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Opinion

[지구칼럼] '은행나무' 관찰·성찰·통찰…가로수 1위·암나무만 열매·은행털이(?) 기계·멸종위기종

서울시 가로수 40만그루 중 最多 '은행나무'…매년 9~10월 열매
암나무만 열매 맺어…암나무 最多 서울 송파구
은행잎은 뇌기능·말초혈관 개선...열매·잎·나무 버릴 것 없어
가을이면 은행 털고 암나무 퇴출…악취 퇴치위해 총력
암수나무 조기식별 DNA 개발…수나무만 심는다
은행나무는 神木…조선시대 '전등사' 비화 유명
은행 맺지 않는 은행나무 '노승나무·동승나무'로 불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전 궁중악사 종문이예요
미단공주와 뒤뜰에서 놀다 빨래줄에 걸린 이불숲속에서 키스하던 순간
천년을 기다려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10억년도 지나고 나면 한 순간
이 순간이 지나면 우린 영원히 다시 만나게 될거예요"

 

- 영화 '은행나무 침대' 중에서 -

 

서울 시내 가로수 40만그루 가운데 은행나무가 가장 많다. 대략 30~40%정도 차지한다. 어디서든 적응해 왕성하게 잘 자라기때문에 가로수에 매우 적합한 나무다. 2위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 3위는 느티나무, 4위는 벚나무 3만2641그루 순이다. 

 

은행나무가 도심에 많은 이유는 공해나 병충해에 강하고 수명이 길다. 게다가 가을이면 노란색 단풍의 멋진 자태를까지 자랑하며 시민들에게 볼거리까지 제공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질소·아황산가스 등 공기 중의 나쁜 성분을 잘 정화한다. 냄새가 강해서 벌레도 적게 꼬여 병충해에 강하다. 은행나무는 목재로써 활용도도 높다. 결이 곱고 탄력성이 높아 가구나 바둑판 등으로 많이 쓰인다.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 암나무가 피해를 준다고 함부러 베어서는 안된다. 은행나무 과에는 오직 은행나무 1속, 1종만이 있을 뿐이다. 은행나무는 고생대부터 있었고 쥐라기가 전성기였던 화석식물이다. 빙하기에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사라졌지만 비교적 따뜻했던 중국 절강성 부근에 살아남아 이제 한반도 전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은행나무는 매년 9~10월 열매를 맺는다. 은행잎은 혈액순환 촉진 성분이 있어 뇌기능, 말초혈관 개선 등의 약 재료로 쓰이지만 열매 역시 혈행개선에 좋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가로수 은행나무의 특유의 냄새와  악취는 서울시 가을 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골치거리다. 

 

열매가 밟혀 터지면 냄새가 더 심해지고 거리도 지저분해진다. 은행 열매가 악취를 내는 것은 은행 껍질에 있는 은행산과 빌로볼 성분 때문이다. 고약한 구린내를 풍겨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보호한다.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은행이 열리는, 은행이 떨어져 있는 나무가 암나무다. 암나무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서울 송파구다. 당연히 민원도 가장 많다.

 

‘은행나무도 마주서야 연다’는 속담처럼, 은행나무는 동물처럼 암수가 따로 있는 나무다. 조상들은 은행나무를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이 오가 열매를 맺는 나무로 여겼다. 그 이유는 수꽃의 꽃가루가 스스로 움직여 암꽃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 서울시는 25개 구청에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털어달라”고 공문을 매년 발송한다. 최근엔 은행털이(?) 기계를 도입해 강제로 은행열매를 떨어뜨린다. 

 

원래 가로수 열매는 채취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은행나무는 예외로 인정한다. 은행이 떨어지기 전에 주민들이 따가는 것도 권고한다. 

 

은행 미리 털기, 은행 주워가기 등의 방법보다 근본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한 그루를 바꿔 심는 데 200만원가량이 든다.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지하철 출입구, 횡단보도 주변등 통행량이 많은 지역중심으로 수나무로 매년 조금씩 교체중이다.

 

 

그렇다면 심을때 아예 수나무를 심지, 왜 암나무를 심어서 고생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종전까지 인간의 기술로는 은행나무의 암수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은행나무는 보통 20~30년 지나야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열매가 열려야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서울시 조경과 담당자는 "은행나무의 암수 구별은 쉽지 않다. 10년 이상 자라 열매가 달려야 암나무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옛날에는 수나무는 가지가 하늘로 뻗고 암나무는 옆으로 퍼진다는 조경업자들의 감별법에 따라 수나무를 골라 심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암나무를 완벽하게 골라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1년 암수나무 조기식별 DNA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2014년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친 이 기술은 현재 민간기업에 기술이전까지 마친 상태다. 요즘 시골에서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도시에서는 악취를 풍길 우려가 없는 수나무를 심는다.

 

서울시는 암나무를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바꿔 심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지하철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 주변 등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한다.

 

 

은행나무는 신목(神木)이다. 양평 용문사 높이 60미터 1200살 은행나무는 8.15해방 직전 두 달간 울었고 6.25사변 때는 50일간 울었는데 십리 밖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는 전설이 있다.

 

은행을 맺지않는 은행나무에 대한 조선시대 전등사 비화도 있다. 숭유억불 정책을 펼치던 조선시대, 전등사도 예외없이 탄압의 대상이었다. 관리들과 토호들의 탐욕으로 젊은 스님들은 강화성을 쌓는 데 사역을 나가고, 늙은 스님들은 종이를 만들어 바쳐야 했다. 전등사에 있는 2그루 은행나무 때문에 매년 은행을 진상으로 바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다 털어도 10가마니밖에 안 될 판에 20가마니를 바치라는 조정의 명령에 전등사가 난리가 났다. 승려들은 은행나무 아래에 단을 쌓아두고 3일기도를 올렸다. "오늘 3일기도를 마치며 이 은행나무 2그루가 100년이 지나도 1000년이 지나도 영원히 열매 단 한 알도 맺지 아니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이후 은행나무 2그루는 은행을 맺지 않게 되었고 관가의 탄압도 없어졌다. 은행을 맺지 않는 은행나무들은 노승나무와 동승나무로 불린다. 

 

은행열매, 은행나무잎, 은행나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아래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이다. 아래 시 연탄재를 은행나무(은행잎, 은행열매)로 바꿔도 전혀 의미에서 차이가 없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8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Moonshot-thinking] 서울 오피스 시장의 조용한 이동…"큰 숲 아닌 다핵적 도시 생태계로 재편될 것"

도시는 숲과 같다. 거대한 나무가 뿌리를 내린 자리에는 그늘이 드리우고, 작은 풀과 꽃은 늘 주변부를 향해 흩어진다. 요즘 서울의 오피스 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한때 기업들은 ‘큰 나무’의 상징인 대형 빌딩과 전통적 핵심 권역에 뿌리를 내리려 했다. 이제는 작은 숲을 이루며 점진적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니라, 가늘고 지속적인 흐름이다. ◆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의 명령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얼마전 발간한 ‘2025 오피스 임차시장 트랜드 리포트’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의 재정 부담이 뚜렷해졌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이전 수요는 서울 기타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임대차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큰 빌딩에 입주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강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합리적”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불확실한 경기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 공실률, 안정과 불안 사이 서울 핵심 권역의 공

[마음 회복 연구실] 완벽히 긍정적인 사람은 없다

◆ 고쳐야 한다는 말의 무게 "나 이런 성격 좀 고치고 싶어." 회사에서는 리더로서 단호하고 냉정해야 하고, 집에서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는 좀 더 차분히 기다려주고 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꼬이면 금세 마음이 조급해지고, 말 한마디에 오래 머무르며, 지나간 일에 괜히 해석을 덧붙인다.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는 들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고쳐야 할 나'와 '그래도 괜찮은 나' 사이에서 늘 흔들린다. 그래서 요즘 셀프 코칭을 통해 그 감정의 습관을 조금씩 고쳐보는 중이다. 사람들은 흔히 '부정적인 사람'과 '긍정적인 사람'을 둘로 나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결코 둘 중 하나로 단정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으며, 살아온 경험과 환경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따라 달리 드러난다. 어떤 시기에는 불안이 더 크고, 어떤 날에는 기쁜 마음이 앞선다. 결국 완벽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 반드시 고쳐야만 할까 마틴 셀리그만은 기존 심리학이 병든 마음을 '치료'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리학은 인간의 결함을 고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을 발전시키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칭 역시 이 관

[Moonshot-thinking] ‘공간이 말을 걸 때’ 기술과 삶이 만나는 언어 프롭테크

우리는 그 언어를 쓰면서 살고 있다. 아파트 앱으로 택배를 확인하고, 단지 내 화상진료 모니터에서 의사와 상담하며, 놀이공간에 아이를 맡기는 동안 앱으로 결제를 마친다. 이 모든 순간이 '프롭테크(Proptech)'다. 공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그 말에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일상의 언어다. 공간의 불편함에서 시작된 이야기 프롭테크를 부동산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설명하면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늦게 오는 택배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집에 머물러야 했던 경험, 복잡한 하자 보수 절차 때문에 몇 주씩 끌었던 기억,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갈등을 빚었던 순간들.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의심했던 적이 있고, 부동산 중개소에서 불친절한 대응을 받으며 불쾌했던 경험도 있다. 이런 일상의 페인포인트가 프롭테크의 출발점이다. 거주지든 업무공간이든, 사람이 머무는 모든 공간에서 반복되는 불편함. 프롭테크는 그 틈을 메우려 한다. 불편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며 감정의 마찰을 덜어내는 일이다.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작은 체감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프롭테크라 정의하는 기업들 한국프롭테크포럼에는 의외의

[플라이미투더문] 心地(심지)와 心志(심지)

“다가올 시대에는 착하게만 키워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요. 심지가 곧고 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딸아이 유치원 설명회에서 방심하고 있던 찰나, 원장님의 내공 실린 가르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기적인데 나약하기까지 한 요즘 세대 몇몇 친구들에게 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필자에게 꽤나 의미심장한 가르침이었다. ◆ 신입 사원의 心地(심지) 월요일 아침, 2주차 신입사원 A군이 보이지 않았다. 전임자의 퇴사가 코앞이라 인수인계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행여나 연락이 부담되지 않을까 10시까지 기다려 본다. 얼마 후 기다리던 사람 대신 한 줄의 카톡이 왔다. “퇴사할게요.” 心地(심지)란 마음의 땅, 즉 정서의 바탕이 되는 성품을 뜻한다. 심지를 다지며 자라온 자는 행동이 바르고 생각이 단단하다. 코칭에서는 이를 Being이라 표현하며 존재 자체가 지닌 내면의 신념을 알아차려 이를 독려할 것을 강조하는데, 만약 A군이 이러한 心地-Being을 다져왔다면 퇴사결정 및 통보의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 인턴 학생의 心志(심지) 일요일 밤 전화가 울린다. 인턴 학생 B군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급하게 내일 휴가를

[마음 회복 연구실] 명절, 관계가 자라는 시간…‘적절한 거리감’과 ‘존중’은 관계의 필수

◆ 명절에서 알게된 관계의 맥락 퇴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명절 연휴다. 시장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지고,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의 미소 가득한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겹다. 그런데 이 정겨운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코칭의 핵심 원리를 떠올린다. 바로 '다회기' 코칭의 필요성이다. 코칭을 공부할 때 동기들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고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코칭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코치와 고객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변화'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물리적인 '시간'과 '반복적인 만남'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서 명절을 거듭하며 다회기 코칭의 힘을 몸소 느꼈다. ◆ 첫 회기: 낯선 긴장감, ‘정답 매뉴얼’을 찾다 나의 첫 명절은 코칭의 1회차와 닮아 있었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는 완벽한 ‘며느리 매뉴얼’을 찾고 있었다. “이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모든 행동을 채점받는 듯 조심스러웠다. 코칭에서도 첫 회기에는 고객이 아직 마음을 열지 않는다. 준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