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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트럼프 예산 칼날 뚫고 간 화성行”… NASA–ESA–스페이스X가 만든 2030 ‘로절린드 프랭클린’ 시나리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NASA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 로버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 임무에 대한 본격 이행을 승인하고,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Falcon Heavy)를 2028년 말 발사체로 공식 확정했다. 이로써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던 유럽 화성 로버 프로젝트가 2030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다시 구체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ROSA’ 승인, 2030 화성 착륙 로드맵 확정

 

indiatoday, The Register, europeanspaceflight, arstechnica, NASA Science, Gadgets 360에 따르면, NASA는 2026년 4월 16일(현지시간) ‘로절린드 프랭클린 지원 및 보강(ROSA, Rosalind Franklin Support and Augmentation)’ 프로젝트의 설계 단계를 마치고 본격 구현(implementation) 단계로 전환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승인으로 ROSA는 예비 설계·검토 수준을 넘어 장비 제작·조립·시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며, 발사는 “이르면 2028년 말(late 2028),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단에서 팰컨 헤비로 진행된다”는 일정이 공식화됐다. ESA와 프랑스 CNES가 제시한 최신 일정표에 따르면 발사는 2028년 10~12월 사이, 화성 착륙은 2030년 11월 전후로 잡혀 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과학탐사 예산이 압박을 받는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언론과 ESA는 “NASA가 서신으로 로절린드 프랭클린 임무에 대한 기여를 재확인했다”고 전하며, 2025년 예산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형 국제 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를 일단 넘겼다고 해석했다.

 

NASA가 맡는 역할…발사·착륙·열원·핵심 장비


2024년 5월 파리에서 체결된 NASA–ESA 양해각서(MoU)는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NASA는 미 상업 발사체 조달(Launch Services Program을 통한 Falcon Heavy 선정), 착륙 플랫폼용 제동 엔진·추진계 요소 제공, 로버 내부 시스템을 보호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원 장치(Radioisotope Heater Units) 제공, ‘화성 유기 분자 분석기(MOMA, Mars Organic Molecule Analyzer)’용 특수 전자장치와 질량분석기 제공을 맡는다.

 

ESA는 기존 계획대로 우주선 본체, 운반 모듈, 착륙 플랫폼, 그리고 영국 스티브니지에서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가 제작한 로버를 책임진다. ESA·CNES 자료에 따르면 로버의 건조 중량은 약 310kg 수준이며, 6바퀴 구동과 시추 드릴, 분석 장비를 포함한 복합 구조를 가진다.

 

발사체로 선택된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는 최대 약 63톤(LEO 기준)의 탑재능력을 갖춘 현존 최고 수준의 상업용 중대형 로켓으로, NASA는 이번 계약을 ‘발사서비스 II(Launch Services II)’ 프로그램 아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체결했다. 

 

러시아 이탈·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8년 딜레이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는 원래 ESA의 ‘엑소마스(ExoMars)’ 2단계 로버 임무로, 초기 목표 발사 시점은 2018년, 이후 2020년, 다시 2022년으로 잇달아 연기됐다. 2020년 연기는 낙하산 등 기술적 문제 때문에 발생했으며, 2022년 발사 계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SA가 발사체(프로톤)와 착륙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던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와의 협력을 2022년 3월 공식 중단하면서 사실상 ‘무기한 보류’ 상태로 빠졌다.

 

ESA는 2022년 말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재개를 선언한 뒤 2023년 3월 NASA 재참여를 이끌어냈고, 2024년 5월 최종 MoU 서명, 2025년 말 NASA의 기여 재확인, 2026년 4월 ROSA 구현 승인이라는 단계적 복원을 거쳐 이제야 2028년 발사–2030년 착륙이라는 새로운 타임라인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예정이었던 발사가 최소 8년 뒤로 밀린 셈이며, 착륙 시점 기준으로는 2030년 첫 화성 토양을 밟게 되므로 지연폭은 10년 이상으로 확대됐다.

 

ESA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제 착륙 플랫폼과 추진계, 일부 전자장비를 서방 기술로 전량 대체해야 했고, 이는 수억 유로대 추가 비용과 설계 변경, 검증 기간 연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현지 우주 전문매체에서 잇따르고 있다.

 

2m 시추·옥시아 플라눔… “화성 생명 흔적 가장 깊게 판다”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의 과학적 핵심은 ‘깊이’다. 이 로버는 화성에서 최초로 지표 아래 최대 2m(약 6.5피트)까지 시추할 수 있는 드릴을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미국·중국 로버들이 수 cm~수십 cm 수준에서 표층을 탐사해 온 것과 대비된다. ESA와 NASA는 이 깊이가 “우주 방사선과 극한 온도로부터 상대적으로 보호된 층”에 해당해, 고대 생명체 흔적(유기 분자·생물학적 패턴)이 보존됐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탐사 예정 지역은 화성 적도 인근의 ‘옥시아 플라눔(Oxia Planum)’으로, 약 39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점토질 지형이다. 궤도 탐사 자료에서 물과 함께 형성되는 필로실리케이트(점토광물)의 분포가 확인됐고, 하천·삼각주 흔적으로 보이는 지형 특징이 중첩돼 있어 “한때 물이 고이고 흘렀던 퇴적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ESA의 공식 설명이다.

 

로버는 여기서 드릴로 시추한 샘플을 내부 실험실로 옮겨, MOMA를 포함한 일련의 분석 장비로 유기 분자 유무, 동위원소 비율, 광물학적 조성 등을 측정한다. NASA는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화성 표면 아래에서 과거 혹은 현재 생명체의 흔적을 직접 찾는 첫 번째 로버”라고 규정하며, 단순 ‘거주 가능성(habitability)’ 평가를 넘어 ‘생명 흔적(biosignature)’ 검출을 전면에 내세운다.

 

스페이스X 첫 ‘화성 착륙 임무’… 상업 우주 생태계 분기점


이번 발사는 스페이스X가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한 페이로드”를 실어 보내는 첫 임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팰컨 헤비는 위성·우주망원경·달·소행성 임무 등 각종 ‘플라이바이·궤도’ 미션에는 투입된 바 있지만, 실제로 화성 대기권 진입–감속–착륙(E, D, L)까지를 전제로 설계된 유럽 착륙 시스템을 싣고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팰컨 헤비가 2028년경 두 번째 ‘핵 관련 탑재체(nuclear payload)’를 실어 올린다는 점도 주목한다. 레딧 등 우주 커뮤니티 정리에 따르면, 팰컨 헤비는 이미 토성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NASA ‘드래곤플라이(Dragonfly)’ 임무에 이어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에 탑재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원 장치 등 두 번째 핵 관련 페이로드를 올리게 된다.

 

정치·예산 환경을 감안하면,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국제협력, 상업발사 서비스, 과학 탐사가 교차하는 ‘복합 구조’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예산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장기 화성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대서양 동맹의 ‘우주 파트너십’을 재확인했고, 유럽은 러시아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민간 우주 기업과의 협력 축으로 갈아탄 셈이다.

 

향후 변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미국 내 연방 예산과 NASA 과학탐사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삭감 가능성, 둘째, ESA가 러시아제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일정 리스크다. 다만 현재까지 양측 모두 “2028년 발사, 2030년 착륙” 목표를 공식 문서와 보도자료에 반복해 적시하고 있는 만큼, 국제정치·예산 환경이 급변하지 않는 한 이 타임라인은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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