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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저커버그 "메타 직원이 외주인력 보다 더 똑똑해 추적"… 화이트칼라 노동 데이터의 'AI 자본화’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메타가 미국 내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마우스 움직임, 클릭, 키스트로크, 주기적인 스크린샷을 수집해 회사의 AI 훈련 데이터로 활용된다.

 

‘모델 역량 계획(Model Capability Initiative·MCI)'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거부(opt-out) 옵션이 없으며,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AI 시스템의 훈련 데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직원들의 강한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 직원들이 외주 인력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이 조치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 전체 인력의 10%인 8,000명 감원이 예고된 상황이라 내부에선 “AI 발(發) 구조조정의 전조”라는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추적하나…MCI의 실체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미국 내 직원 업무용 PC에 MCI라는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마우스 움직임, 클릭, 키 입력, 간헐적 스크린샷 등 ‘행동 로그’를 폭넓게 수집하고 있다. 메타 내부 문건을 입수한 해외 매체들은 이 도구가 구글, 깃허브, 슬랙, 아틀라시안 제품 등 지정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전반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전했다.

 

메타는 수집 대상이 “특정 애플리케이션 내 업무 입력으로 한정되고, 내부 메신저나 사적 시스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성과 평가와 AI 모델 훈련에만 활용하고, 민감 정보 보호 장치도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 팝업은 형식적 동의 절차에 가깝고,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옵트아웃 없는 감시 시스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저커버그의 논리…“똑똑한 사람을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논란이 불거지자 저커버그는 전사 타운홀 회의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현재 AI 모델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학습하는 단계에 있다”며 “메타 직원들의 평균 역량은 외주 인력보다 훨씬 높다, 이들의 업무 방식을 AI가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메타는 지금까지 업계가 주로 활용해 온 외주·플랫폼 노동자의 데이터가 아니라, 연봉·스톡옵션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인력으로 평가받는 자사 정규직의 작업 패턴을 ‘프리미엄 학습 데이터’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메타 내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상호작용에 대한 데이터와 평가 자료를 구축하겠다”는 발언은, 단순 키 입력을 넘어 협업·리뷰·커뮤니케이션까지 ‘전면 관찰’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진행되는 8,000명 감원과 비용 구조 전환


문제는 이 데이터 수집이 대규모 감원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내부 메모를 통해 전체 인력의 약 10%인 8,000명을 6월 20일부로 감원하고, 예정돼 있던 6,000개 신규 채용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2022~2023년 ‘효율성의 해(Year of Efficiency)’ 이후 또 한 번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명분은 이번에도 AI 투자 확대다.

 

메타는 투자자들에게 2026년 연간 비용이 AI 인프라와 고액 AI 인재 확보를 위해 1,620억~1,690억달러(약 231조~241조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AP와 테크 전문 매체들은 “AI 인프라 투자와 AI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비용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커버그가 “우리 회사에는 크게 두 개의 비용 센터가 있는데, 컴퓨팅 인프라와 인력 관련 비용”이라고 못 박은 이상, AI 설비 투입이 커질수록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밖에 없다.

 

내부 반발 “내 업무가 나를 대체할 AI를 훈련한다”


내부 게시판과 익명 인터뷰를 통해 나온 직원 반응은 냉소에 가깝다. CNBC 등의 매체들은 다수 직원이 비밀번호, 제품 개발 세부 정보, 이민·건강 관련 개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가 “화면에 표시된 콘텐츠만 수집하고 파일·첨부는 열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수집·제외 대상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점도 불신을 키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서적·고용 불안이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결국 우리를 대체할 AI 에이전트를 훈련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인적 노하우를 데이터로 뽑아낸 뒤 사람을 대체하려는 ‘AI발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감원 계획과 로그 수집 체계가 동시에 발표된 탓에, ‘노동은 데이터로, 데이터는 AI로, AI는 다시 감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시나리오가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그려지는 셈이다.

 

‘AI for Work’에서 ‘Agent Transformation’으로…노동의 위상 변화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메타의 장기 로드맵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메타 CTO 앤드루 보스워스는 내부 메모에서 과거 ‘AI for Work’로 불리던 이니셔티브를 ‘에이전트 변환 가속기(Agent Transformation Accelerator)’로 재브랜딩하며, “장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직원은 이를 지휘·검토·개선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이 하는 일을 지원하는 도구형 AI에서, 업무를 대신하는 에이전트형 AI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표현이다. 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연료가 바로 ‘똑똑한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데이터라는 점에서, 이번 MCI 논란은 단순 프라이버시 이슈를 넘어 향후 화이트칼라 노동의 위상이 어떻게 재편될지 가늠하게 하는 사례로 읽힌다.

 

AI 경쟁의 그늘…‘고급 인력=고급 학습 데이터’라는 새로운 착취 논쟁


메타의 시도는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빅테크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 우위’를 확보하려 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주·플랫폼 노동자의 저임금·반복 업무 데이터에 의존하던 1세대 AI가 있었다면, 이제는 고연봉 정규직의 정교한 의사결정과 협업 패턴까지 캡처해 ‘프리미엄 학습 데이터’로 흡수하려는 2세대 전략이 등장한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직원에게 돌아가는 몫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AI 성능 향상으로 주가와 기업가치는 뛸 수 있지만, 동시에 8,000명 감원과 6,000개 채용 취소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그 과실이 고용 안정이나 처우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로그를 남기는 손은 사람이고, 그 로그를 학습한 뒤 효율화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람이라는 점에서, ‘고급 인력=고급 학습 데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착취 논쟁이 향후 노동·규제 영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문제는 빅테크의 AI 경쟁 구도와 더불어 “어떤 기업도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메타의 MCI는 특정기업의 단일 사건이 아닌 ‘화이트칼라 노동 데이터의 자본화’라는 큰 흐름 속에 있음을 경고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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