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1 (화)

  • 맑음동두천 13.4℃
  • 맑음강릉 19.4℃
  • 황사서울 13.2℃
  • 황사대전 12.9℃
  • 황사대구 15.6℃
  • 황사울산 16.1℃
  • 황사광주 15.2℃
  • 맑음부산 17.5℃
  • 맑음고창 15.0℃
  • 황사제주 14.7℃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맑음금산 12.3℃
  • 맑음강진군 14.8℃
  • 맑음경주시 15.5℃
  • 맑음거제 16.2℃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기생충, 서늘한 온대 바다에서 더 번성"…지구 생물다양성의 ‘철칙’ 뒤집혔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 생물다양성의 ‘철칙’으로 여겨져 온 위도 다양성 경사(latitudinal diversity gradient·LDG)가 기생성 편형동물 앞에서 예외를 드러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교(FAU) 연구진이 북·남미 연안을 따라 수행된 조간대 조사 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 특정 흡충류(trematode) 기생충의 감염률이 열대보다 서늘한 온대 해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역전 패턴이 확인됐다. 수십 년간 축적된 생물다양성 연구가 예측해온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제시하면서 오랫동안 확립된 생태학 법칙을 뒤집었다.

 

Phys.org, FAU, sciencedirect, EurekAlert!, scienmag, Florida Atlantic University에 따르면, "LDG 종다양성 법칙은 적도 부근에서 최대, 양 극지역으로 갈수록 감소한다”는 생태학의 가장 기초적인 법칙 가운데 하나다. 미생물·식물·동물 등 대부분의 생물군과 숙주–기생자 관계가 이 공식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FAU Harbor Branch 해양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흡충류의 경우 달팽이, 게, 물고기로 이어지는 복잡한 생활사 전 단계에서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역위도 경사(inverse gradient)가 존재함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북·남미 아열대에서 온대까지 약 2,500km 해안선을 따라 수행된 29건의 조간대 생태계 조사를 취합하고, 이 가운데 유충(자유유영 세르카리아 등) 및 성체 흡충류 감염 자료를 제공하는 23편의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전체 분석 범위는 위도 약 23도에 걸쳐 있으며, 첫 번째 중간숙주인 연체동물 단계에 국한됐던 기존 연구와 달리, 두 번째 중간숙주(게·소형 저서어류)와 최종숙주(대형 어류)에 이르는 감염 패턴을 함께 검증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게와 작은 저서성 어류 같은 중간숙주에서 흡충류 감염률(유병률)이 위도가 높아질수록 일관되게 증가했으며, 최종숙주인 대형 어류에서 성체 흡충류의 감염률 역시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가 다룬 각 개별 조사마다 환경·종 조성에 차이가 있음에도, 종합 분석에서는 “고위도일수록 기생충이 더 많다”는 역전된 기울기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유지된 것이다.

 

Christopher Moore 박사(당시 FAU Harbor Branch 박사후 연구원)는 “이번 연구는 기생생물의 분포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패턴을 거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당연시해 온 생태 패턴에도 흥미로운 예외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Moore 등이 주도한 이 논문은 2026년 3월 31일자 국제학술지 ‘Journal of Biogeography’에 “Latitudinal Variation in Trematode Prevalence Across Regions in North and South America: Evidence of an Inverse Gradient in Second‐Intermediate and Final Hos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으며, 디지털 객체 식별자(DOI)는 10.1111/jbi.70157로 제시돼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설명 변수는 온도다. 열대 해역은 연중 따뜻하고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대신, 숙주 생물에게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다. 고온 환경에서 기생충 감염을 추가로 떠안게 된 숙주는 내성 한계에 더 빨리 도달해 폐사에 이르기 쉽고, 이로 인해 기생충 입장에서도 생활사를 완주하기 전에 숙주를 잃는 ‘자기 파괴적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온대의 서늘한 수온에서는 숙주가 감염을 더 오래 견디기 때문에, 흡충류가 숙주 안에서 성장·발달하고 이후 포식자에 의해 다음 숙주로 옮겨가 번식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숙주의 생태적 특성 또한 역위도 경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FAU 보도자료와 해외 과학매체 보도에 따르면, 개체수가 풍부하고 환경 교란에도 회복력이 강한 갯게류는 대표적인 2차 중간숙주로 기능하며, 조류·대형어류에 의해 정기적으로 섭식되면서 흡충류 전파 고리를 유지한다.

 

망둑어·베도라치와 같이 활동 반경이 좁은 소형 저서성 어류는 서식장을 거의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 유충이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국지적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고위도일수록 감염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넓은 해역을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는 여러 수괴를 가로지르며 생활해 특정 위도대의 감염 압력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위도에 따른 감염률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FAU는 공식 발표문과 언론 배포자료에서 “기생충은 단순히 ‘숫자(개체수 밀도)’를 쫓는 것이 아니라 숙주를 따라간다”고 지적한다. 온도, 숙주의 이동성, 지역 환경조건(수질, 염분, 서식지 구조 등)이 맞물리며 특정 위도대에서 숙주–기생자 네트워크의 유지 가능성이 달라지고, 그 결과로 흡충류의 분포도 전통적 LDG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모든 병원체가 일률적으로 북상·확대될 것”이라는 단순화된 도식을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질병생태학 논의에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 시대 해양생태계 리스크 평가의 프레임에도 수정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적도 인근 고다양성 지역을 전염병·기생충 리스크의 ‘핫스폿’으로 전제하고 관리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대 해역에서도 특정 숙주–기생충 조합은 오히려 고위도에서 더 강한 감염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온대 연안 어업·양식업에서 게·저서어류를 매개로 한 기생충 감염이 수익성·식품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재평가해야 함을 의미하며, 북미·남미를 넘어 동아시아 연안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Michael W. McCoy FAU 정량생태학 교수는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생물다양성 연구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생태계 기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플레이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숙주–기생자 관계를 추적하면, 에너지 흐름과 종 상호작용 구조뿐 아니라 기후변화 속에서 질병이 어떤 궤적을 그릴지에 대해서도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분석 범위를 더 넓은 위도대로 확대하고, 특히 이동성이 낮은 숙주군을 중심으로 장기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FAU 연구는 ‘적도에 가까울수록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교과서적 문장이 기생충 생태학에서는 부분적으로 수정돼야 함을 보여준다. 숙주와 기생충이 온도·이동성·서식환경이라는 다층적 변수에 얽혀 있는 이상, 단일 위도 축으로는 실제 분포 패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위도 경사를 드러낸 흡충류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의 해양질병 리스크를 읽어내는 새로운 렌즈이자, 생물다양성 법칙 자체를 재검증하게 하는 ‘불편한 예외’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7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Moonshot-thinking] 빌딩보다 배당 몇배 더 받았다...임대주택 투자 대반전 비결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빌딩이나 물류센터 같은 큰 건물을 사두면 값이 오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사고파는 부동산 상품인 ‘상장리츠’가 최근 시장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우리가 거주하는 ‘임대주택’에 자산을 투자한 리츠들이 예상 밖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2024년 말 기준 일반 상장리츠가 투자자들에게 1주당 평균 237원의 배당을 줄 때, 서울 대림동의 ‘해피투게더스테이 제1호’와 노량진의 ‘마스터 제14호’ 임대주택 리츠는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연간 323원과 819원이라는 높은 수익을 돌려주었다. 특히 마스터 제14호 리츠는 2024년 상장리츠 연평균 주당배당금(237원) 대비 3.4배 이상 높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 건물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운영하느냐가 수익 격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건물을 매입해 값이 오르기만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매달 들어오는 월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건물의 진짜 가치가 된다. 임대주택 리츠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입지’

[지구칼럼] 日 1200년 벚꽃 달력, 기후위기 ‘살아 있는 그래프’가 되다…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난화 궤적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일본 교토의 벚꽃 만개 기록이 1200년 만에 또 한 번 ‘관리인’을 바꾸며, 인류가 보유한 가장 오래된 기후 데이터셋 가운데 하나가 가까스로 연속성을 지켜냈다. 이 기록은 더 이상 관광 정보가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난화의 궤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기 기후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1200년 벚꽃 달력, 과학자에 의해 기후기록 이어받다 교토의 벚꽃 만개 기록은 서기 8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황실과 귀족, 승려, 지방 관료의 일기와 연대기 속에 ‘벚꽃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날짜를 한 해도 빠짐없이 추적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 이른바 ‘교토 벚꽃 달력’이다. 12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일본의 귀족과 승려, 관료들은 교토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꼼꼼히 기록해 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기후 기록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던 과학자가 지난해 암으로 별세하면서 이 소중한 전통이 끊길 뻔했다. 현대에 들어 이 사료를 체계적인 기후 데이터로 재구성한 인물이 오사카 부립대(현 오사카 공립대) 야스유키 아오노 교수다. 그는 교토에서 자생하는 야마자쿠라(Prunus jamasakura)의 만

[공간사회학] 호르무즈 막히자 파나마에 59억원 ‘새치기 통행료’…에너지 물류 패권의 새로운 전장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해상 물류가 재편되는 가운데, 파나마 운하의 ‘줄 서기 경제학’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완화케미칼이 초대형 가스 운반선 ‘가스 버고(Gas Virgo)’의 네오파나막스 우선 통과 슬롯을 확보하기 위해 400만 달러(약 59억원)를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나마 운하의 병목과 에너지 물류의 힘의 이동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파나마 운하청은 “일시적 시장 변동에 따른 경매 결과일 뿐, 공식 통행료 인상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돈이면 시간도 산다’는 냉혹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400만 달러짜리 ‘줄 서기 패스’가 던진 의미 글로벌 에너지·해운 업계를 놀라게 한 숫자는 바로 400만 달러다. 블룸버그와 OPIS에 따르면, 중국 완화케미칼은 LPG/LNG 계열 초대형 가스선의 네오파나막스 우선 통과권을 파나마 운하 경매에서 40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이는 올해 4월 초까지만 해도 70만~80만 달러 수준이던 우선 슬롯 경매가의 약 5배로,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프리미엄’이 폭등한 셈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 급행료는 정규 운하 통행료와 별

[Moonshot-thinking] 물류·오피스·호텔까지 ‘빅딜’…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봄이 왔다

부동산 시장에도 계절이 있다. 봄이 오기 전 가장 추운 겨울이 있듯 상업용 부동산도 그랬다. 3년간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자본이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물류센터에서 수천억원대 빅딜이 3개월 연속 성사되고 오피스·호텔·의료 시설은 연초부터 2조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두 건의 반짝 호재가 아니다. 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회복의 신호다. 공장·창고 시장부터 보자. ‘알스퀘어 RA(알스퀘어 애널리틱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전국 공장·창고 매매 규모는 1조 4526억원, 거래 건수는 368건이었다. 연말 결산을 마친 직후라 거래가 뜸해지는 시기다. 그런데도 1조원 중반대를 유지했다. 시장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진짜 이야기는 빅딜의 연속에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안산시 ‘로지스밸리 안산’ 물류센터가 약 5123억원에 거래되며 연중 최대 기록을 썼다. 채 한 달이 지나기 전 12월에는 ‘청라 로지스틱스 물류센터’가 약 1조 300억원에 주인이 바뀌며 그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올해 1월 인천 ‘아레나스영종 물류센터’가 약 4320억원에 거래되며 대형 딜의 행진을 이어갔다. 5123억원, 1조

[지구칼럼] DNA로 기후위기 ‘시간 벌기’ 나선 과학자들…진화의 속도를 보전유전체학으로 조절한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진화 속도’를 앞지르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생태계 복원 전략의 핵심 도구로 보전유전체학을 전면에 올리고 있다. 자연선택이 수천·수만 년 걸려 할 일을, DNA 데이터를 활용해 몇 세대 안에 앞당겨보겠다는 실행형 실험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부 레드우드 숲과 캘리포니아 연안 거머리말 초지처럼 탄소흡수와 생물다양성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생태계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수종 위주의 이러한 생태계는 세대 교체 속도가 느려, 진화적 적응만으로는 급격한 온난화·가뭄·해양열파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보전유전체학은 이런 시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속 페달’이다. 연구진은 특정 종의 전체 게놈을 해독한 뒤, 고온·가뭄·질병·저광량 환경에서 생존과 연관된 유전 변이를 통계적으로 추출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복원에 투입할 ‘기후 내성형 개체’를 선발한다. AP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에 잘 자라던 개체를 다시 심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유전체 정보 기반의 정밀 선발이 새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