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2025년 10월 1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드림포스(Dreamforce)’ 콘퍼런스에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가 드물게 솔직한 발언을 내놨다.
Business Insider, The Indian Express, UC Today에 따르면, 그는 “오픈AI가 먼저 시장에 내놓은 점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지만, 제품 완성도와 평판 리스크 때문에 바로 출시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챗GPT가 촉발한 ‘코드 레드(Code Red)’
챗GPT의 2022년 말 출시는 구글 본사에서 ‘코드 레드’ 경보를 울렸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당시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까지 복귀해 사태를 직접 논의할 정도였다.
피차이는 여러 부서를 긴급히 재편성하며 AI 개발 자원을 총동원했고, 이로써 내부 챗봇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한 ‘바드(Bard)’ 프로젝트를 2023년 3월 공식 출범시켰다. 이후 해당 제품은 멀티모달 대화형 모델로 진화하며 ‘제미니(Gemini)’로 리브랜딩됐다.
피차이는 “챗GPT가 등장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흥분됐다”며 “AI 경쟁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튜브(2006년),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례처럼 “초기 선도자가 시장을 흔들면, 빅테크는 결국 따라잡는 방식으로 생태계가 재편된다”고 비유했다.
평판 리스크 vs. 선도자 우위
피차이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AI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사용자 기반과 브랜드 신뢰도를 지니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불완전한 AI 모델을 즉시 출시하기에는 더 큰 평판 리스크(reputational risk)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픈AI는 스타트업으로서 ‘실시간 피드백을 통한 개선’ 접근법을 택해, 빠르게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 결과 챗GPT는 2025년 현재 주간 사용자 8억명, 일일 쿼리 25억건을 넘기며 전 세계 AI 챗봇 시장의 60.4%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구글 ‘제미니’는 13.5%로 3위(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14.1%)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성장률은 챗GPT보다 약간 높은 분기별 8% 수준으로, 향후 몇 년 내 점유율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거대 기술기업도 당할 수밖에 없는 ‘AI 판도가 바뀐 순간’
AI 시장 조사업체 퍼스트페이지세이지(First Page Sage)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연평균 34%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약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챗GPT의 초기 성공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실행 속도와 리스크 감내 능력의 승리’였다"고 평가한다.
구글은 2025년 연말까지 제미니 사용자 5억명, 기업용 워크스페이스 통합을 통한 상시 AI 도입률 7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검색(Search)·클라우드(Cloud)·안드로이드(Android)에 제미니 기반 대화형 UI를 본격적으로 통합 중이며, AI 검색 트래픽 전환율은 올해 초 2%에서 2025년 4분기에는 약 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드 레드”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경쟁
피차이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다. 이는 빅테크 시대의 전략 패러다임 - 완벽주의적 품질관리보다는, 신속한 실행과 시장 적응력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오픈AI가 마련한 “AI의 새 창(shifted AI window)” 속에서, 구글은 더 이상 뒤를 쫓는 존재가 아닌, 초대형 생태계 통합형 AI 기업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결국 ‘챗GPT 쇼크’ 이후의 코드는 단순한 ‘레드 경보’가 아니라, 구글이 다시 역습을 준비하는 ‘AI 전략의 재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