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가전매장. 신혼부부 A씨와 B씨는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을 고르고 있다. 판매원이 “TV도 함께 구매하시면 묶음 할인도 가능합니다”라고 권유하지만,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우리 집에선 TV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을 보는 게 훨씬 편하니까요”라고 말했다.
B씨는 “TV는 큰 화면에서 가족이 모여야 의미가 있지, 둘이서 보는 데는 오히려 불편해요. 거실에 TV를 놓으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충분히 큰 화면을 즐길 수 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5년 신혼부부의 혼수 가전 트렌드를 보면 스마트홈 통합, 에너지 절약, 미니멀 디자인 등이 핵심 키워드다. TV는 오히려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다.
TV가 사라진다
요즘 신혼부부들이 TV를 혼수품목에서 빼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삶의 방식과 콘텐츠 소비 방식의 근본적 변화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이 TV를 사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스마트폰·태블릿 등 개인용 디바이스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콘텐츠 소비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해졌다. 둘째, OTT(넷플릭스, 유튜브, 티빙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TV 채널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줄었다. 셋째, 신혼집의 공간 활용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TV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제품으로 인식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의 TV 구매 감소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가전 소비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TV는 가정의 중심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혼수 가전 트렌드
대신 신혼부부들은 세탁·건조기 세트,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스마트 오븐, 무선청소기 등 실생활 효율을 높여주는 가전에 더 관심을 보인다. 신혼부부의 혼수 가전 선택은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반영하는 결정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개인용 디바이스의 보급과 함께, TV는 단순한 '디스플레이'로 전락하며 가전제품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콘텐츠 소비 방식과 가전 산업의 근본적 진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TV 시장의 위축과 중국 기업의 추격
2025년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과 출하량 기준 모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추격은 거세다.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31.8%로, 한국 기업(28.5%)을 넘어섰다. 특히 미니LED TV와 초대형 TV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며, 프리미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OTT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콘텐츠 소비
TV 시청 시간은 감소하는 반면, 스마트폰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 시간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의 일평균 TV 이용시간은 2시간 15분으로 전년 대비 12분 줄었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2시간 27분으로 10분 증가했다. OTT 이용 시 스마트폰을 통한 비율은 91.2%에 달하며, 전년 대비 4.9%포인트 증가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은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하며, TV의 필요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家電의 대명사 TV, 개인용 전자제품(個電)으로의 진화…전자제품의 미래
TV가 단순한 ‘디스플레이’로 전락하면서,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예: 삼성 갤럭시Z 폴드)이나 XR(확장현실) 헤드셋(예: 애플 비전 프로, 삼성 갤럭시XR) 등은 TV, 게임기, PC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XR 헤드셋은 몰입형 콘텐츠(예: VR 콘서트, NBA 라이브 VR 등)를 제공하며,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제품의 미래: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동반 진화
TV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동반 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바이스가 잘 팔리려면 거기에 맞는 콘텐츠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그에 맞는 디바이스가 발전해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전자제품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열쇠"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