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무제한 성과급’이 촉발한 임금·보너스 전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으로 번지면서, 한국 반도체·바이오 공급망 전체가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 댐을 무너뜨린 SK하이닉스 성과급
2025년 9월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임협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10% 룰’에 합의했다. 기존에는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하되 개인별 최대 1000% 상한이 있었지만, 이 상한을 없애고 당해 80%, 이후 2년에 걸쳐 10%씩 분할 지급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2025년 대규모 실적 회복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에만 영업이익 37조61억원, 영업이익률 71.53%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이 약 7억원(약 53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2026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직원 1인당 평균 약 1억4000만 원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대급 보너스’는 반도체 업계 내부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으로 전염되는 임금·성과급 기준의 리셋 신호로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타 업종 노조들이 모두 자사 성과급 체계를 SK하이닉스와 비교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개별 기업 차원의 임금 교섭을 넘어 ‘국가 단위 보상 규범’을 둘러싼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 삼성전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번진 ‘성과급 전쟁’
SK하이닉스발 충격파는 곧바로 삼성전자 노조를 자극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는 성과급 목표를 ‘영업이익의 15%’로 상향 제시했고, 시장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 2026년 영업이익 305조원 가정 시 약 45조원의 성과급 재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직원 1인당 약 6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의식한 요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월 23일 평택 반도체 캠퍼스 인근에는 3만~4만명으로 추산되는 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벌였고, 노조는 이날 하루 파업으로 파운드리 생산량이 58.1%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예고한 5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애널리스트들은 직접적인 매출 손실만 최대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불씨는 결국 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튀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2026년 5월 1일, 2011년 창사 이후 첫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14% 인상,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내걸었고, 회사는 임금 6.2% 인상과 영업이익 10% 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 수준 성과급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700~4000명 수준의 조합원을 기반으로 노동절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연속 공정을 멈추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회사는 이로 인한 손실이 1분기 매출의 절반 수준인 64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특성상 공정 중단 시 전량 폐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 및 장기 공급 계약 재조정 리스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3. 자동차·통신·방산으로 확산되는 ‘보너스 도미노’
성과급 전쟁은 반도체·바이오를 넘어 다른 기간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고, LG유플러스 노동자들 역시 영업이익의 30% 배분을 주장하고 있다. 방산·우주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SK하이닉스식 ‘상한 없는 10% 룰’을 사실상의 기준점으로 삼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4월 30일 “조직된 노동자들의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가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삼성전자를 거론하며 “기업 이익은 노동자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정부가 노사 갈등에 대한 ‘시장 교정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초과이익을 올린 대형 기업의 성과급 구조가 사실상 ‘새로운 사회적 기준점’으로 인식되면서, 타 업종·타 기업의 노조들이 이를 기준 삼아 임금·보너스 체계를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은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4. 협력사·중소기업으로 번지는 공급망 균열
이번 사태의 가장 심각한 지점은 한국 반도체·바이오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협력사·중소기업으로 균열이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테스트·패키징·소재를 담당하는 두산테스나, MK전자, 한미반도체 등 주요 협력사 직원들이 2년 동안 받는 급여 총액이 SK하이닉스 직원이 한 번의 성과급 지급 주기에 받는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건비 격차는 곧 인력 유출로 연결된다. 이미 일부 주요 장비·소재 업체에서 유경력 엔지니어가 메모리 대기업이나 파운드리 업체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성과급 전쟁이 진행될수록 서플라이 체인 하부의 연구개발·생산 역량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하청·협력업체 노조가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과 책임을 요구할 법적 통로를 확보하면서, 대기업 성과급이 협력사 임금·보너스 요구의 기준점이 되는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층 공급망 전반에서 ‘성과급 상향 압박’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초과이익 기업의 수익성이 일부 훼손되는 수준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협력사 인력 유출 ▲공급 리드타임 증가 및 납기 불안 ▲투자 여력 감소에 따른 공정 기술 격차 확대로 이어지면서 한국 반도체·바이오 클러스터 전체의 경쟁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산업 전략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 ‘성과급 전쟁’ 이후의 시나리오
현재 구조에서 노사가 강대강으로 맞설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6400억원 손실 우려, 삼성전자 파업 시 최대 30조원 손실 추산 등 개별 기업 단위의 숫자만으로도 글로벌 투자자·고객에게는 상당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CDMO, 파운드리처럼 장기 계약·신뢰 기반 비즈니스에서는 한번 발생한 생산 차질이 ‘계약 재배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공급망 재편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전체 밸류체인으로 점진적으로 확산하되, R&D·투자 재원과 주주 배당, 고용 안정 간의 배분 룰을 노·사·정이 함께 재설계하는 ‘한국형 이익 공유 모델’을 제도화할 경우, 단기 갈등을 중장기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전환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사회적 대타협이 수반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의 ‘10% 룰’로 상징되는 성과급 전쟁은 이제 개별 기업의 임금 분쟁을 넘어 한국 반도체·바이오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것은, 이 전쟁이 ‘한국형 이익 공유 모델’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지위를 서서히 깎아내리는 분수령이 될지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