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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5년간 28명 숨지고, 2000명 다쳤다…억대 연봉 뒤에 숨겨진 현대기아차 ‘산업재해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5월 16일 기아 광주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완성차 운반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수년간 두 회사의 공장에서는 끼임, 추락, 질식 등 각종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갓생산직’이라 불릴 만큼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일자리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반복적인 산업재해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에서는 총 2061명의 산업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연평균 412명이 다치거나 병을 얻었다.

 

2023년 7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엔진 열처리 설비에 끼여 1명이 숨졌고, 같은 해 10월 기아 광명공장에서는 컨테이너 화재로 또 한 명이 사망했다.

 

2024년 11월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체임버실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연구원 3명이 질식사하는 참사가 벌어졌고, 2025년 5월에는 기아 광주공장에서 또 한 명이 완성차 운반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망 사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 무거운 부품에 깔리는 사고, 소음성 난청, 직업성 혈액암 등 각종 직업병도 끊이지 않는다. 울산공장에서는 최근 5년간 2515명이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로 판정받았고, 전주공장 도장 작업자 4명은 벤젠·포름알데하이드 등 유해물질 노출로 혈액암에 걸렸다.

 

이처럼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구형 설비와 자동화 시스템의 위험성이 지적된다. 최근 사고들은 자동화 기계와 작업자가 동시에 협업하는 구간에서 예기치 못한 기계 작동이나 안전장치 미비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기아 광명공장 사고에서는 500kg짜리 전기차 배터리를 탈거하는 과정에서 정식 리프트 대신 임시 장비가 사용됐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설비 정지 절차가 생략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청 구조의 안전 사각지대도 심각하다. 현대차그룹 산재 사망자의 70%는 협력사 소속 노동자다. 원청이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안전관리가 취약하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 전기차 공장 건설 현장 추락사고 때도 공사 책임을 하청사에 전가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생산성 압박과 인력 구조도 문제다. 전기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줄면서 인력 감축이 일어나고, 남은 인력에게는 과도한 업무가 쏠린다.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는 연봉 9600만원 중 40%가 성과급과 잔업수당으로 채워진다. 12시간 교대근무와 월 60시간 잔업이 일상이지만, 그만큼 현장에는 피로와 위험이 누적된다.

 

법적 처벌이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에도 현대차그룹에서 23명이 사망했지만,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항도 2024년 한 해에만 62개에 달했지만, 과태료는 5억원 미만에 그쳤다.

 

현장 노동자들은 “월급 1000만원이지만, 매일 위험한 현장에 나선다”고 토로한다. 교대근무와 잦은 잔업, 안전장치 미설치, 설비 정지 생략 등은 현장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원청 감독관이 안전장치 미설치를 알고도 ‘빨리 끝내라’며 독촉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안전예산이 매출 대비 0.3% 미만에 불과하다며, 기술 혁신에 비해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라고 지적한다.

 

김철중 산업안전전문가는 “현대차·기아차는 첨단 설비와 기술 투자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안전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 있다. 대기업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와 실질적인 원청 책임 강화 없이는 산재 감소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는 문화가 근본 원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기업엔 무력화됐다.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처벌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으로는 원청의 직접 안전관리, 하청업체 장비·공정 표준화, 실시간 AI 위험감지 시스템 도입, 안전지표를 연봉 평가에 반영하는 성과급 체계 개편,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과 자본을 지닌 현대차에게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알지만 굳이 실행할 의지가 없다는 말이 더 적확하다는 못소리도 나온다.

 

‘억대 연봉’은 장시간 위험 노동의 대가일 뿐, 진정한 ‘갓생산직’은 안전이 보장될 때 완성된다. 기술 혁신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현대·기아차가 21세기형 산업재해의 오명을 벗으려면, 이제는 안전을 경영의 최전선에 두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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