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화)

  • 흐림동두천 24.5℃
  • 흐림강릉 28.3℃
  • 흐림서울 25.3℃
  • 대전 29.5℃
  • 맑음대구 34.3℃
  • 맑음울산 31.9℃
  • 구름많음광주 31.6℃
  • 맑음부산 29.9℃
  • 구름많음고창 30.8℃
  • 맑음제주 32.4℃
  • 구름많음강화 24.2℃
  • 흐림보은 28.8℃
  • 흐림금산 30.0℃
  • 구름많음강진군 31.6℃
  • 맑음경주시 34.3℃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기생충, 서늘한 온대 바다에서 더 번성"…지구 생물다양성의 ‘철칙’ 뒤집혔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 생물다양성의 ‘철칙’으로 여겨져 온 위도 다양성 경사(latitudinal diversity gradient·LDG)가 기생성 편형동물 앞에서 예외를 드러냈다.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교(FAU) 연구진이 북·남미 연안을 따라 수행된 조간대 조사 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 특정 흡충류(trematode) 기생충의 감염률이 열대보다 서늘한 온대 해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역전 패턴이 확인됐다. 수십 년간 축적된 생물다양성 연구가 예측해온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제시하면서 오랫동안 확립된 생태학 법칙을 뒤집었다.

 

Phys.org, FAU, sciencedirect, EurekAlert!, scienmag, Florida Atlantic University에 따르면, "LDG 종다양성 법칙은 적도 부근에서 최대, 양 극지역으로 갈수록 감소한다”는 생태학의 가장 기초적인 법칙 가운데 하나다. 미생물·식물·동물 등 대부분의 생물군과 숙주–기생자 관계가 이 공식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FAU Harbor Branch 해양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흡충류의 경우 달팽이, 게, 물고기로 이어지는 복잡한 생활사 전 단계에서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역위도 경사(inverse gradient)가 존재함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북·남미 아열대에서 온대까지 약 2,500km 해안선을 따라 수행된 29건의 조간대 생태계 조사를 취합하고, 이 가운데 유충(자유유영 세르카리아 등) 및 성체 흡충류 감염 자료를 제공하는 23편의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전체 분석 범위는 위도 약 23도에 걸쳐 있으며, 첫 번째 중간숙주인 연체동물 단계에 국한됐던 기존 연구와 달리, 두 번째 중간숙주(게·소형 저서어류)와 최종숙주(대형 어류)에 이르는 감염 패턴을 함께 검증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게와 작은 저서성 어류 같은 중간숙주에서 흡충류 감염률(유병률)이 위도가 높아질수록 일관되게 증가했으며, 최종숙주인 대형 어류에서 성체 흡충류의 감염률 역시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가 다룬 각 개별 조사마다 환경·종 조성에 차이가 있음에도, 종합 분석에서는 “고위도일수록 기생충이 더 많다”는 역전된 기울기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유지된 것이다.

 

Christopher Moore 박사(당시 FAU Harbor Branch 박사후 연구원)는 “이번 연구는 기생생물의 분포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패턴을 거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당연시해 온 생태 패턴에도 흥미로운 예외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Moore 등이 주도한 이 논문은 2026년 3월 31일자 국제학술지 ‘Journal of Biogeography’에 “Latitudinal Variation in Trematode Prevalence Across Regions in North and South America: Evidence of an Inverse Gradient in Second‐Intermediate and Final Hos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으며, 디지털 객체 식별자(DOI)는 10.1111/jbi.70157로 제시돼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설명 변수는 온도다. 열대 해역은 연중 따뜻하고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대신, 숙주 생물에게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다. 고온 환경에서 기생충 감염을 추가로 떠안게 된 숙주는 내성 한계에 더 빨리 도달해 폐사에 이르기 쉽고, 이로 인해 기생충 입장에서도 생활사를 완주하기 전에 숙주를 잃는 ‘자기 파괴적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온대의 서늘한 수온에서는 숙주가 감염을 더 오래 견디기 때문에, 흡충류가 숙주 안에서 성장·발달하고 이후 포식자에 의해 다음 숙주로 옮겨가 번식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숙주의 생태적 특성 또한 역위도 경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FAU 보도자료와 해외 과학매체 보도에 따르면, 개체수가 풍부하고 환경 교란에도 회복력이 강한 갯게류는 대표적인 2차 중간숙주로 기능하며, 조류·대형어류에 의해 정기적으로 섭식되면서 흡충류 전파 고리를 유지한다.

 

망둑어·베도라치와 같이 활동 반경이 좁은 소형 저서성 어류는 서식장을 거의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 유충이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국지적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고위도일수록 감염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넓은 해역을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는 여러 수괴를 가로지르며 생활해 특정 위도대의 감염 압력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위도에 따른 감염률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FAU는 공식 발표문과 언론 배포자료에서 “기생충은 단순히 ‘숫자(개체수 밀도)’를 쫓는 것이 아니라 숙주를 따라간다”고 지적한다. 온도, 숙주의 이동성, 지역 환경조건(수질, 염분, 서식지 구조 등)이 맞물리며 특정 위도대에서 숙주–기생자 네트워크의 유지 가능성이 달라지고, 그 결과로 흡충류의 분포도 전통적 LDG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모든 병원체가 일률적으로 북상·확대될 것”이라는 단순화된 도식을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질병생태학 논의에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 시대 해양생태계 리스크 평가의 프레임에도 수정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적도 인근 고다양성 지역을 전염병·기생충 리스크의 ‘핫스폿’으로 전제하고 관리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대 해역에서도 특정 숙주–기생충 조합은 오히려 고위도에서 더 강한 감염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온대 연안 어업·양식업에서 게·저서어류를 매개로 한 기생충 감염이 수익성·식품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재평가해야 함을 의미하며, 북미·남미를 넘어 동아시아 연안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Michael W. McCoy FAU 정량생태학 교수는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생물다양성 연구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생태계 기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플레이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숙주–기생자 관계를 추적하면, 에너지 흐름과 종 상호작용 구조뿐 아니라 기후변화 속에서 질병이 어떤 궤적을 그릴지에 대해서도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분석 범위를 더 넓은 위도대로 확대하고, 특히 이동성이 낮은 숙주군을 중심으로 장기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FAU 연구는 ‘적도에 가까울수록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교과서적 문장이 기생충 생태학에서는 부분적으로 수정돼야 함을 보여준다. 숙주와 기생충이 온도·이동성·서식환경이라는 다층적 변수에 얽혀 있는 이상, 단일 위도 축으로는 실제 분포 패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위도 경사를 드러낸 흡충류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의 해양질병 리스크를 읽어내는 새로운 렌즈이자, 생물다양성 법칙 자체를 재검증하게 하는 ‘불편한 예외’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7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레바논 성채·바이칼 호수·팔레스타인 사마리아 유적, '위험 세계유산' 등재 예정…부산서 유네스코 세계유산委, 전쟁·기후위기 유산 '구조 신호'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레바논 성채, 팔레스타인 사마리아 유적, 러시아 바이칼 호수 등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등재를 두고 표결에 부쳐진다. arabnews.pk, moderndiplomacy.eu, artasiapacific.com, whc.unesco.org, 48whcbusan2026.kr에 따르면,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안건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세계유산위원회로, 국가유산청은 개최를 위해 179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전담준비기획단을 운영해왔다. 전쟁이 삼킨 유산들 레바논 남부의 중세 성채 '아멜 산성' 등 5곳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격화로 잇단 공습과 지상 점령 피해를 입어 긴급등재 안건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십자군 요새 보포르 성(아랍어명 칼라아트 알샤키프)은 지난 5월 이스라엘군에 점령됐다. 앞서 2024년 11월 유네스코는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을 받는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을 '임시 강화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당시 오드리 아줄레이 사무총장은 이 조치를 준수하지 않을 경

[공간사회학] 전남 해남, 마을과 숲, 텅 빈 고속도로 그리고 우주선까지…나홍진의 '호프'가 그려낸 4개의 공간, 절망과 희망의 지형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전남 해남 북평면 남창리의 낡은 정육점 간판과 텅 빈 고속도로, 그리고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로 재현된 외계 공간이 하나의 영화 안에서 충돌한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실존하는 어촌 마을과 상상된 우주를 나란히 배치하며, 관객에게 '공간이 곧 서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실제 촬영지, 해남 남창마을 '호프'의 주 무대인 비무장지대 인근 가상의 포구 '호포항'은 실제로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2023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이 마을에 머물며 황정민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고, 골목과 상점을 1970~80년대 모습으로 손질해 시대적 질감을 입혔다. 정육점·식당·전당포 간판이 나란히 붙은 옛 버스터미널 건물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영화적 배경이 됐다. 해남군 북평면 남창마을이 낙점된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SF를 표방하는 이번 영화와 가장 흡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라고 밝혔다.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자 해남군은 남창리 일원을 영화와 연계한 1970~80년대 감

[공간사회학] 시내버스 라디오, 침묵시대의 소음이 되다…'방해받지 않을 권리'와 '공공 공간'의 재정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기사님, 여긴 당신의 자동차가 아닙니다." 서울 시내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를 둘러싸고 승객과 운전기사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 의회신문고에는 시내버스 기사들의 라디오 청취를 법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됐고, 서울시는 "일률적인 금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렵다"며 "최대한 계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민원의 발단과 서울시 답변 민원인 A씨는 "버스가 기사님 개인 자가용이 아닌데 왜 본인 취향의 라디오를 승객들에게 강제로 듣게 하느냐"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한 승객은 "기사님이 라디오를 너무 크게 틀어서 하차 벨 소리도 못 듣고 정거장을 지나쳤다"고 불편을 토로했으며, 볼륨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가 오히려 욕설을 들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민원의 골자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과도한 볼륨, 둘째는 기사 개인의 정치·종교적 성향이 반영된 특정 채널 편성에 대한 불쾌감, 셋째는 안내방송이나 하차벨 소리를 가리는 안전 문제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를 통한 일괄 금지 대신 버스회사별 개별 교육과 계도를 약속했지만, 강제력 있는 규제는 현재로선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

[공간사회학] "럭셔리 대명사" 5성급 호텔 뷔페 브랜드와 문화코드…파크뷰·라세느·그라넘·테라스 키친·온 테이블·콘스탄스·코너스톤·플레이버즈·섬모라·다모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2026년 봄, 서울 신라호텔 '더 파크뷰(The Parkview)'의 주말 디너 예약 오픈 알림이 뜨는 순간, 캐치테이블 앱은 수천 명의 동시 접속으로 서버가 과부하 상태가 된다. 성인 1인 기준 20만원이라는 초고가 한끼 가격표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 가능한 자리는 불과 몇 분 만에 소진된다. ◆ 한 끼 20만원, 음식 가격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를 소비 뷔페형 레스토랑 시장 규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000억원대에서 2023년 8,900억원, 2024년 9,3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25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가 코로나19 이후 최저치(70.76, 2025년 1분기)를 기록하는 불황 속에서도 특급호텔 뷔페만큼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역설적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음식만이 아닌 '이름'이 있다. 소비자들은 '라세느(La Seine)'의 랍스터를 먹으면서 파리의 센강변을 걷는 상상을 하고, '아리아(Aria)'의 양갈비를 맛보면서 110년 역사의 오페라 독창곡을 듣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호텔 뷔페의 브랜드명은 단순한 식당 간판이 아니다.

[Moonshot-thinking] '창고'의 시대 가고, 물류 인프라의 시대가 온다

요즘 물류센터 시장에서 흥미로운 장면은 새로 지어지는 창고가 아니라 비어 있던 창고가 채워지는 모습이다. 2~3년 전만 해도 시장의 화두는 공급이었다. 전국 곳곳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수도권에는 유례없는 규모의 신규 자산이 쏟아졌다. 공실은 늘고, 임대인들은 임차인 확보를 위해 렌트프리와 각종 지원 조건을 경쟁하듯이 내놓았다. 시장은 임차인 우위였다. 그러나 최근 현장에서 마주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급이 줄어들자 공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인허가 감소가 이어지면서 신규 공급이 급감했다. 그동안 결정을 미루던 화주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지가 우수하고 스펙이 뛰어난 물류센터부터 빠르게 임차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시장 회복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물류센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공실률이 오르내리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류센터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류센터를 부동산으로 평가했다. 위치, 규모, 임대료가 판단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화주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다르다. '이 물류센터가 우리의 공급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