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2조771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국내 기업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 기아(9089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주가 세수 기여로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재계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 35조4948억원, 영업이익 15조212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16조65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삼성전자(11조3613억원)를 큰 폭으로 제쳤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AI 밸류체인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 62%를 기록했으며, 이는 삼성전자(17%)와 마이크론(21%)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D램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독주는 계속됐다. 옴디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9.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1분기 36.9%보다 2.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1992년 이후 33년간 D램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33.3%로 2위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733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SK하이닉스의 기여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늘어난 국세수입 중 법인세 증가액만 14조500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법인세 납부 상위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에 이어 기아(9089억원), 현대차(8222억원), SK㈜(6006억원), 한국전력(508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법인세 납부 1위로 알려졌던 한국은행을 제치고 실제로는 SK하이닉스가 1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별도 기준 21조33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3조6307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 투자를 이어간 덕분에 오늘날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2012년 경영난에 빠진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지속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 현재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