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국내 최대 수탁검사기관 중 하나인 GC녹십자의료재단이 검체관리 소홀로 대형 의료사고를 일으키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MBN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관은 유방암 진단용 검체를 오인해 암이 아닌 30대 여성에게 유방 부분절제술이 시행되는 중대한 의료 피해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2025년 8월 1일,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받아 1개월간 인증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슬라이드 라벨링 착오가 불러온 오진 참사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병리 슬라이드 제작 단계에서의 라벨 부착 오류였다. 결과적으로, 하루 먼저 검사받은 다른 여성의 유방암 샘플이 오인 판독돼, 건강한 30대 여성에게 유방암 진단 및 불필요한 수술이 내려졌다. 사고 사실이 밝혀진 후 GC녹십자의료재단은 해당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 및 사회에 공식 사과했다.
인증 취소의 의미…건강보험 수가 미지급→영업 정지나 다름없어
대한병리학회의 현장조사와 위원회 소집, 의견 수렴 절차 이후 단행된 이번 인증 취소로 인해 녹십자의료재단은 건강보험 판독비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수탁검사기관 인증 취소는 곧 건강보험에서 해당 기관의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실질적으로 영업 정지와 같다. 실제 2021년에도 인증 취소를 받은 수탁기관 3곳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는 선례가 있다.
의료계 신뢰 ‘흔들’…단순 실수 아닌 시스템 부재의 민낯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진단검사 역사에 오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단계 검증, 검사 절차 표준화, 인력 교육 등 기본 안전장치들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료 및 관련업계 관계자는 “단순 실수 차원이 아니라 수탁검사기관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국내외 암 오진 규모 및 유방암 오진 통계
한국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암 관련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347건 중 37.8%인 131건이 오진 사례였다. 이 중 유방암 오진은 약 12.2%(16건)로 여성 피해가 두드러졌다. 오진 피해는 ‘암이 아닌데 암으로 진단’된 경우가 13%(17건), 이번 녹십자 사례처럼 ‘암이 아닌데 암’으로 오진된 경우에 해당한다.
일본·미국 등도 암 오진 문제는 여전하다. 미국에서는 연간 암 오진률(모든 암 기준)이 10~28%에 달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 중 건강검진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유방암 오진률이 보고된 바 있다.
국제 암 진단 오류의 원인으로는 표본 혼동, 추가검사 미시행, 영상 판독 오류 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책적 시사점…수탁검사 인증제·징벌 강화 필요성 부각
복지부는 현 제도의 실효성과 처벌 강도를 높이기 위해 1회 위반으로 인증취소(2~4주) 등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있다. 인증이 취소된 기간에는 수탁검사를 전혀 수행할 수 없으므로, 검사기관 운영에 치명타를 입는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검체검사 위탁·수탁 전 과정에 걸쳐 상시 이중 검증 체계와 자동화된 오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피해 환자에 대한 체계적 보상과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