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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지구칼럼]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파리 "살기 좋은 도시, 쥐도 많다"…'지구온난화'가 쥐 개체수 늘렸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시의 그림자, 숨은 착취자, 음지의 도시 대통령,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 옆에 있는 '쥐'.

 

“우리는 이미 ‘쥐의 시대’에 들어섰다. 도시와 기후가 바뀌어야, 쥐의 세상도 달라진다.”

 

"쥐를 바꿀 수는 없다. 도시를 만든 인간이 도시를 바꿔야 한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다음 지구의 지배자는 쥐가 될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도시화, 인구밀도 증가가 맞물리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쥐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공식적인 학술 연구는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방역업체와 국제 연구진, 언론이 내놓은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쥐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와 그 배경을 심층 분석했다.


또 이 순위는 공식적인 정부·학술기관 통계가 아니라, 방역업체와 현지 언론, 각국 해충 방제 전문가들의 추정치와 목격 신고 건수를 종합해 작성된 참고용 순위이며, 실제 쥐 개체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쥐라는 동물 속성상 공식적인 정부·학술기관 통계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공식적인 통계나 학술 논문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는 점을 이를 보여준다.

 

흔히 살기가 좋아 인구밀집도가 높은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뉴욕, 암스테르담, 파리,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D.C.등이 쥐들에게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조사됐다.

 

 

2020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유해동물 퇴치업체 오킨(Orkin)은 '가장 쥐가 많은 도시' 순위에서 시카고를 1위로 선정, 6년째 가장 쥐가 많은 도시의 오명을 쓰게 됐다. 호반의 도시 시카고는 오랜 기간 쥐가 많은 도시로 악명이 높으며, 먹을 것과 숨을 곳이 많아 쥐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해충 방역 업체 터미닉스(Terminix) 조사에서 미국 내 쥐가 가장 많은 도시 1위로 뉴욕이 선정됐다. 뉴욕에는 약 300만 마리의 쥐가 시 면적의 90%에 퍼져 있다는 추산이 있으며, "사람보다 쥐가 많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뉴욕시는 쥐 개체수 감소를 위해 '쥐 황제'(Rat Czar)라는 직책까지 신설해 연봉 2억원 이상의 전문가를 임명하고, 적극적인 박멸 정책을 펼치고 있다.

 

2위는 최근 쥐들에게 "살기좋은 도시"로 소문이 난 샌프란시스코. 최근 10년간 쥐 증가율이 300%에 달하는 등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3위는 로스앤젤레스, 그 뒤를 이어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시카고, 휴스턴, 보스턴, 댈러스-포트워스, 애틀랜타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해충 방역 전문 정보사이트 Private Exterminator가 '세계에서 쥐가 가장 많은 도시 25곳(25 Most Rat-Infested Cities)'에 따르면, 인도 데슈노크(Deshnoke, 쥐 136마리/100명)가 1위로 조사됐다. 쥐 수와 인구 비율(100명당 쥐 수)로 순위를 매긴 것으로, 미국 대도시 외에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도시가 포함되어 있다.

 

2위는 캐나다 토론토(141마리/100명), 3위는 중국 광저우(143마리/100명), 4위는 프랑스 파리(187마리/100명), 5위는 미국 휴스턴(192마리/100명)으로 나타났다. 6위는 미국 볼티모어, 7위 미국 마이애미, 8위 영국 버밍, 9위 미국 덴버, 10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조사됐다.

 

 

이처럼 도시에서 쥐 증가의 주요 원인은 온난화(기온상승), 인구밀도, 도시화, 인프라 확장, 쓰레기 문제, 녹지 부족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인구밀도는 도시 쥐 개체수 증가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등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도시 평균 기온이 50년간 상승한 곳일수록 쥐 개체수 증가 폭이 컸다. 즉  기온 상승이 도시 쥐 증가를 유발한 핵심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10년간 워싱턴 DC(390% 증가), 샌프란시스코(300%), 토론토(186%), 뉴욕(162%) 등에서 쥐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쥐는 추운 날씨에 활동이 제한되는데, 지구온난화와 도시의 열섬효과로 인해 겨울이 짧아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쥐가 더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다. 이는 쥐가 더 많이 먹이를 찾고, 번식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여름철이 길어지거나 겨울이 짧아지면 암컷 쥐가 1년에 더 많은 번식 주기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한 달만 더 길어져도 암컷 쥐는 한 번 더 새끼를 낳을 수 있고, 이는 쥐 개체수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달에 한 번씩 8~16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활동 기간이 조금만 늘어나도 개체수는 폭증한다.

 

게다가 쥐라는 동물특성상 온도가 오르면 쥐가 체온을 유지하기 쉬워지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 생존율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쥐의 생존과 번식이 더 쉬워지는 것. 도시의 외부환경 요인도 쥐의 생존에 최적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해 쥐가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쥐의 생존과 번식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건물, 하수도 등 쥐의 서식처가 늘어나고, 쥐가 숨을 곳이 많아진다. 특히 도시 확장과 인프라(지하철, 하수도, 골목 등)는 쥐에게 ‘무료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도시화로 인해 녹지가 줄고, 인공 구조물이 늘어나면 쥐가 숨기 쉬우며, 인간과의 접촉이 많아져 쥐가 더 쉽게 번식할 수 있다.


게다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쥐 종 다양성은 줄어들고, 도시 환경에 적응한 특정 종(Rattus rattus 등 ‘도시 착취자’ 유형)이 우점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들 종은 인프라와 인간 활동에 잘 적응해 번식력이 높고, 다양한 병원체를 매개할 수 있다.

 

즉 인구가 많고 음식물 쓰레기가 풍부한 대도시일수록 쥐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역설적이지만 사람이 살기좋은 환경이 쥐에게도 살기좋은 환경이 되는 셈이다. '살기좋은 곳으로의 인구 집중->도시의 확장->쥐의 서식지 확장’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미국 리치먼드 대학교 조나단 리차드슨 교수 “도시가 커질수록, 기온이 오를수록, 쥐는 더 잘 산다"며 "쥐와의 전쟁은 이제 도시의 생존 전략이 됐다"고 평했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 케일리 바이어스 교수는 “온난화로 쥐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도시화로 먹이와 은신처가 늘어나면서 쥐 개체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도시의 쥐 문제는 이제 기후변화와 도시화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직결된다"며 "도시 설립 및 관리 전략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쥐 개체수 증가의 약 40%는 온난화, 34%는 도시화, 19%는 인구밀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면서 "도시의 쥐 문제는 이제 기후변화 대응, 도시 인프라 관리, 쓰레기 정책, 시민 교육 등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4월 4일은 세계 쥐의 날(World Rat Day)이다. 이날로 지정된 이유는 전 세계 애완쥐 애호가들의 커뮤니티 ‘Ratlist’의 시작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2002년 Ratlist 회원들이 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애완쥐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채택했다. 이후 이 날은 전 세계적으로 쥐의 긍정적 가치, 동물복지, 과학적 기여 등을 알리는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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