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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치맥 회동 시즌2' 최태원·젠슨 황, ‘베라 루빈 동맹’으로 AI 인프라 판 다시 짠다…“치맥 한상에 288GB HBM4"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실리콘밸리 한복판 한국식 치킨집 ‘99치킨’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치맥 회동’은 단순한 친목 자리가 아니라 차세대 AI 인프라의 공급망과 수익 구조를 다시 짜는 전략 테이블이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2월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이 치킨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SOCAMM), 낸드플래시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놓고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의 직접적인 배경은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본격 투입할 ‘베라 루빈’ 플랫폼의 사양 상향과 그에 따른 메모리 공급 전략 변화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베라 루빈은 HBM4 기반으로 GPU당 최대 288GB 용량과 초당 22~22.2TB 수준의 메모리 대역폭을 구현하며, 이전 세대 블랙웰(HBM3e 기반) 대비 대역폭을 최대 3배 가까이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HBM4 핀 속도를 JEDEC 기준(약 8~9Gbps)보다 높은 10~11Gbps 수준까지 요구하며, HBM 제조사들에 ‘스펙 오버’ 개발을 사실상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이 HBM4 판에서 ‘절대 강자’로 떠오른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업계 집계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기준 글로벌 HBM4 시장에서 약 54%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전자(약 28%), 미국 마이크론(약 18%)을 크게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가 올해 투입하는 베라 루빈용 HBM4 물량의 ‘3분의 2 이상’을 SK하이닉스에 배정했다는 관측이 우세해, 실질적으로 엔비디아 HBM4의 ‘주력 공급사’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메모리 업체의 몸값은 실제 수주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자사 D램·낸드·HBM 생산 캐파가 2026년까지 대부분 완판된 상태라고 밝혔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 AI 가속기(H100·B200·향후 베라 루빈 등)에 들어가는 물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IT 매체와 리서치 기관들은 HBM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2027년 430억달러(약 57조원) 수준까지 커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합이 ‘메모리-가속기’ 수직 생태계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치맥 회동이 단순 HBM4 조율을 넘어 ‘데이터센터 풀스택 동맹’ 논의로 확장됐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엔비디아가 독자 규격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 소캠(SOCAMM)과 낸드플래시까지 포괄하는 공급·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캠은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 GPU외부 메모리 계층을 구성하는 핵심 모듈로, LPDDR5X 기반 최대 1.5TB 용량과 초당 1.2TB에 이르는 CPU 메모리 대역폭을 구현하는 것이 엔비디아의 목표다. 결과적으로 HBM4(온패키지 초고속 메모리)와 소캠(시스템 메모리), 낸드(스토리지)가 하나의 ‘AI 데이터센터 번들’로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내부 사업 재편도 이 전략과 맞물려 돌아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AI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솔루션에 특화된 ‘AI 컴퍼니(가칭)’로 전환해, 메모리 단품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전반을 커버하는 설루션 제공 조직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루빈 CPU–NVLink–소캠–HBM4로 이어지는 풀스택을 내세우며 AI 인프라를 사실상 ‘플랫폼화’하려는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최 회장의 북미 역할도 크게 달라졌다. 그는 2025년 9월부터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과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회장을 겸임하며, 미국 빅테크와의 직접 접점을 넓히는 ‘전면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으로, 이번 치맥 회동도 사실상 이 플랫폼 위에서 이뤄진 ‘AI 공급망 톱다운 협상’에 가깝다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엔비디아에게도 이번 회동은 전략적이다. 베라 루빈은 GPU당 50PFLOPS(엔비디아 자체 NVFP4 기준)급 추론 성능과 22TB/s대 HBM4 대역폭, 3.6TB/s급 6세대 NVLink를 결합해, 단일 NVL72 시스템 기준 20TB 이상 HBM4 메모리와 260TB/s급 GPU 간 인터커넥트 대역폭을 구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MD의 차세대 인스팅트 MI455X(12-Hi HBM4, 19.6TB/s 대역폭 추정)를 정면 겨냥하고 있는데, 이런 초고사양이 현실화되려면 HBM4의 안정적·대량 공급이 전제된다. 결국 젠슨 황이 ‘치맥’을 매개로 한국 메모리 업계와의 연쇄 회동(지난해 삼성·현대차·SK 등과의 ‘치맥 외교’ 포함)을 택한 것은, HBM4 이후 HBM4E(7세대), 맞춤형 HBM(cHBM)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로드맵을 한국과 묶어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날 99치킨 자리는 ‘가족 동반’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차녀 최민정 인테그랄헬스 CEO와, 젠슨 황의 딸 매디슨 황 엔비디아 로보틱스 담당 시니어 디렉터도 동석해, SK–엔비디아 간 파트너십이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인적 네트워크까지 촘촘히 엮여 있음을 보여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실리콘밸리 집결지에서 젠슨 황 CEO와 별도 치맥 회동을 가진 것은, 엔비디아 차세대 GPU와 AI 데이터센터 전략의 상당 부분을 SK와 함께 풀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2026년 초 실리콘밸리 치킨집에서 찍힌 한 장의 ‘치맥 회동’ 사진은, 숫자로 환산하면 HBM4 시장점유율 50%대 중반, 베라 루빈 한 세트당 288GB HBM4와 22TB/s 대역폭, NVL72 기준 20TB 이상 HBM4 총량이 맞물린 거대한 AI 인프라 퍼즐의 일부다.

 

겉으로는 소박한 한국식 치킨집이지만, 그 테이블 위에서는 엔비디아–SK하이닉스 동맹을 축으로 한 글로벌 AI 반도체 ‘파워 맵’이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회동을 “치맥을 곁들인 HBM4 동맹 시즌2의 개막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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