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영국이 시신을 고온의 알칼리성 물에 녹여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물 화장(boil in a bag)’을 공식 장례 방식으로 도입할지 검토에 나섰다.
이 방식은 친환경성을 앞세워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확산 중이지만, 고인의 존엄성 훼손 논란도 만만치 않다.
160도 알칼리수에 90분…DNA까지 완전히 분해
영국 법률위원회는 최근 고온의 물(섭씨 160도)과 알칼리성 화학물질이 담긴 1.8m 높이, 1.2m 너비의 철제 용기에 시신을 넣고 약 90분간 분해하는 물 화장 방식을 공식 장례 절차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시신의 모든 조직이 용해돼 DNA조차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갈색 액체와 인공 관절 등 금속 부품, 부드러워진 뼈, 치아뿐이다.
살균된 액체는 폐수 처리 과정을 거쳐 일반 하수와 함께 배출되고, 남은 뼈는 분쇄해 유족에게 전달된다.
“녹색 화장”으로 주목…미국 30개 주 등에서 시행
물 화장은 ‘녹색 화장(green cremation)’으로도 불린다. 전통 화장에 비해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인 장례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30개 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상용화됐다. 이 기술은 1888년 특허를 받았으나, 규제 미비로 국가별 도입 여부가 엇갈린다.
“존엄성 훼손” 반대 목소리도
반면, 시신을 폐수와 함께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방식이 고인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유족은 “고인을 하수구로 보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영국이 물 화장 도입을 공식 검토하면서, 친환경 장례와 존엄성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장례 문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원만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