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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지멘스, 독일 공장에 AI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시간당 60박스로 생산라인 재설계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독일 지멘스가 영국 스타트업 휴머노이드(Humanoid)의 바퀴형 휴먼형 로봇 ‘HMND 01 Alpha’를 에를랑겐(Erlangen) 전자 공장 물류에 실제 투입하면서, ‘사람 형태의 AI 로봇’이 개념증명(PoC)을 넘어 본격적인 공장 자동화 수단으로 올라서는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MND 01 Alpha는 에를랑겐 전자 공장에서 토트(tote)라 불리는 플라스틱 컨테이너를 집고, 이동하고, 지정 위치에 내려놓는 반복 물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지멘스와 휴머노이드가 설정한 핵심 성능 지표를 모두 충족했다. 현장 시험에서 이 로봇은 시간당 60개의 토트를 이동시키고, 서로 다른 두 가지 크기의 토트를 처리했으며, 8시간 이상 가동과 30분 이상 연속 자율 운행, 90% 이상 피킹 및 배치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단순 시연이 아니라, 실제 공장 물류 프로세스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처리량과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배치는 2026년 1월 진행된 2주간의 개념증명 단계를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HMND 01 Alpha는 에를랑겐 공장 내에서 적재된 보관소에 쌓인 토트를 하나씩 꺼내 컨베이어로 옮기는 ‘디스태킹(destacking)’ 작업을 맡았고, 상자를 완전히 비울 때까지 동일 시퀀스를 반복 수행했다.

 

지멘스는 이 과정에서 PLC 기반 계측을 통해 자율 운행 상태의 로봇 성능과 신뢰성을 정량 측정했으며, 처리량(시간당 60회 운반), 자율 운행 시간(30분 이상), 이종 토트 처리, 피킹·플레이스 성공률 등 모든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HMND 01 Alpha의 기술적 기반은 엔비디아(NVIDIA)의 ‘피지컬 AI(Physical AI) 스택’이다. 온보드 컴퓨팅에는 차세대 Jetson AGX Thor(통상 ‘Jetson Thor’) 엣지 슈퍼컴퓨터가 탑재돼 복잡한 공장 환경에서도 멀티모달 AI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시뮬레이션과 학습 단계에서는 NVIDIA Omniverse 기반의 Isaac Sim과 로봇 학습 도구 Isaac Lab이 활용됐다.

 

엔비디아는 DGX B200와 같은 AI 슈퍼컴퓨터에서 비전·언어·행동 모델을 훈련하고, 이를 엣지 단의 Jetson Thor로 배포하는 구조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주기를 최대 수 주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휴머노이드는 2024년 아르템 소콜로프(Artem Sokolov)가 설립한 영국 로봇 스타트업으로, HMND 01 Alpha를 약 7개월 만에 설계·개발했으며 자사를 “산업용으로 설계된 영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로봇은 사람 상반신과 유사한 매니퓰레이션 모듈을 전방향 휠 기반 이동 플랫폼 위에 올린 형태로, KinetIQ라는 독자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물체 인지, 경로 계획, 팔·손 제어를 통합적으로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HMND 01 Alpha 시연 영상에서는 바퀴형 모델이 금속 베어링을 대상으로 한 빈 피킹(bin picking) 작업을 약 7시간 연속 수행하는 장면도 공개돼, 실사용 환경에서의 연속 운전 능력을 간접 입증했다.

 

지멘스는 이번 프로젝트에 자사 산업 자동화·디지털 인프라 플랫폼인 ‘시멘스 Xcelerator’를 결합했다. Xcelerator는 센서·PLC·MES·PLM 등을 하나의 디지털 백본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에를랑겐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기존 생산·물류 시스템 간 데이터를 통합해 작업 지시, 상태 모니터링, 성능 분석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측은 “저렴한 센서와 적응형 제어를 활용하면 AI가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고, 인간과 로봇 간 협업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으며, 이번 휴머노이드 도입 역시 그러한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지멘스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주목할 대목이다. 양사는 CES 2026에서 ‘완전 AI 기반 적응형 제조 시설’을 공동 비전으로 제시하며, 에를랑겐 전자 공장을 글로벌 AI 제조 레퍼런스 팩토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GTC, 블로그 등을 통해 유럽의 주요 로봇 기업 및 산업 디지털화 솔루션 업체들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Siemens–Humanoid 프로젝트를 ‘Isaac·Omniverse·Jetson이 통합된 피지컬 AI 적용 사례’로 홍보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 고령화, 지속가능성 요구에 직면한 유럽 제조업이 소프트웨어 정의·AI 기반 생산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실증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존 브라운필드 공장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자동화를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현지·국내 로봇 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멘스 에를랑겐 공장은 과거에는 자동화 설비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100대 이상의 경량 로봇을 운용할 정도로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렸고,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러한 로봇 군(群) 위에 올라타는 ‘범용 작업자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고정형·전용형 로봇이 단일 공정에 최적화된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형태·조작 능력을 활용해 라인 변경, 공정 재배치, 다품종 소량생산 환경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지멘스 측의 설명이다. 지멘스 관계자 마크시밀리안 메츠너(Maximilian Metzner)는 “어느 시점이 되면 여러 지점을 자동화해야 하는데, 위치마다 각기 다른 시스템을 두기보다 한 시스템이 다양한 작업을 소화하는 것이 필요해진다”며 “바로 그 지점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들어온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제조업계 입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로봇, 삼성·LG의 협동로봇 라인업과 더불어, 지멘스–휴머노이드 사례가 향후 브라운필드 공장 리뉴얼, CAPEX 최소화 자동화 전략, AI 기반 공정 유연화의 현실적인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은 중소·중견 제조사의 고령화·인력난, 다품종 소량생산 확대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시간당 처리량·자율 운행 시간·성공률 등 정량 지표가 공개된 이번 독일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현장 여건에 맞춘 휴머노이드·자율 로봇 도입 시나리오를 보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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