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Opinion

[지구칼럼] '잠자리' 관찰·성찰·통찰…가을전령사·악마의 바늘·고추잠자리=수컷·잠자리 눈의 교훈·비행능력 동급최강·H-13 기종 유사·승충(勝蟲)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가을전령사 '고추잠자리 날면 찬바람 난다'는 경북 지방의 속담이 있다. 고추잠자리가 가을철에 나타나기에 기온이 낮아져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이 됐다는 의미다.

 

고추잠자리와 코스모스 그리고 뭉개구름은 홍어삼합처럼 최적의 환상궁합이다. 뭉개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과 무리를 지어 활짝 핀 코스모스 위를 낮게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는 시골 마을 추억을 아스라이 불러낸다.

 

입추 무렵부터 들리기 시작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왠지 더 자주, 그리고 더 처량하게 들린다. 뿐만 아니라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고, 그 아래 고추잠자리들이 한가롭게 날아 다닌다. 옛말에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했다.

 

잠자리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미국 플로리다·하와이 등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 햇볕은 바삭, 바람은 선선한 가을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친숙하고 고마운 곤충이다. 실제로도 곤충이지만 가장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꿈틀거림, 기어다님, 지나치게 기다란 더듬이, 몸에 달라붙는 행동, 미묘한 광택, 실내 침투, 특유의 울음소리 등 무엇 하나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요소가 없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마스코트 격 곤충일 만큼 자주 접할 수 있고, 개체수도 많아 익숙하고 친근하다. 또한 모기나 파리, 나방 따위를 잡아먹는 고마운 익충인데다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고 보통 조용히 나뭇가지나 풀에 매달려 있거나 사람 머리 위 멀리 공중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곤충을 싫어해도 잠자리 정도는 예외인 사람들이 많다.

 

 

단, 유럽과 미국에서는 인식이 안 좋아서 잠자리를 '악마의 바늘(Devil's Needle)'이라고 부른다. 가늘고 뾰족한 배를 보고 바늘을 연상시켜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름아닌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잠자리가 날아와 산채로 눈과 입을 꿰매버린다는 전설도 있다. 

 

유럽에서 dragon은 악마, 사탄을 의미했다. 동양에서의 긍정적인 용의 심상과 매우 다르다. 잠자리가 영어로 dragonfly(용 + 파리)라는 점에서 한국 및 아시아의 아이들은 잠자리를 좋아한다. 우리가 '잠자리채'라 부르는 것을 유럽, 미국에서는 'Dragonfly net'이라고 안 부르고 'Butterfly net'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꺼림을 알 수 있다.

 

잠자리는 동족포식도 한다. 그래서 잠자리를 같은 통에 넣어놓는 것은 잠자리에겐 고문이다.

 

곤충강 잠자리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으로 잠자리아목(불균시아목)과 실잠자리아목(균시아목)으로 나뉜다. 전세계에 약 5700여 종이 있고, 한국에는 127종이 서식한다. 한자로는 청낭자(靑娘子)·청령(蜻蛉)·청정(蜻蜓)이라고 한다. 잠자리의 애벌레는 순우리말로는 '학배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蠆(전갈 채)를 써서 '수채(水蠆)'라고 부른다.

 

고추잠자리는 평지의 늪지대에서 자라서 늦봄과 초여름인 5∼6월부터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우화(羽化·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한다. 다 큰 고추잠자리는 몸길이가 17∼20mm로 녹갈색 바탕에 검은색 점무늬가 있으며 연못 등 수생식물이 많은 곳에 산다. 

 

수컷은 몸이 붉어 '고추잠자리'라 부르고, 암컷은 노르스름해 ‘메밀잠자리’라고 한다. 고추잠자리 이름은 몸이 고추처럼 생기고 빨개서 붙은 이름이며, 성인 수컷에만 이런 색이 나타난다.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 빛을 띈다.

 

 

곤충 중에 머리를 이리저리 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생물이다. 사마귀처럼 뒤를 쳐다볼 정도로 돌아가지는 않지만 고개를 조금씩 돌려 상하좌우를 살피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잠자리의 커다랗고 둥그런 겹눈은 종에 따라 1만~2만8000여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져 있다. 육각의 벌집처럼 생긴 각각의 낱눈은 사람의 눈처럼 각막과 망막과 유리체를 가지고 있다. 시력은 낮지만 각각의 낱눈이 따로따로 빛을 감지할 수 있어서 움직이는 것을 잘 포착한다. 이 겹눈으로 잠자리는 앞뒤 좌우 제 몸 20미터 뒤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잠자리는 뇌의 80%를 겹눈이 포착해낸 사물을 감지하는 데 사용한다. 이 엄청난 기능의 겹눈 사이에 있는 세 개의 홑눈은 사물을 보는 게 아니라 빛의 밝기를 측정해 사물의 원근과 명암 정도를 구별한다.

 

잠자리 눈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교훈은 "하나의 눈으로 바라본 하나의 정답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2만8000여 개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그 다양함이 그대로 인정될 수 있는 그런 세상, 잠자리가 꿈꾸눈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잠자리는 날개를 접지를 못하고, 이동은 불가능하고 착륙만 가능한 반쪽짜리 다리를 가진 원시적인 생물이다. 하지만 비행능력만큼은 곤충 중에서 최고급 수준이다. 벌새와 함께 인간이 가진 그 어떤 비행체도 아직 잠자리의 비행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날개는 그냥 얇은 막이 아니라 가는 관이 있어서 혈액은 물론 신경도 있다. 날개 두 쌍을 움직이는 골격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날개의 속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방향전환과 속도가 자유자재다. 날개 네 개를 모두 따로 움직여 급선회·급강하·급상승·호버링·상하좌우 이동 등 비행 중에 가능한 모든 기동방식을 갖췄다.

 

게다가 웬만한 새들도 못하는 평상시 날아다니는 속도 그대로 후진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원시적인 진화인 만큼 이 비행능력은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내재하고 있다. 잠자리가 날아다닐 때 나는 타다닥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사실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소리다. 즉 급기동시 날개가 휘며 다른 날개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작은 곤충이라 무사할 뿐 다른 생물에는 적용 불가능한 날개구조이다. 직선 고속비행에도 적합하지 않다. 

 

잠자리가 정지비행 중에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고속으로 날아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엄청난 압력을 받지만 외피가 인간보다 튼튼한 곤충이라서 멀쩡하다. 만약 인간이 비슷한 속도로 그렇게 움직이면 약 12G에 달하는 압력을 받는다. 참고로 우주선이 이륙할 때 인간이 받는 압력이 10G가 조금 안된다. 일부 종의 경우 최대 약 97km/h로 날기도 한다.

 

독일의 페스토(Festo)라는 회사에서 만든 바이오니콥터(Bionicopter)라는 잠자리 로봇도 있다. 크기는 메가네우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양이 비슷한 500MD 헬기의 별명이 잠자리헬기다. 헬리콥터와 모양새를 연관 지으려면 H-13 기종이 가장 잠자리와 유사하다.

 

일본에서는 과거 승충(勝蟲)이라 부르며 무사들이 자신의 투구나 무기 등에 잠자리 모양 장식을 달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잠자리는 오직 전진만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전쟁에 나가서도 후퇴 없이 전진만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주인공이 얼어붙은 잠자리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이 일본 문구브랜드 톰보의 PPL로, 극에 잘 녹아들으면서도 거부감 없이 상표를 알린 모범적인 PPL사례다.

 

곤충 중 체급 비율까지 생각하면 거의 모든 동물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의 최상위 포식자다. 포유동물에 비유했을 때 호랑이나 사자에 비견될 정도다. 장수풍뎅이류나 사슴벌레류는 말벌이나 사마귀조차도 명함을 못 내미는 사실상 곤충의 정점이지만, 애초에 서식지가 겹치치도 않을뿐더러 이들은 대부분 초식성이다.

 

장수말벌과 사마귀의 경우 잠자리가 이기기 힘들다. 소형 사마귀들이라면 모르지만, 애초에 사마귀들은 잠자리의 사냥범위 안에 들어갈 만큼 비행을 오래, 높게 하는 곤충이 아니다.

 

잠자리 수컷은 배가 시작되는 부분, 즉 복부 제2마디에 부성기가 있고 배의 끝부분에 암컷의 목에 연결되는 부속기가 있다. 암컷의 배 끝에는 산란변이 존재한다. 교미(짝짓기)를 시작하면 수컷은 부속기로 암컷의 목을 휘어감고 암컷은 배 끝의 음문을 수컷의 부성기에 접촉해 정자를 받아들인다.

 

교미는 공중에서 단시간 내에 이뤄진다. 잠자리 두 마리가 하트(♡) 모양으로 연결되어 날아다니거나 앉아서 쉬는 것이 바로 교미장면이다. 특히 실잠자리의 교미는 다른 잠자리들보다 하트 모양이 잘 나온다. 꼬리가 가늘기 때문. 여담으로 러브버그도 교미하면서 비행한다.

 

교미 후 여러 가지 형태로 산란한다. 수면 위를 날면서 공중에서 알을 뿌리는 공중산란, 배 끝의 산란 변을 수면에 스치듯이 하며 산란하는 타수산란, 역시 비행하면서 진흙에 산란하는 타니산란, 물 옆에 앉아서 알을 흩뿌리는 유리성정지산란, 물에 산란변을 푹 담가 산란하는 접수정지산란, 진흙이나 모래에 산란변을 꽂아 알을 낳는 접니정지산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컷이 암컷과 연결되어 함께 산란하는 경우도 있고, 수컷은 근처에서 감시하고 암컷이 단독 산란하는 경우도 있다.

 

고추잠자리가 아닌 꼬마잠자리는 문화재청이 2007년에 천연기념물로의 지정을 예고했으나 아직도 지정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노란잔산잠자리, 대모잠자리, 꼬마잠자리의 3종이 대한민국 환경부 지정 보호대상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2015년 12월에 대한민국 고유종인 노란배측범잠자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IUCN 적색목록에 위기종(EN)으로 등재됐다.

 

근대화 이전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성체와 애벌레를 결핵, 천식 환자에게 약재로 썼으며, 일본의 내륙지방 역시 잠자리 유충을 모아 어린 아이의 감기약으로 사용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잠자리 연구의 권위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한 이승모 박사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잠자리를 연구하는 학자는 정광수 박사가 거의 유일하다. 정광수 박사는 잠자리 도감, 한국 잠자리 도감, 잠자리 나들이 도감, 한국 잠자리 유충 도감 등 수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한국의 잠자리'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 박은옥 씨의 동요 '윙윙윙'(1978년)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 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 조용필 씨의 '고추잠자리'(1981년)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퍼지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울고싶지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로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니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3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Moonshot-thinking] '등기 정보의 숲에서 레이더를 켜다' 부동산 데이터 접근의 패러다임

부동산 등기 조회 업무가 변하고 있다. 위치 기반 검색 기능으로 원하는 건물의 등기정보를 클릭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잡한 주소 입력 과정이 필요했던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업무 시간을 대폭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종로 사직로에 있는 건물 10개의 등기를 조회하려면 보통 30분은 걸립니다. 일일이 주소를 확인하고 입력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위치 기반 서비스는 클릭만 하면 돼요. 5분이면 충분하죠." 종로구의 한 법무법인 실무자 A씨는 매일 수십 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며 부동산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 이 새로운 서비스는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와 고한수가 일본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견뎌내던 인고의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준 현대적 해결책과 같다." 위치 기반 검색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건물의 소유주, 담보권 설정 여부, 권리관계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금융권, 법조계도 변화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여신심사역 B씨는 "담보 평가를 위해 하루 수십 건의 등기를 확인하는데, 대량 검색 기능은 업무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

[마음공간] "‘너무’라는 두 글자에 너무 빠지지 마세요"…안분지족과 대충대충의 균형사이

여러분은 마음 속 어떤 공간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풍요롭나요? 아님 빈약한가요? 실질적 물질적 공간도 아닌데 측정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고 나름의 주관적 잣대로 상대적 계량을 충분히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음… 저는 시시각각 유동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광활해지고 싶은 그 공간이 한동안은 풍성하진 않아도 윤택했으나 지금은 좀 줄어들어 허한 느낌입니다. 다시 차곡차곡 또 저만의 노하우와 마음가짐으로 여길 채워야겠죠.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8번째 주제는 ‘더 많은 부를 얻으려 너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입니다. 전광석화의 속도는 아니나 쓱 눈을 흘겨본 첫 느낌은 ‘오늘은 사서삼경 맹자공자인가~ 이게 뭐야’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독의 속도로 시선을 집중해보니 ‘너무’라는 두 글자가 확 와닿긴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의 자산은 세 등급인데 첫째는 건강, 도덕, 인경 등 둘째는 재산과 소유물 그리고 셋째는 명예, 명성같은 타인에게 주는 인상‘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세가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호 조

[마음공간] 소유가 주는 행복의 척도…비교가 잉태한 불행의 씨앗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대학교 학창 시절, 유행했던 노래 중 유독 좋아했던 가요 제목은 바로 ‘소유하지 않은 사랑’ 이었습니다. 김성면의 애절한 목소리에 더 애절한 음정은 정말 취하지 않아도 취하게 만들 정도로 제 심금을 울렸었죠. 보통 사랑을 한다고 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 상대가 있을테고 그 둘이 알콩달콩 이러쿵저러쿵 옥신각신하며 애정을 키워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더 원하고 더 소유하고 싶을텐데 이 노래의 제목은 이와 반대인 소유하지 않은 사랑이니 어찌보면 정말 위대하다 볼 수도 있고 또 너무 슬픈 나머지 반어적으로 썼다고 해석도 되긴 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무조건 주는 절대적 사랑인 아가페, 그리고 남녀의 육체적 사랑인 에로스, 또한 상호 교감하며 정신적 애정을 나누는 플라토닉까지 ‘사랑(love)’을 ’소유‘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여러 상황이 나옵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7 번째 주제는 ‘소유에 대한 만족은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입니다. 최근의 풍토는 ’급‘을 나누길 즐기고, 사람이건 사물이건 ’계급‘을 부여하며 이를 당연시 한다고 책은 우선 꼬집습

[Moonshot-thinking] 데이터 없이 '오징어 부동산'에 달려든 당신, 탈락, 탈락입니다

"이 시장, 제가 다 알고 있어요. 난 이 게임을 해봤다고요."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15년차 글로벌 투자사 한국법인 김모 씨는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표현하다가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블랙박스'로 불려왔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가 "정보가 곧 돈이다"라고 했듯,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제한된 정보와 비표준화된 데이터,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해왔다. 최근 데이터 기반 분석 플랫폼의 등장으로 불투명한 상자에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투자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되고 수익률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난 뒤, 데이터는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한국은 국격 대비 '정보의 사각지대'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자들은 RCA, 블룸버그, 코스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데이터를 얻는 반면, 한국 시장은 이런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커버리지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마음공간] 물질과 정신 중 당신의 선택은…어떤 선택이 더 행복할까?

물질과 정신 중 둘 중에서 당신의 선택은? 사실 이 둘은 상반되는 것으로 매우 해묵은 명제 입니다. 논쟁거리도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고도화되고 풍요로워진다해도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지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을 탐독하며 나름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데 그 36 번째 주제는 ‘물질이 주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입니다. 후반 챕터는 소제목처럼 정말 ‘물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읽자마자 다소 반감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지극히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가르침이기 때문이었죠. 다만 반대쪽의 생각 기술 없이 거의 모든 책들은 ‘정신’을 강조하는데 진짜 ‘물질’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나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반대가 아닐까란 자문도 해봤습니다. 책은 말합니다. ‘삶의 최우선 가치에 물질을 두고 살아간다면 불행할 것이라고…만약 물질만이 행복의 최우선 조건이라면 세계적인 부자들은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아야 정상일 것’이라고 적시합니다. 저는 반대파란 측면이라 가정하고 한번 말해봤습니다. ”삶의 최우선 가치에 정신을 두고 살아간다면 행복할 것이냐고…만약 정신만이 행

[마음공간] 재소자의 복지 vs 소외층의 복지, 과연 어떤 것이 맞을까요?

아주 가까운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마음공간]이란 테마로 쓰고 있는 칼럼이 어느덧 60번째라 개인적으론 그래도 뭔가 꾸준히 써내려가고 있음에 작지만 커다란 뿌듯함이 있네요. 미천한 졸문이나 읽어주신 분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올립니다. 이번 챕터를 읽자마자 그냥 떠오른 여화 제목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입니다. 그게 여기 해당하는지 잘 부합하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저 첫 느낌으로 다가온 문장인데 읽어보면 순간 저 문장이 주는 첫 의미 자체는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 김지민 엮음, 주식회사 하이스트그로우) 그 35 번째 주제는 ‘과연 소외층을 위한 복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입니다. 평온하고 소소한 전반부와 달리 우리 하우어 형님의 일침이 작은 물결에서 성난 파도로 옮겨가고 있음이 절로 느껴져 읽는 맛(?)이 더욱 생겼습니다. 해묵은 논쟁일 수 있는데 우리 사회 소외계층보다 어찌보면 우리가 낸 혈세로 대접받고 있는 재소자를 위한 교도행정이 맞는 지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책은 던집니다. 지난 2023년 기준 재소자 1인당 연간 수용비가 평균 3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