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NH투자증권이 6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종합투자계좌(IMA)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8월 4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할인 없이 2만150원, 신주 상장예정일은 8월 25일로, 상장 예정 주식 수는 3,225만8,064주(발행주식수의 약 10%)에 달한다.
이로써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 금융당국의 IMA 신규 인가 신청 기준을 확보한 셈이다.
NH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은 IMA 사업자 신청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9월까지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으로 업계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서 IMA 진출 요건을 갖춘 증권사는 단 두 곳(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뿐이었다. NH투자증권이 대규모 자본 조달에 성공하며 ‘3파전’의 서막이 올랐다.
IMA, “고객 원금보장·수익 분배”…초대형 IB 도약의 열쇠 vs 리스크 논란
IMA는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가지면서 고객에게 투자수익을 분배하는 국내형 실적배당형 종합관리 계좌다. 지금까지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한 증권사만이 인가를 신청할 수 있어 ‘슈퍼 증권사’ 체제로의 진입장벽이었다. IMA와 발행어음을 합산해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 조달·운용이 가능하며, 예컨대 NH투자증권은 24조원 상당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업계는 이 구조를 통해 IB(투자은행) 사업 강화,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4조원, 마진 110bp(1.1%)로 단순 산출 시 이익이 2640억원까지 이론적으로 증가 가능하다. 2분기 IB 수수료가 역대 최대를 경신했고, 신규 사업 효과가 IB 부문의 실적 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가장 큰 장점은 IMA가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IB 역량을 극대화해 대형 프로젝트, 기업금융, 모험자본 등 차별화된 상품 설계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대출 중심의 발행어음이나 신탁계좌 비즈니스 모델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며,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로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증권가 “경쟁 심화·단기 리스크 불가피, ROE 개선·주주가치 희석도 우려”
반면, 증권가에서는 부정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자본시장에서 IMA의 수익성과 위험가중자산(RWA) 부담 우위가 아직 불투명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잔고가 약 7조9000억원(업계 2위)이지만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2분기 농협금융지주 CET1 비율이 12.37%로 낮아 계획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배당·비용 조정을 통한 자본 유보(유증 외) 가능성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IMA의 수익성과 RWA 부담이 발행어음 대비 우월한지는 미지수다. 강화된 운용 규제와 수탁액의 5%에 이르는 손실충당금 적립, 제3자 배정에 따른 주당가치 희석 역시 단기적으로 악재”라고 평가했다.
LS증권, 딜사이트TV 등 다수 리서치 센터 역시 “초기 신규 사업자 간 조달경쟁이 격화될 전망이고, 8조원 자본 유지 조건이 주주환원 확대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8조원’ 외에도 모험자본 투자(조달액의 25% 이상)와 부동산 운용한도를 자기자본의 10% 이내로 제한 등 상품·위험관리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요건 자체가 IMA 확산의 최대 ‘허들’이라는 지적이고, 일부에서는 인가 문턱 완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종투사(종합투자사업자)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은 2.23%(12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NH투자증권의 IMA 사업 진출은 국내 초대형 증권사들이 도약하는 역사적 변곡점이자, 시장 선점을 위한 ‘승부수’로 평가된다. 단, 단기적 주주가치 희석·수익성 불확실성 등 구조적 리스크는 투자자와 업계 모두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