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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아르테미스 2호’ 지구 귀환 4일 만에 첫 기자회견... 빅터 글로버가 다시 연 ‘달 이후 우주 서사의 시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아폴로 이후 54년 만에 재개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2호’가 지구 귀환 4일 만에 첫 공식 기자회견을 4월 16일(현지시간) 연다. 이 자리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심우주를 비행한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 빅터 글로버에게 쏠릴 전망이다.

 

54년 만의 귀환, 그리고 10일간의 숫자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는 4월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SLS(우주 발사 시스템)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약 10일간 달을 선회한 뒤, 오리온(Orion) 우주선은 4월 10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 태평양 해상에 착수(splashdown)하며 임무를 마무리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넘게 끊겼던 ‘사람이 타고 달을 왕복한’ 기록이 50여 년 만에 복원된 셈이다.

 

이번 임무에는 리드 와이즈먼(지휘관), 빅터 글로버(파일럿), 크리스티나 코흐, 제러미 핸슨 등 4명이 탑승했다. 미국 언론은 “여성과 흑인, 비(非)미국인 우주비행사가 함께 달 비행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비행 거리 역시 기록적이다. 한국·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왕복 총비행 거리는 약 111만 8,000km, 최대 지구-우주선 간 거리는 약 48만km(약 25만2,000마일) 수준으로,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기존 인류 최장 거리(약 40만km 초중반)를 넘어섰다. NASA는 재진입 과정 약 6분간의 블랙아웃을 제외하면 “낙하산 전개와 착수까지 거의 교과서적인 귀환”이었다고 평가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 모두”... 달 궤도에서 날아온 메시지


이번 임무가 단순한 ‘기술 복귀’가 아니라 ‘서사 회복’으로 읽히는 데는 글로버의 한 문장이 결정적이었다. 달 근접 비행을 앞둔 4월 6일, 오리온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그는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 모두입니다. 어디서 왔든, 어떻게 생겼든 -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지구에 전했다. 이 발언은 오리온이 달 뒷면으로 들어가며 통신이 단절되기 직전에 전송됐고, 이후 각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CNN·AP 중계 화면을 인용한 국내 기사들에선 네 명의 승무원이 실시간으로 우주선 내부 생활을 공개하고, 지구와 달을 배경으로 한 영상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 상세히 보도됐다. 과거 냉전기 아폴로가 ‘국가 간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아르테미스 2호의 메시지는 “하나의 인류, 공동의 지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포스트 냉전형 우주 서사’로 읽힌다. 글로버의 문장은 그 전환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구호가 된 셈이다.

 

빅터 글로버, 흑인 우주비행사의 긴 시간차


빅터 제롬 글로버 주니어(1976년생)는 미 해군 대령이자 시험비행 조종사 출신으로, 2013년 선발된 NASA 우주비행사다. 그는 스페이스X 크루 드래곤 첫 정식 운용 비행(Crew-1)의 조종사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서는 오리온 우주선 조종을 맡았다.

 

위키백과 및 주요 통신사 집계에 따르면 NASA가 지금까지 우주로 보낸 우주비행사는 300명을 넘지만, 이 가운데 흑인 미국인은 20명 안팎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은 “글로버는 지구 저궤도를 넘어 심우주(deep space)를 비행한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1960년대 인종차별로 우주비행사의 꿈을 접어야 했던 흑인 조종사들의 ‘60년 만의 뒤늦은 성취’라는 서사와도 연결한다. 이는 우주개발이 결코 ‘기술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숫자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 글로버는 “숨겨진 인물들( Hidden Figures )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도 소환된다. 위키백과는 “지금까지 흑인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우주왕복선을 통해 ISS 건설기에 짧게 머무는 방식이었고, 본격적인 장기 체류와 심우주 비행에서 흑인의 존재는 거의 배제돼 왔다”고 지적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이 구조적 불균형을 수치로, 그리고 인물로 가시화한 첫 사례다.

 

‘롤모델’의 확장: 나이아 버틀러-크레이그가 읽어낸 의미


글로버의 비행은 차세대 흑인·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도 즉각적인 파장을 낳았다. 나이아 버틀러-크레이그는 NASA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박사 학위를 지닌 연구자로, 12살 때 교회에서 본 매 재미슨(세계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의 사진이 자신의 진로를 바꾸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이후 소셜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글로버의 비행은 흑인 커뮤니티의 우주에 대한 열망이 단지 ‘상징’이 아니라, 실제 궤도에서 검증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중요한 것은 ‘연결 고리’다. 1960년대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 후보들이 인종차별로 비행 기회를 박탈당한 이후, 1992년 매 재미슨, 2009년 이후 ISS 장기 체류 흑인 우주비행사들, 그리고 2026년 아르테미스 2호의 글로버에 이르기까지, 흑인 인재들의 우주 진입 간격은 10년 단위로 벌어져 있었다. 버틀러-크레이그와 같은 젊은 연구자들이 글로버를 ‘현역 롤모델’로 호명하는 것은, 그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4월 16일, ‘포스트 아르테미스’ 서사를 여는 첫 회견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은 지구 귀환 다음날인 4월 11일 텍사스 휴스턴 인근 엘링턴 필드로 이동해 존슨우주센터에서 표준 의학검진과 과학·임무 디브리핑을 받아왔다. 그리고 귀환 4일째인 4월 16일 오후 2시 30분(미 동부시간),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서 첫 비행 후 기자회견을 연다. 이 기자회견은 NASA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며,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 계획과 이후 유인 달 기지·화성 탐사 시나리오에 대한 언급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견의 메시지는 세 갈래 축이 예상된다. 첫째, SLS-오리온 조합이 10일간의 왕복 비행과 재진입 과정을 ‘기술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과 그 이후 유인 탐사의 리스크를 수치로 얼마나 줄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둘째, 111만km가 넘는 비행 거리와 인류 최장 우주 비행 기록이라는 수치를 토대로, ‘아폴로의 재연’이 아닌 ‘심우주 장기 비행의 리허설’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부각할 것이다. 셋째, 글로버·코흐·핸슨으로 대표되는 다양성의 승무원 구성과 “우리는 하나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메시지를 연결해, 우주 공간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압축해 보여 주는 서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아폴로 시대가 “한 나라가 달에 깃발을 꽂는 이야기”였다면, 아르테미스 시대는 “다양한 인류가 달을 경유해 먼 우주로 향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4월 16일, 휴스턴에서 열릴 이 첫 기자회견은 그 서사의 ‘1막’이자, 빅터 글로버라는 이름이 인류 우주 연표에 본격적으로 새겨지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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