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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테크 기업 CEO들, 대량 정리해고 명분으로 AI 지목…현실의 숫자와 해고위한 화려한 변명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점점 더 많은 테크 기업 경영진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의 이유로 인공지능을 지목하고 있으며, 이는 빅테크기업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주간 구글, 아마존, 메타, 핀터레스트, 아틀라시안의 리더들은 정리해고를 발표하거나 시사했으며, 이러한 감축을 재정적 압박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AI의 역량 증대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포장하고 있다.

 

theguardian, fortune, forbes, computerworld, technode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오히려 2025~2026년 사상 최고 매출·이익을 기록하는 와중에 인력을 줄이고 있어,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주장과 “이익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맞물리며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잭 도시가 이끄는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이다. 도시는 2026년 2월, 회사 직원 1만명 중 4,000명 이상을 감축(약 40%)하겠다고 공식화하며, “AI가 회사를 구축·운영하는 방식을 바꿔놓았고, 훨씬 더 적은 인력이 더 많은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술은 과거 블록의 다른 구조조정 때와 달리 AI 도구를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AI 와싱(AI-washing)’ 논쟁의 아이콘으로 거론된다.

 

메타 역시 2026년 들어 두 차례에 걸쳐 Reality Labs, 페이스북, 채용, 영업, 글로벌 운영 등 핵심 부문에서 수백~수천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26년은 AI가 업무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는 해가 될 것”이라며 AI 투자와 인력 축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설명했다. 동시에 메타는 이듬해 자본 지출 예산을 1,150억~1,350억 달러로 책정하며, 그 중 상당 부분을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인력 감축으로 AI를 키운다”는 구조를 암시한다.

 

아틀라시안은 3월 11일 전 세계 직원의 약 10%인 1,6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AI 및 엔터프라이즈 판매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스스로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CEO 마이크 캐넌-브룩스는 “AI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 조합과 특정 부문의 역할 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치부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강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를 재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핀터레스트 역시 직원의 약 15%인 675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히며, “오피스 공간과 영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AI 우선 제품과 조직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의 공통 서사는, AI가 특정 임무를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AI·데이터센터에 투자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인력·비용 재배치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inguiry의 감시 데이터베이스 RationalFX에 따르면, 2026년 1월 이후 전 세계 IT·테크 업계에서 4만5,363건 이상의 정리해고가 집계됐으며, 이 중 약 9,238건(약 20%)이 AI·자동화 구현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분류된다. 이는 5건 중 1건 이상이 AI 또는 AI 에이전트 투입으로 인한 인력 축소라는 의미로, 단순한 ‘말만의 추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최근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AI가 생성한 코드의 비중은 2022년 5%에서 2024년 말 29%로 급등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신규 코드의 25% 이상이 AI로 생성된 뒤 엔지니어가 다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했으며, GitHub Copilot도 사용자들이 작성하는 코드의 평균 46%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반복 업무에서 AI가 실제 인력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해고가 AI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된 것인지, 아니면 AI에 대한 과신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편리한 명분’에 불과한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AI 기반 감원이 2025년 전 세계 5만4,000건 이상의 일자리 감소에 언급된 가운데, 관세, 팬데믹 이후 과잉 채용, 그리고 단순한 이익 극대화가 훨씬 더 큰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투자자 테렌스 로한은 BBC 인터뷰에서 “해고를 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업이 단순히 비용을 줄이고 싶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서사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해고 추적 사이트 Layoffs.fyi의 창립자 로저 리는,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수천억 달러를 감안하면, 인력 감축은 “AI 투자 비용을 상쇄하는 재원 마련 수단”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유형의 감축을 구분한다. 하나는 AI가 실제로 반복·표준 업무를 대체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AI 성과 개선을 가장 삼아 인건비를 줄이고 그 자금을 AI 인프라·데이터센터에 재투입하는 경우다. 메타가 수천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최대 20% 인력 감축을 검토하는 사례는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이 뒤섞인 대표적인 구도로 평가된다.

 

물론 AI가 주목할 만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AI가 생성하는 코드 비중이 4년 사이에 5%에서 29%로 증가한 사실은, 개발자 1인당 처리 가능한 코드 양과 기능 수가 구조적으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구글과 GitHub Copilot의 사례는 AI가 개발 과정의 상당 부분을 ‘보조·초안 작성’ 차원을 넘어, 실제로 최종 생산물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인앤컴퍼니의 앤 호커 파트너는 “AI 도구가 충분히 성숙해, 동일한 업무량을 더 적은 인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경영진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AI가 모든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창의적·전략적 판단 역량은 여전히 인간의 독점 영역”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결국, AI가 테크 기업의 정리해고에 대한 설명으로 등장하는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증권시장·자본·지배구조의 정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현상이다. RationalFX의 집계처럼 2026년 초반 이미 4만5000건이 넘는 기술직 감원이 이뤄진 가운데, 그 5분의 1을 AI가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조직의 인력 구성과 임금·고용 전략을 재편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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