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이 실제 의사나 유명 전문가를 사칭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국내외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급증하고 있다.
영국의 팩트체킹 자선단체 Full Fact의 조사에 따르면, 수백 건의 AI 생성 딥페이크 영상이 TikTok, Facebook, Instagram, YouTube, X 등에서 의심스러운 건강 보조제를 홍보하고 허위 의료 정보를 유포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을 미국 보조제 회사인 Wellness Nest로 유도하고 있다.
The Independent, NLTimes, European Parliament, Trend Micro, Forbes에 따르면, 리버풀 대학교의 아동 공중보건 전문가인 David Taylor-Robinson 교수는 2017년 Public Health England 컨퍼런스 영상을 조작해 자신이 “온도계 다리(thermometer leg)”라는 조작된 갱년기 증상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발견했다. 이 딥페이크 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36만5,000회 이상의 조회수, 7,691개의 좋아요, 459개의 댓글, 2,878개의 북마크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Taylor-Robinson 교수는 “제 친구의 아내도 거의 속을 뻔했다. 저를 아는 사람들도 속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딥페이크 영상은 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히말라야 시라짓(Himalayan shilajit) 같은 건강보조식품 구매를 유도하며, 대부분 제휴 마케팅 링크를 통해 판매를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Wellness Nest는 해당 계정들과의 관계를 부인하며 “100%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링크는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회사는 전 세계의 제휴사들을 통제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대응 지연…신고 후에도 삭제 지연
리버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팀이 처음 TikTok에 해당 영상을 신고했을 때, 플랫폼은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Taylor-Robinson 교수와 그의 자녀들이 추가 신고를 한 후에야 TikTok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판단해 가시성을 제한했으며, 이후 “중재 오류”라고 사과하고 계정 및 딥페이크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영상이 삭제되기 전까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 결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엑스에서도 유사한 딥페이크 영상이 발견됐으며, 전 잉글랜드 공중보건국 최고경영자 Duncan Selbie, 고(故) 유명 의사 Michael Mosley 등도 사칭 대상이었다. 메타는 유해한 허위정보 및 기적의 치료법 홍보 콘텐츠를 제거한다고 밝혔지만, 조사 결과 발표 당시까지 계정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명확하지 않았다. 구글은 유튜브에 투명성 라벨을 추가해 “변형되었거나 합성된 콘텐츠”임을 알리고 있다.
제휴 마케팅과 딥페이크의 결합…공중보건 위협
이 영상들은 보통 웰니스 네스트(Wellness Nest)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히말라야 시라짓 구매를 유도하며, 제휴 마케팅 링크로 보이는 경로를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Full Fact 조사 결과, 일부 링크는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Wellness Nest는 제휴사들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레오 베네딕투스(Leo Benedictus) Full Fact 기자는 “이것은 사악하고 우려스러운 새로운 전술”이라고 경고했다.탠퍼드 대학 마취과 교수 숀 매키(Sean Mackey)는 “딥페이크는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이라며, “딥페이크된 추천 영상은 소비자를 속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입증된 치료법을 포기하게 만들면서 실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동향 및 대응
국내에서도 AI 딥페이크를 활용한 의사 사칭 사례가 늘고 있다. 조선일보 영문판은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16년간 비만 클리닉을 운영했다고 소개한 남성의 딥페이크 영상이 퍼진 사례를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40명 이상의 의사와 유명인들이 딥페이크 영상에 등장해 건강보조식품을 홍보한 사례가 보고됐다. 유럽의회 보고서는 2025년에 800만 건 이상의 딥페이크가 온라인에 공유될 것으로 예측하며,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합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딥페이크 탐지 시스템과 투명성 라벨, 제휴 마케팅 규제, 사용자 교육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소비자를 속이면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