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간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이 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BBC뉴스,The Engineer 등이 6월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러프버러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물리학과 연구진이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을 만들어내며 첨단 나노기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장했다.
이 미니어처 바이올린은 길이 35마이크론(μm), 폭 13마이크론에 불과해 미생물보다 작다. 당연히 현미경 없이는 볼 수조차 없다. 참고로 인간 머리카락의 두께는 보통 17~180마이크론이다.
나노기술의 예술적 도전
이 바이올린은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니며, 러프버러대가 새롭게 도입한 나노리소그래피(nanolithography) 시스템의 정밀성과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적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많은 경험과 데이터가 현재 우리가 진행 중인 연구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이끈 켈리 모리슨(Kelly Morrison) 교수는 B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나노리소그래피 시스템 덕분에 빛, 자기, 전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재를 탐구하고, 이들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기초과학 연구가 앞으로 컴퓨팅 효율성 향상, 신개념 에너지 수확 등 혁신적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나노프레이저(NanoFrazor) 기술로 구현
바이올린 제작에는 하이델베르크 인스트루먼트(Heidelberg Instruments)의 나노프레이저(NanoFrazor) 장비가 핵심적으로 활용됐다. 이 장비는 열 스캐닝 프로브 리소그래피(thermal scanning probe lithography) 방식으로, 초정밀 가열 탐침이 칩 표면에 나노미터 단위의 패턴을 '조각'한다.
연구팀은 두 겹의 젤 레지스트(resist)로 코팅된 칩을 나노프레이저에 넣고, 바이올린 모양을 미세하게 새겼다. 이후 하부 레지스트를 용해해 바이올린 모양의 빈 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백금(Platinum)을 증착한 뒤, 마지막으로 아세톤으로 세척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다.
최종 바이올린 한 개를 만드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됐으나, 완벽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수개월간의 테스트와 공정 개선이 필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 제어와 신소재 패터닝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과학과 유머의 만남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이 연주되고 있다'는 유머러스한 표현(TV 시트콤에서 유래)을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러프버러대 측은 "이 바이올린은 이미지일 뿐 실제 연주가 가능한 악기는 아니며,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이올린'임이 인증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여는 나노리소그래피
러프버러대의 나노리소그래피 시스템은 이미 차세대 컴퓨팅, 에너지 소자, 양자소자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바이올린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기술이 앞으로 데이터 저장장치의 고속화·소형화, 신소재 기반 에너지 변환 등 미래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