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남극 바다표범 개체수가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가디언은 6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남극조사단(British Antarctic Survey, BAS)은 남극 오크니 제도에서 1970년대부터 2022년까지 50여년간의 현장조사와 위성 해빙 데이터를 결합해, 기후변화가 남극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연구조사했다고 보도했다.
50년 데이터가 보여준 ‘붕괴의 증거’
British Antarctic Survey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시그니섬(Signy Island)에서 웨델 바다표범(Weddell seal)과 남극 물범(Antarctic fur seal) 개체수를 1970년대부터 매년 조사했다. 그 결과, 웨델 바다표범은 54%, 남극 물범은 47%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해빙(Sea ice) 면적도 1982년 이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던(Michael Dunn) 박사는 “이제는 예측이 아니라, 장기 데이터로 해빙 붕괴가 해양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이러한 감소세는 매우 심각한 경고”라고 밝혔다.
남극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붕괴
이 현상은 남국의 오크니 제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1년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남극 전역의 웨델 바다표범 암컷 성체는 20만2000마리로, 과거 추정치(80만마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남극 셰틀랜드 제도(Cape Shirreff)에서는 남극 물범 개체수가 2007년 대비 86% 급감했다. 같은 기간, 표범물범(Leopard seal)이 새끼 물범의 69%를 포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남극 해빙 면적은 76만4000평방마일로, 2022년과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남극에서는 겨울철에도 영상 10도(섭씨)까지 기온이 오르는 이례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유전적 다양성’ 붕괴, 보호구역 확대 시급
과학자들은 남극 물범이 남극 셰틀랜드 제도에서 독특한 유전적 집단을 이루고 있어, 이 지역 개체군 붕괴는 종 전체의 회복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남극 해양보호구역은 전체의 5%에 불과해, 보호구역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캔터베리대 미셸 라루(Michelle LaRue) 박사는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해빙 의존종의 개체수 감소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해양보호구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극의 ‘경보음’…실질적 보호정책 절실
이번 연구는 남극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쳐 이미 심각한 위기가 진행 중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해빙 붕괴로 인한 서식지 상실, 유전적 다양성 저하, 포식자-피식자 균형 붕괴 등 복합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는 남극지역 보호구역 확대 등 실질적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며, "남극의 ‘경보음’에 국제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