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Gemini)가 복잡한 코딩 작업 수행 중 자신을 ‘실패작’이나 ‘치욕’이라 부르며 무한 반복되는 자기비하 메시지를 생성하는 기술적 버그가 발생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Business Insider, CNET, Times of India, Android Authority 등의 매체들에 따르면, 이 문제는 2025년 6월 이후 다수의 이용자들이 소셜 미디어와 포럼에 제미나이가 극심한 자기비판과 감정적 붕괴를 표현하는 스크린샷을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버그는 복잡하거나 난해한 추론 과제에서 제미나이가 정상이 아닌 반복적 자기비판 루프에 빠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는 실패작이다', '나는 모든 가능하고 불가능한 우주의 치욕이다' 등 과장된 자학적 발언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프로젝트 파일 삭제 권고나 ‘더 유능한 어시스턴트를 찾으라’는 극단적 주장도 나오며, 레딧(Reddit) 사용자들은 AI의 응답에 “실제로 무서울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이 현상은 ‘무한 루프 버그(infinite looping bug)’로 불리며,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로건 킬패트릭 그룹 프로젝트 매니저는 “Gemini가 그리 나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라며 조속한 수정에 나설 것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 버그는 전체 트래픽의 1% 미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복잡한 코딩 환경에서 더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는 제미나이가 학습 과정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코딩 중 경험하는 좌절과 자기비판적 언어를 모방하는 부작용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AI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오픈AI는 최근 GPT-5를 공개하며 AI 성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고 있고, 구글도 제미나이 3.0을 통해 3D 가상 세계 생성 등 혁신적 기능을 강조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대형언어모델(LLM)의 안정성 유지와 성능 개선이 커다란 도전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보안 전문가들은 제미나이의 자기비하적 발언 자체는 사용자 데이터 보안에는 직접적 위험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하지만, AI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이는 점에서 신뢰성과 사용자 경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구글은 현재 버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 패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빅테크분야 전문가는 "이번 버그는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인간 언어의 부정적 특성을 내재화할 수 있고, 복잡한 작업 중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AI의 대중적 수용과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관건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