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최근 미국 우주산업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불화 직후, 베이조스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을 강화하며 스페이스X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접촉·결혼식 초대…베이조스의 전략적 행보
베이조스는 6월에만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두 차례 통화했고, 블루오리진 CEO 데이브 림프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실세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블루오리진은 트럼프 임기 내 유인 달 탐사 추진과 정부 우주계약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트럼프-머스크 결별 직후 이 같은 움직임이 이뤄졌으며, 블루오리진이 정부 우주사업에서 스페이스X를 대체할 수 있음을 적극 어필했다”고 전했다.
특히 베이조스는 6월 26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자신의 초호화 결혼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초대했다. 이는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 및 친분 과시를 위한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베이조스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소유 언론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트럼프를 비판했다가 역공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멜라니아 트럼프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민주당 부통령 후보 공개 지지 자제 등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이스X vs 블루오리진, NASA·우주군 계약 경쟁 본격화
실제 우주사업 정부계약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135억 달러(약 19조7400억원) 규모의 위성발사 계약을 스페이스X(59억 달러), ULA(53억 달러), 블루오리진(24억 달러) 세 곳에 배분했다.
발사 횟수로 보면 스페이스X가 28건, 블루오리진은 7건에 그쳤다.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서도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2026~2027년 3단계 달 착륙선으로 선정된 반면, 블루오리진의 ‘블루문’은 5단계(2029년 이후)에서야 유인 착륙선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임기 내 반드시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고 싶다”는 의지를 베이조스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머스크 결별 이후, 머스크가 추천한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 내정자가 지명 철회되고, 머스크의 감세법안 비판에 트럼프가 “머스크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격화됐다.
정치적 역학이 우주산업 판도까지 흔든다
베이조스와 블루오리진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주군, NASA, 미사일방어 등 굵직한 정부계약에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WSJ는 “블루오리진이 자체 개발 로켓의 안정적·정기적 발사 능력을 입증해야 스페이스X를 제치고 추가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NASA 화성 프로젝트 등도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결혼식도 전략…억만장자 이미지와 여론관리
베이조스의 결혼식은 초호화 논란 속에 하객들에게 ‘선물 대신 기부’를 요청하는 초대장이 공개됐다. 기부금은 베네치아 유산 보호, 환경단체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며, 이는 현지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결혼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정재계·연예계 인사 200여 명이 초대됐다.
우주산업, 정치와 자본의 역학이 미래를 좌우한다
트럼프-머스크 결별과 베이조스의 전략적 행보는 미국 우주산업의 정부계약 구조와 민간 우주기업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술적 우위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블루오리진이 정치적 기회를 활용해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주산업의 미래가 기술뿐 아니라 정치·자본의 역학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