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가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외래 침입종인 대형 버마비단뱀 퇴치를 위해 첨단 ‘로봇 토끼’를 활용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도입했다.
USA투데이, BBC, Palm Beach Post, South Florida Water Management District, University of Florida,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 등의 보도와 발표자료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플로리다 남부 수자원관리국과 플로리다대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40대의 태양열 작동 원격조종 로봇 토끼는 최대 서식지인 에버글레이즈 습지 일대 곳곳에 배치돼, 포식자로서 뛰어난 적응력과 번식력을 보이는 비단뱀을 유인해 제거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비단뱀의 폭발적 증식과 생태계 교란 심각
1970년대 해외 파충류 애호가들이 기르다 버린 비단뱀이 야생화한 버마 비단뱀은 2024년 기준 플로리다 전역에 3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며, 몸길이 최대 6m에 이르고 한번에 최대 100개의 알을 까는 고번식력으로 고질적인 생태계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주로 에버글레이즈를 포함해 레이크 오키초비 남쪽에서 키라르고까지, 브로워드에서 콜리어 카운티까지 걸쳐 서식하며, 토끼, 사슴, 도마뱀, 뱀 등 플로리다 고유 동물들을 무차별 포식하며 토종 육식동물인 퓨마, 보브캣, 맹금류 등도 생존 위기에 몰렸다.

로봇 토끼…고열 발생과 냄새 방출, 카메라 감시까지
로봇 토끼는 실제 토끼 모양을 한 완구 토끼 인형에서 내부 충전재를 제거하고 방수 처리된 전자장치를 내장해 태양광으로 작동한다. 고열 발생 장치와 토끼 특유의 냄새를 내뿜어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비단뱀을 유인하며, 내장된 카메라가 주변 움직임을 탐지한다.
뱀이 접근하면 실시간으로 통제실에 알림이 가며, 이를 토대로 전문 인력이 출동해 뱀을 포획하거나 살처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10년 동안 문제를 문서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 방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주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통제 노력과 시민 참여
플로리다 주는 버마 비단뱀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7~8월 일반 주민 참여 사냥 대회를 개최하며, 2000년 이후 이미 2만3000여 마리 이상을 제거했다.
특히 Python Action Team Removing Invasive Constrictors(PATRIC) 등 전문 단체가 육상, 수상에서 손수 탐색 및 제거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라디오 추적 장치가 달린 ‘정찰용 뱀’을 활용해 번식기 개체를 추적하는 과학적 방법도 병행한다.

버마 비단뱀의 환경적응력과 생태적 위력
이 뱀은 4~5년경 성체가 되어 1회에 20~100개의 알을 낳는다. 길고 고온다습한 플로리다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해 온 어미 뱀은 알 부화 기간 동안 직립근 떨림으로 체온을 7도까지 올려 알을 보호하며, 부화 후 새끼는 독립해 스스로 생존한다. 먹이 범위도 넓어, 76종 이상 포유류·조류·파충류를 섭취해 지역 생태계 서식 다양성과 균형을 크게 훼손했다.

생태계와 토종 동물에 미치는 영향 심각
월등한 크기와 식생활의 유연성으로 인해 비단뱀은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토종 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종인 키라르고 나무쥐, 목도리방울새 등에도 피해가 크며, 플로리다 재규어와 퓨마 등 토종 포식종과도 먹이 경쟁을 벌인다.
1996~1997년과 2003~2011년 사이 조사지에 따르면 주요 포유류 개체수가 88~100% 감소해 심각한 생태계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번 첨단 로봇 토끼 활용은 지능적이고 고도의 기술이 한층 가미된 버마 비단뱀 저지 전략으로, 플로리다의 고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전쟁의 한 단면이다. 과학적 연구와 시민 참여, 기술 혁신이 결합된 이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향후 환경보호계 및 생태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