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쿠첸은 2025년 한 해 동안 ▲내수 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매출 15% 급감 ▲해외 종속기업 전액 손상 처리(29억원) ▲적자 전환에도 불구한 지배기업 대규모 배당(53억원) ▲특수관계자 매입 의존 구조 ▲경영진 보상 급증이라는 복합적인 리스크 요인이 한꺼번에 표면화된 한 해였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본업의 경쟁력 회복 없이는 이익잉여금 소진과 함께 재무 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면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100% 자회사로서 지배기업의 자금 수요에 종속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쿠첸 자체의 성장 투자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중장기 리스크로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4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주식회사 쿠첸(대표이사 이중희)의 2025년 감사보고서(삼정회계법인, 2026년 3월 20일)에 따르면, 쿠첸의 2025년 연간 매출은 1,500억원(1,500억 6,152만원)으로 전년(1,764억 7,274만원) 대비 15.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3억 7,055만원을 기록해 전년(39억 6,704만원) 대비 40.2%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8억 5,957만원으로 전년(44억 9,54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하며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 매출 급감의 구조적 배경: 제품 매출 28% 폭락
매출 감소는 단순한 경기 요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매출액 세부 내역을 보면, 제품 매출이 923억원으로 전년(1,280억원) 대비 27.9% 급감한 반면, 상품 매출은 496억원으로 전년(396억원) 대비 25.3% 증가했다.
이는 자체 생산 제품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출의 지리적 분포를 보면, 국내 매출이 1,430억원(전체의 95.4%)으로 압도적이며, 유럽·아시아 등 해외 매출은 5% 수준에 불과해 내수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다.
주요 고객 집중도 리스크도 눈에 띈다.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이 2개사로, A사에 대한 매출이 456억원(전체의 30.4%), B사가 154억원(10.3%)에 달한다. 두 고객사 합산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 특정 거래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B사 매출이 전년(304억원) 대비 49.3% 반토막 난 것이 전체 매출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판관비 절감에도 역부족…판매촉진비 228억→97억 '반토막'
판매비와 관리비는 414억 2,852만원으로 전년(578억 8,432만원) 대비 28.4% 감소했다. 이는 회사가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선 결과이지만, 매출 감소 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판매촉진비가 97억원으로 전년(228억원) 대비 57.2% 급감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광고선전비는 44억원(전년 65억원, -32.2%), 지급수수료는 37억원(전년 53억원, -29.8%), 급여는 68억원(전년 70억원, -2.7%)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경상개발비가 38억원으로 전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당장의 수익성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 해외 종속기업 전액 손상…29억원 '빅배스'
이번 실적 악화의 결정적 원인은 해외 종속기업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이다. 쿠첸은 미국 법인(Cuchen North America INC)과 중국 법인(Cuchen Electronics(Liaoning)Co.,LTD) 두 곳의 종속기업 투자주식에 대해 총 29억 1,046만원의 손상차손을 기타비용으로 인식하며 장부가액을 전액 '0원'으로 처리했다.
두 법인의 재무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법인은 2025년 매출 25억원에 당기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13억 7,000만원)가 자산(8억 5,000만원)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중국 법인 역시 매출 5억 9,884만원에 당기순손실 6억 2,062만원을 기록하며 부채(4억 900만원)가 자산(7억 3,104만원)에 근접한 상황이다. 두 법인을 합산하면 2025년 매출 31억원에 순손실 13억 2,928만원이다. 쿠첸은 이들 법인에 2025년에도 추가로 9억 8,726만원을 현금 출자했음에도 결국 전액 손상 처리를 결정했다.
이 손상차손 29억원은 영업이익 2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영업에서 번 돈보다 해외 부실 처리에 쓴 돈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 적자 전환에도 지배기업에 53억원 전액 배당
2025년 쿠첸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변동표에 따르면 2025년 중 배당금 53억 8,374만원이 지급됐다. 이는 2024년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것으로, 주당 배당금은 458원, 액면배당률은 91.6%에 달한다. 쿠첸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기업 주식회사 부방이 이 배당금을 전액 수령했다.
이익잉여금은 전기말 135억원에서 당기말 84억원으로 약 51억원 감소했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쿠첸이 순손실을 기록하고 이익잉여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규모 배당이 이루어진 것은, 지배기업의 자금 수요를 위해 자회사의 재무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 특수관계자 높은 의존도…매입의 88%가 특수관계자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구조도 주목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2025년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매입 등 거래 총액은 285억 2,812만원으로 전년(263억 5,320만원) 대비 8.3% 증가했다. 이 중 중국 합작법인인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중국 메이디사와 40:60 합작)로부터의 매입이 252억원으로 전체 특수관계자 매입의 88.4%를 차지한다. 쿠첸의 총 매입채무 143억원 중 광동메이디쿠첸유한공사에 대한 채무가 45억 8,481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주요 부품·제품 소싱의 상당 부분을 특수관계자에 의존하는 구조는, 거래 조건의 독립성 및 가격 적정성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리스크로 작용한다. 또한 지배기업인 (주)부방에 대한 기타 채무(기술사용료 등)가 6억 5,000만원에 달하며,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은 기술사용료 관련 차감할 일시적차이가 6억 5,085만원으로 남아 있다.
이는 쿠첸이 지배기업에 로열티 성격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법적 소송 2건 및 충당부채
당기말 현재 쿠첸은 원고 1건, 피고 1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며,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과 관련하여 11억원의 소송충당부채를 계상하고 있다. 전기(9억원) 대비 2억원 증가한 수치로, 소송 리스크가 확대되는 추세다. 소송충당부채 외에도 판매보증충당부채 6억 2,212만원, 반품충당부채 8억 9,998만원 등 총 26억 2,210만원의 충당부채가 계상되어 있다.
◆ 경영진 보상 51% 급증
주요 경영진에게 지급된 단기종업원급여와 퇴직급여는 각각 16억 4,280만원, 1억 5,257만원으로 합계 17억 9,537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1억 8,461만원) 대비 51.5% 급증한 수치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매출이 15% 줄고 당기순손실로 전환된 상황에서 경영진 보상이 절반 이상 증가한 것은,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대목이다"면서 "정상적인 경영상황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분석했다.
◆ 재무 건전성 현황
부채비율은 38.7%(부채총계 263억원 / 자본총계 679억원)로 집계됐으며, 유동비율은 169.7%(유동자산 414억원 / 유동부채 244억원)로 나타나 단기 지급 능력 자체는 양호한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은 96억 9,849만원으로 전년(89억 7,297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없으며,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과 총 340억원 규모의 여신 한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실행 잔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이익잉여금이 135억원에서 84억원으로 급감한 것은 향후 배당 여력 및 재투자 능력 저하를 예고한다. 무형자산은 13억 6,968만원으로 전년(4억 7,751만원) 대비 186.7% 증가했는데, 이는 ERP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등 기타 무형자산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