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상업용 저궤도 우주정거장 개발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했다.
2025년 7월 31일(현지시간), NASA 임시 관리자 숀 더피(Sean Duffy)는 기존의 고정 가격 계약 방식을 폐기하고, 예산 제약과 일정 압박을 고려해 다양한 기업에 자금 지원 우주법 협정(Space Act Agreements, SAA)을 통한 유연한 지원 체계로 전환하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미국 저궤도 우주활동의 지속 가능성과 상업적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 중대한 정책 전환이다.
기존 NASA는 2026년에 경쟁 기반의 고정 가격 계약으로 상업용 우주정거장 2단계 인증 및 서비스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최소 4명 승무원이 한 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소 운영 능력’만 요구하며, 영구 6개월 교대 인력을 배치하는 기존 ISS 운영과는 운영 목표를 축소했다.
이로써 ‘24시간·연중무휴’ 저궤도 인력 존재 유지라는 2024년 12월 발표된 NASA의 저궤도 미세중력 전략과는 차별화되는 실용적 접근을 보인다.
이번 전략 수정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 부족 문제를 반영한 것이며, NASA는 비용 부담이 큰 고정 가격 인증 계약 대신 크루드론(Crew Dragon) 우주선을 활용한 비NASA 우주비행사 포함 승무원 비행 시연 등을 포함해 단계별로 기업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주요 수혜 기업으로는 미국 항공우주 스타트업 Vast가 개발 중인 단일 모듈 우주정거장 ‘Haven-1’이 있다. 이 정거장은 2026년 5월 이후 스페이스X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며, 승무원 4명이 30일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새 NASA 요구조건에 부합한다.
Haven-1은 45㎥의 거주 공간과 최대 1000와트 전력 공급, 미세중력 연구실(Haven-1 Lab)을 갖추고 있어 연구·개발·제조에 적합하다.
반면, 대규모 정거장 개발사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과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가 합작한 ‘Orbital Reef’는 10명 승무원 규모에 830㎥의 거주 공간, 2027년 운영 시작 목표로 당초 계획됐으나, NASA의 축소된 요구사항으로 사업모델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Orbital Reef는 NASA와 협력해 시스템 정의 검토(SDR)를 마쳤고, 단기 일정 내 설계 단계 진입을 준비 중이지만, 예산 압박과 일정 변경의 난항을 겪고 있다.
비슷하게 미국의 보이저 스페이스(Voyager Space)와 에어버스(Airbus)가 공동 개발 중인 ‘Starlab’은 2모듈 구조로 2028년 스페이스X 스타십 발사를 목표로 하며, 340㎥ 크기 모듈 내 최대 4명의 우주인 거주를 지원하는 설계가 완료돼 주요 개발 마일스톤을 통과했다. 이 정거장은 제약 없이 미세중력 과학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는 2027년부터 ISS에 모듈을 부착, 2028년까지 독립적인 상업용 우주정거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조정했다. 초기 모듈 발사는 기존 환경에 적응하는 선행 임무로, ISS 퇴역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으로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NASA의 이번 전략 전환이 예산 현실을 감안한 측면에서 상업 우주정거장 개발에 대한 위험 분산과 유연성 제고를 의도했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 톈궁(Tiangong) 우주정거장 등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저궤도 우주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현재 상업용 정거장 모두 ISS와 동등한 인프라와 상시 인력 배치 능력을 즉시 제공하지 못하는 점은 단기적 공백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NASA는 앞으로도 상업용 저궤도 우주정거장 개발에 필요한 기술, 자금, 정책 지원을 지속하면서 민간 주도의 우주 경제 활성화와 연구·상업 수요 충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