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AI 서버 시대의 ‘에너지 절벽’이 세계 원전주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차세대 원전기업 오클로(Oklo)가 16% 폭등하며 나스닥 시장을 뒤흔들었고, 뉴스케일파워(SMR)와 나노뉴클리어에너지(Nano Nuclear Energy)도 각각 15%, 19% 급등했다. 이른바 ‘AI 중심 원전주 트리니티 랠리’다.
오클로 1년 새 1768% 폭등…DOE 지원·IB ‘매수’ 겹호재
Yahoo Finance, Investing.com, FXLeaders, Business Insider, MarketBeat, U.S. Department of Energy, NEI Magazine, TrendForce/IEA Reports에 따르면, 10월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오클로 주가는 16.21% 올라 171.01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급등은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가 오클로를 ‘첨단 핵연료 파일럿 프로그램(Advanced Nuclear Fuel Line Pilot Projects)’ 대상으로 선정한 덕분이다. 오클로는 향후 3곳에 연료 제조시설을 짓고 첨단소형원자로(AMR) 실증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 소식 직후 캐너코드 제뉴어티(Canaccord Genuity)가 오클로에 ‘매수(Buy)’ 의견과 목표가 175달러를 부여하며 불을 지폈다. 캐너코드는 “오클로는 2050년까지 완전 수직계열화된 차세대 소형원자로 벤더로 성장할 것”이라며, 25년 장기투자 관점에서 ‘신(新) 원자력 시대의 핵심 수혜주’로 평가했다.
오클로의 연간 상승률은 705%, 1년 누적상승률은 1768%에 달한다. 회사가 아직 상업발전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시장은 ‘차세대 핵융합과 AI 전력공급 핵심’으로 미래가치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
SMR·나노뉴클리어 에너지 등 ‘AI 에너지주’ 확산
오클로 랠리는 경쟁사에게도 불을 지폈다. 뉴스케일파워(SMR)는 14.73% 급등하며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으로 진입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550% 급등했으며, 거래량도 3.5배 이상 폭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5월 서명한 ‘첨단소형원자로 신속허가 행정명령’이 시장 기대를 키운 것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나노뉴클리어에너지(Nano Nuclear Energy) 역시 18.79% 폭등, 장중 최고 51.6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청정에너지 수요가 폭발하며, 9월 이후 하루 거래대금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천 테라와트 쇼크'
이들 원전주의 급등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소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0년 250TWh에서 2030년 1,000TWh로 4배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AI와 원전 성장 연계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미국 원전용량을 현 100GW에서 500GW로 5배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AI 인프라 확대에 맞춰 원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투자 유치형 프로그램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평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허브’
이번 원전 랠리는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호재다. 미국과 한국은 8월 워싱턴에서 대규모 한·미 원전협력 MOU를 체결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AWS와 X-energy,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함께 텍사스 AI 캠퍼스 프로젝트(출력 11GW)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4기의 대형원전(4GW)과 다수의 SMR, 태양광·가스터빈·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세계 최대 프라이빗 전력망으로, 완공 시점에는 AWS AI 데이터센터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시장에서는 두산이 ‘원전계의 TSMC’라는 평가를 받으며, 설계 중심의 오클로나 뉴스케일에 원자로 핵심기기를 공급하는 핵심 납품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글로벌도 ‘AI·원전 슈퍼사이클’ 수혜주…글로벌 PM/CM 역량·원전 MOU, 미국·유럽 성과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원전 시장의 ‘슈퍼사이클’을 타고 한미글로벌도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건설사업관리(CM·PM) 1위 기업으로서, 최근 미국·유럽·중동 원전프로젝트 연속 수주와 한전기술 등 국내 대형 원전기업과 협력 강화가 겹치며 성장 모멘텀을 뚜렷하게 확보했다.
한미글로벌은 2025년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수명연장(Refurbishment) 프로젝트를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함께 수주하며, 10억원 규모의 PM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KEPCO E&C(한국전력기술)와 ‘원전 프로젝트 협력 MOU’를 체결하며 디지털 트윈, AI, BIM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중심 프로젝트관리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증권가에서는 한미글로벌이 ‘AI 데이터센터×원전’의 글로벌 밸류체인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원전·SMR(소형모듈원전) 시장이 미국·한국 한미동맹 정책에 따라 대형 성장 모멘텀을 누리고 있고, 한미글로벌은 미국 파슨스와 전략 제휴,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핵심 원전기업과 협력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2025년 실적 전망 기준 PER 8~9배, PBR 0.9배 등 저평가 상태로 평가받으며, 매출 4736억원(+11.5% YoY) 이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사업인 CM/PM 역량은 첨단산업(반도체,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원전 등)에서 국경을 넘는 공급망으로 확장 중으로, 원전 사업의 비중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AI 에너지 한계 돌파, 원전이 답”
AI 연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수요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양날의 검’으로 등장했다. 소셜디스커버리벤처스의 알렉산더 리스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은 이미 석탄·석유로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며, 재생에너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차세대 원전만이 AI 패권을 지탱할 에너지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제 원전은 ‘옛 유물’이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인프라 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AI 서버 한 대가 소비하는 전력은 일반 가정의 수백 배에 달한다. AI의 엔진이 반도체라면, 그 연료는 원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