…유동성 공포
외형 성장의 뒤편에서 유동성 지표는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025년 말 현재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억2500만원으로, 1년 전(9억1500만원)에서 64.4% 급감했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575억원으로 전년(292억원) 대비 무려 97.1% 폭증했다.
차입처는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AG) 420억원, 한국씨티은행 155억원이며, 이자율은 3.03%~3.40% 수준이다. 회사는 Deutsche Bank AG와 총 420억원(100억 한도 약정 + 320억 일반운영자금 대출)의 대출거래 약정을, Citi Bank와 480억원 한도의 대출거래 약정을 맺고 있다. 대출 한도 대비 실제 차입 규모가 빠르게 한도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신호다.
이자비용은 18억7000만원으로 전년(9억7000만원) 대비 92.6% 급등했다. 차입 비용이 불어나면서 영업이익에서 이자를 뺀 실질 이익 여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119.2%, 유동비율은 169.7%로 집계됐다. 유동비율만 보면 양호해 보이지만, 유동자산의 대부분이 현금화가 느린 재고자산(922억원)이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239억, '이익의 함정'
당기순이익이 101억원임에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39억원이다. 전년(-38억원)에 비해 현금 유출이 6배 이상 악화됐다. 이는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매입채무가 338억원에서 0원으로 전액 해소됐고(이탈리아 본사에 대한 매입채무 완제), 매출채권이 19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운전자본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283억원이나 추가로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활동에서도 51억원이 순유출됐다. 임차개량자산 취득에 49억원(전년 29억원)이 투입돼 매장 인테리어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결국 영업·투자 양쪽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를 단기차입금 증가(+283억원)로만 버티고 있는 셈이다.
재고 922억, 자산의 68.8%를 짓누르다
재고자산은 922억원으로 자산총계(1340억원)의 68.8%를 차지한다. 재고자산이 연간 매출(1568억원)의 58.8%에 이른다는 사실은, 고가의 명품 의류와 원단 특성상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재고 부담이 과도하게 누적될 경우 평가손실과 유동성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내포한다.
실제로 당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3477만원으로 전기(2억7458만원)보다 줄었으나, 보험사(현대해상)에 가입된 종합재산보험의 재고 부보액이 1707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잠재 규모를 방증한다.

법정소송·우발부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조회 결과 법정소송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고서 내 소송 내용과 소송금액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외부조회 항목에서 '변호사조회: O(실시)'로 표기됐다는 사실은 법적 분쟁이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감사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소송 금액과 건수는 공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장 뒤에 숨겨진 세 가지 구조적 함정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매출이 16.9% 늘고 순이익이 50.5% 뛰었다고 환호할 일이 아니다. 현금성자산 3억원에 단기차입금 575억원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현금 없는 이익 증가'로, 흑자도산의 교과서적 전조 증상"이라며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239억원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직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의 68.8%가 재고로 묶여 있고, 이를 조달하기 위한 차입금이 1년 만에 2배로 불었다는 것은 극단적인 재고 의존형 사업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독점 매입해 백화점 채널에 판매하는 구조에서 판매수수료만 309억원, 매출 대비 19.7%를 가져간다면 명품의 고마진 신화는 한국 시장에서 백화점과 본사가 나눠 갖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익잉여금이 452억원이나 쌓여 있는데 배당이 단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배당 대신 본사 상품 독점 매입 구조, 그룹사간 서비스 용역비, 내부환율 적용 등 여러 경로로 수익이 이미 본사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 조세당국의 이전가격 과세 위험도 잠재 리스크 항목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