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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193살 거북이도 못 피한 만우절 가짜뉴스…BBC까지 속인 조나단 사망 사기극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육상 동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세인트헬레나의 자이언트 거북이 조나단이 4월 1일 사망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SNS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그러나 하루도 채 안 돼 이 ‘부고(?)’는 수천만 이용자를 낚은 암호화폐 사기극이자, BBC와 USA투데이 등 유력 매체까지 속여버린 만우절 디지털 시대 오보 사례로 드러났다.

 

‘수의사를 사칭한 X 계정’에서 시작된 사기극


사건의 발단은 X(옛 트위터)에 등장한 한 계정이었다. 이 계정은 조나단을 수십 년간 돌봐온 영국 수의사 조 홀린스(Joe Hollins)를 사칭하며 “사랑받던 조나단이 오늘 세인트헬레나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은 미국식 영어 표현을 사용했고, 조의를 표하는 문구와 함께 ‘추모 기금’ 명목의 암호화폐 기부까지 요청해 즉각적인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한 환경·과학 매체 분석에 따르면 해당 가짜 글은 게시 후 단시간에 조회수 200만회를 넘겼고, 각국 언론의 인용과 SNS 확산을 합치면 잠재 도달 이용자는 수천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내용을 인용한 글로벌 뉴스 영상, 인스타그램 리그램, 페이스북 공유 등 2차·3차 파생 콘텐츠도 쏟아졌다.

 

BBC·USA투데이·데일리메일까지 줄줄이 낚였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전통 언론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BBC는 4월 1일(현지시간) 조나단의 사망을 기정사실로 전하는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가, 이튿날 “조나단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정정 보도를 내고 기사를 수정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매체는 사칭 계정의 게시물을 근거로 조나단의 죽음을 보도한 뒤, 진짜 홀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보였다”며 기사를 삭제하고 후속 기사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일부 방송·온라인 매체들도 같은 출처를 인용하며 ‘세계 최고령 거북이의 죽음’을 경쟁적으로 전했다가 줄줄이 정정에 나섰다.

 

일부 방송 리포트에서는 심지어 위키피디아가 조나단의 사망일을 ‘2026년 4월 1일’로 기록했다가 이내 되돌린 사례까지 소개되며, 집단적인 ‘플랫폼 기반 오보’의 양상을 드러냈다. 플랫폼·백과사전·주류 언론이 동시에 같은 가짜 출처를 참조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사실상 글로벌 차원의 ‘공동 오보’가 발생한 셈이다.

 

“만우절 장난이 아니라 노골적인 암호화폐 사기”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당사자인 진짜 조 홀린스였다. 홀린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나단 거북이는 매우 건강하게 살아 있다”며 “X에서 저를 사칭하는 사람이 암호화폐 기부를 요구하고 있어, 이건 만우절 장난이 아니라 명백한 사기”라고 일갈했다.

 

세인트헬레나의 나이절 필립스 총독도 BBC와 다른 매체들에 이메일을 보내 “홀린스는 X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해당 게시물은 전적으로 허위”라고 못박았다. 현지 당국은 공식 채널을 통해 “조나단은 플랜테이션 하우스 정원에서 평소처럼 나무 그늘 아래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고, 일부 인터뷰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아래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을 것”이라는 농담 섞인 표현으로 루머를 일축했다.

 

사칭 계정은 여론의 비난이 커지자 뒤늦게 “4월 바보 장난일 뿐이었다”는 취지의 답글을 달며 가벼운 장난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해당 계정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암호화폐 스캠에 연루됐다는 보도와 함께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그는 아직 살아 있다. 암호화폐 보낸 사람 있냐?”는 식의 후속 게시글은, 단순한 만우절 농담이 아니라 ‘애도 심리’를 노린 계획적 기부 사기였다는 인상을 더욱 강화했다.

 

‘193세 살아 있는 전설’…데이터로 보는 조나단의 의미


조나단은 왜 이토록 큰 뉴스가 될까. 기네스 월드 레코즈에 따르면 조나단은 1832년경 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이셸 자이언트 거북(Aldabrachelys gigantea hololissa)으로, 1882년 세이셸에서 영국령 세인트헬레나로 이송될 당시 이미 성체(적어도 50세 이상)였다. 이를 기준으로 한 보수적 추정 나이는 2023년 기준 191세, 2025년에는 193세에 이르며, 현재 생존하는 육상 동물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개체이자, 인류가 기록한 모든 거북·거북목 동물 중에서도 최장수 기록 보유자로 인정돼 있다.

 

그는 세인트헬레나 총독 관저인 플랜테이션 하우스 정원에서 140년 넘게 살아왔고, 최소 8명의 영국 군주와 수십 명의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관통해 존재해 온 ‘살아 있는 연대기’이기도 하다. 2023년 기네스는 조나단에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육상 동물’과 ‘역대 최장수 거북’ 공식 인증서를 재차 수여하며, 평균 수명이 약 150년으로 알려진 동종 개체들 가운데서도 유례없는 장수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미 190세를 넘긴 나이 탓에 조나단은 시력을 잃고 후각도 거의 기능하지 않지만, 촉각과 청각은 유지하고 있으며, 담당 수의사와 관리인들에 따르면 매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건강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장수 연구 단체와 생명과학자들은 조나단이 ‘장수 유전·대사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하나의 상징적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그를 통해 “장수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의 건강 수명 연구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조나단은 여전히 세인트헬레나 플랜테이션 하우스의 잔디밭을 느리게 거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193세 거북이가 아니라 21세기 미디어 생태계가 과연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되묻게 한다. “조나단은 살아 있지만, 저널리즘의 ‘기본기’는 얼마나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번 사기극이 남긴 가장 불편한 후일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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