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태국 북동부 카오야이 국립공원 인근의 한 식료품점에 최근 예상치 못한 손님이 등장했다.
30세 수컷 야생 코끼리 '플라이 비앙 렉(Plai Biang Lek)'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진열대의 간식을 마음껏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AP통신, ABC News, ITV, The Week, Times of India, VnExpress 등 여러 해외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며 전 세계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외매체들은 "코끼리가 코로 과자를 들고 유유히 떠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태국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 문제를 함께 조명했다.
코끼리의 느긋한 쇼핑…과자 9봉지, 샌드위치, 바나나까지
사건은 6월 2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식료품점에서 벌어졌다. 현장을 담은 영상에는 플라이 비앙 렉이 가게 입구에 잠시 멈춘 뒤, 천천히 몸 전체를 들이밀고 들어와 계산대 앞에서 진열된 과자와 먹거리를 트렁크로 집어 먹는 모습이 담겼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쫓아내려 했지만 코끼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과자 9봉지, 샌드위치, 아침에 막 들여놓은 말린 바나나까지 먹어치웠다. 마지막엔 간식 봉지를 들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남은 피해는 바닥과 천장에 남은 진흙 자국뿐이었다.
가게 주인 캄플로이 카카에우(Kamploy Kakaew)는 "코끼리가 가게를 뒤지던 순간이 지금도 웃음이 난다"며 "손님과 직원 모두 다치지 않았고, 코끼리도 만족스럽게 간식을 챙겨 나갔다"고 말했다.

지역 명물 플라이 비앙 렉, 이번엔 식료품점까지
플라이 비앙 렉은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한 존재다. 국립공원 자원봉사자 다나이 숙칸타차트(Danai Sookkanthachat)는 "이 코끼리는 평소에도 마을 집에 들어가 음식을 찾곤 했지만, 식료품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건 이후 플라이 비앙 렉은 또 다른 집의 창문을 열어보는 등, 여전히 먹이를 찾아 마을을 배회했다는 후문이다.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그리고 도전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태국에는 약 4000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서식한다. 최근 농경지 확장과 서식지 축소로 코끼리들이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카오야이 국립공원 관계자는 "플라이 비앙 렉은 이 지역의 상징 같은 존재지만, 야생 코끼리의 출현이 일상이 된 현실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공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코끼리의 습격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은 언제든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