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옐로스톤 국립공원 북부, 사시나무(아스펜) 군락에 80년 만의 새로운 세대가 싹트고 있다.
최근 학술지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와 BBC, Live Science 등 다양한 매체 및 연구자료를 종합하면, 1995년 공원에 늑대가 재도입된 뒤 약 30년간 생태계 회복이 전개됐으며, 이는 “생태학적 이정표”로 기록된다.
늑대 사라진 뒤 ‘초식동물 천국’…사시나무는 절멸 위기 직면
1920~30년대 대대적 박멸 정책으로 옐로스톤에서 회색늑대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사냥 압박이 없어진 엘크(북미산 사슴) 개체수는 1만7000~1만8000마리까지 치솟았다. 이들 엘크는 어린 사시나무와 버드나무 등 키 작은 활엽수를 집중적으로 뜯어먹었고, 1990년대 조사 땐 “큰 나무만 있고, 그 아래엔 아무것도 없는” 세대단절 현상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영양계 연쇄반응’…사시나무 밀도 152배 폭증, 80년 만에 새 세대
1995~96년 늑대 재도입 이후 최상위 포식자 복원이 시작됐다. 늑대와 곰, 쿠거 등 대형육식동물 개체수가 늘자 엘크는 2000~8000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영양계 연쇄반응(trophic cascade)”이 촉발되면서, 1998~2021년 사이 사시나무 어린묘 밀도가 152배나 급증했다.
최신 연구(2025년 7월 기준)에 따르면, 북부 옐로스톤의 87개 아스펜 군락 중 약 33%는 “키 크고 건강한 어린나무로 가득 차 있고, 또 다른 33%는 키가 큰 묘목이 새로운 상층수로 성장하는 패턴”을 보였다. 일부 묘목은 가슴 높이에서 줄기 직경이 2인치(약 5cm) 이상, 이는 1940년대 이후 처음이다.

회복 ‘과장론’과…새 위협으로 떠오른 들소
한편, “늑대 재도입=사시나무 대규모 부활”이라는 단순한 복원 서사엔 최근 회의적 시선도 따른다. 과거 대표적 장기연구들이 “군락 내 가장 키 큰 어린 묘목 5그루”만 측정해 실제보다 성장률을 과대평가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로는 회복이 군락별로 불균형적으로 발생하며, 여전히 초식 압력에 억눌린 구역이 상당수다.
특히, 엘크가 줄어든 자리에서 들소(bison) 개체수는 20년간 4배 이상 폭증했다. 최근 실시된 표본조사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어린 사시나무 줄기의 18%가 들소에 의해 부러지거나 껍질이 벗겨져 고사했다. 들소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사시나무의 새 세대 성장이 억제·역전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엘크와 달리 들소는 포식자 압력에 거의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원 공식은 없다…“생태계는 다층적이고 변화무쌍”
다수 연구진은 “늑대의 재도입이 결정적 기폭제임은 분명하지만 기후, 다른 포식자, 인간 사냥, 들소 변수 등 복합적 요인이 생태계 회복을 좌우한다”며 “옐로스톤은 전세계에서 가장 장기적이고 다각도로 연구된 포식자-피식자 생태계다. 단선적인 승리담으론 다 설명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오리건 주립대학교(OSU, Oregon State University) 생태학자 루크 페인터 교는 “이제 회복과 억제, 새로운 위협이 뒤섞인 다층의 생태계가 되고 있다"면서 "보존정책의 성패도 하나의 지표로만 재단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즉 옐로스톤의 ‘늑대 재도입-사시나무 부활’은 현대 생태복원 연구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실제 생태계의 작동은 더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하다. 한 종의 역할과 복원정책만으론 미래의 숲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